레진엔터테인먼트 이성업 이사 “웹툰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 도전”

[레진의 꿈-②] 레진엔터테인먼트 이성업 이사 “웹툰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 도전”

지난 3월 3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클럽 레진코믹스 브이홀. 그날 이 곳에서는 ‘레진 라이브’라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과 작가들이 모여 회사의 성장을 축하하고,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2부의 파티 초대가수로는 빈지노가 초대됐다.

백 스테이지에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 한희성 대표와 이성업 사업총괄이사가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두운 무대 뒤에서 두 사람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꿈꾸는 것 같지 않아? 우린 1년 전만해도 거지였는데….” 서울 역삼동 허름한 사무실에서 6~7명이 모여 시작했던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연매출 100억 원을 달성한 선두 웹툰 회사가 됐다.

이성업 이사는 2013년 4월 한희성 대표, 권정혁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해 레진에 뛰어들었다. 초창기에는 투자를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쓰던 그는 지금도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살림살이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중이다. 레진에 합류하기 전에는 네이버와 라인에서 근무했다.

초기 레진에 합류했던 이들은 대부분 “유명 블로그의 주인장 레진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호기심으로 한 대표를 만났다. 그러다 한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대로 합류했다. 권정혁 CTO 역시 “개발자 좀 소개 시켜달라”고 찾아온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할게”라며 합류한 케이스다.

이성업 이사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사업적으로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고. 하지만 한 대표의 설명을 듣고 정말 재미있는 모험을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큰 회사에 안주하지 말고 정글에서 구를 수 있을 때 굴러보라”는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의 조언도 그를 설득시켰다.

이성업 이사는 “사업 측면으로 봤을 때 레진의 경쟁자는 네이버와 다음이고, 웹툰을 유료로 팔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도 그 당시에는 커다란 모험이었다”며 “만약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합류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웃었다.

레진의 창업자들은 모두 어린 시절 만화를 정말 좋아하던 이들이다. 이성업 이사 역시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을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재미있는 작품들을 웹툰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레진코믹스 출범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웹툰은 짤막한 일상 소재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포털 사이트 연재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했다. 포털 연재에는 표현에 한계가 있고, 마감 일정이 빡빡해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레진코믹스의 장르는 다양하다. 군대 이야기인 ‘D.P 개의 날(김보통)’, 개그물 ‘4컷용사(고지라군)’, 로맨스물 ‘우리사이느은(이연지)’, 시대극 ‘여자 제갈량(김달)’, 학원 액션물 ‘소년이여(병장)’, 자전적 이야기 ‘단지(단지)’ 등 매우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다. 작가들은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고, 때로는 작품 내에서 거친 표현도 마음껏 쓸 수 있다. 성인용 웹툰도 인기다. 이는 포털 연재 웹툰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이며, 곧 웹툰의 경쟁력이 된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웹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스낵 컬처 비디오를 제작하고, 만화를 영화로 옮기기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웹 소설과 웹 드라마 사업에도 진출했다. 레진코믹스에 연재된 ‘먹는 존재(들개이빨)’는 웹 드라마로 방영됐고, 김보통 작가의 ‘D.P 개의날’도 영상화할 예정이다.

이성업 이사는 “원작을 다른 유형의 콘텐츠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는 창업 초기부터 구상했던 것으로, 회사 이름에 엔터테인먼트가 들어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영상 제작은 물론 판권 계약, 공동제작과 관련한 문의가 상당히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 중이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노하우가 쌓인 뒤 레진코믹스 원작의 작품이 대박 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이나 만화는 패션과 비슷하다. 아무리 옷을 잘 만들어도 남자가 여성복을 사서 입지는 않으니까. 자신이 만족하는 옷만 입는다. 만화도 비슷하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굉장히 세분화 돼 있고, 취향이 천차만별이다. 이게 더 좋은 것 같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하다는 것은 다양한 소재, 장르의 작품도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향이 다양할수록, 볼거리는 끝없이 확장된다. 레진코믹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네이버나 다음 웹툰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웹툰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서비스에 들어갔다. 북미 진출 계획도 잡고 있다. 이성업 이사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저절로 해외 진출도 가능해진다”며 “레진 콘텐츠는 이미 불법으로 번역돼 영미권에 유통되고 있다. 불법으로 유통되느니 우리가 직접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북미 진출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만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레진에 일을 하게 해 달라며 무작정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서울 대치동에 웹툰 학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신기했다”며 “무조건 만화를 수준 낮은 것으로 보던 분위기를 바꾸는 데 레진이 일조하지 않았나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몇몇 인기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여전히 힘든 현실에 놓여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는 “웹툰 뿐만 아니라 콘텐츠 창작 분야는 늘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빈자는 더 빈자가 되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이 벌어진다”며 “웹툰 산업도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밝다고 보고 있다. 처음부터 상식을 벗어난 아이디어로 승부했던 회사였고, 지금도 내부에서 수많은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다는 이유다.

“레진코믹스에는 현재 댓글 기능이 없는데, 유료로 허용을 하면 어떨까 의논해 본 적이 있다. 댓글을 달고 싶은 사람은 돈을 내고 달고, 그 수익의 일부를 작가들에게 주는 식으로(웃음). 레진의 그런 미친 아이디어들이 좋다. 새로운 룰과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즐기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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