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재 전 조선일보사 IT담당 기자....'동네 의사선생님 같은' 인터뷰 추억

이와타 사토루 사장을 만난 건 2008년이었다. 매우 운좋은 인터뷰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소탈하고, 침착하고, 겸손했다.

사람을 안심시켜주는 인상이었다.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가 되지 않아도, 이렇게 동네 의사선생님 같은 조용조용한 인상의 사람도, 기업 대표가 되고 극적인 혁신을 이뤄낼 수 있구나 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 고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
지난해에도 일본 출장에서 만난 일본 게임업체 임원과 그의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경쟁상대일 이와타 사장에게 좋은 평가가 쏟아졌다. 닌텐도가 힘들어져도, 그의 진가는 가려지지 않는다고. 엔지니어도, 사업팀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 얘기에 동감했다. ‘슈퍼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옹도 대단한 분이지만, 이와타 사장의 존재감은 다른 느낌이었다. “왜 모바일 게임에 뛰어들지 않느냐”며 공격적인 질문을 받아도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근차근 자신의 회사 사정을 설명해주던 사람이었다.

게임쇼 ‘E3 2015’에서 닌텐도는 실망스러웠지만, 지난 3월 DeNA와의 손잡고 닌텐도 인기 캐릭터를 모바일게임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를 보며, 그라면 분명 다시 일어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6월 담관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고 4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최근 병세 악화로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같이 55세 나이에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출근길에 이 비보(悲報)를 들으면서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이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닌텐도 성공의 원인을 묻는 분들이 많은데,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성공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습니다. 사내에서 성공했다라고 하는 사원이 있다면 뛰어가서 성공하지 않았다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한 번 ‘성공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순간 다른 문제점들과 부딪치게 됩니다. 우리의 도전은 게임을 하지 않는 분들이 게임을 즐겨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끝나지 않는 도전입니다.”

다시한번 게임업계를 사랑해온 팬 중의 한 명으로서 그를 진심으로 추모한다.

<센트럴투자파트너스 이사. 전 조선일보사 IT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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