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엘게임즈 대표, 엔딩이 있는 MMORPG, 함께하는 즐거움-색다른 시도 필요

MMORPG의 체크포인트를 짚어보자.

게임 개발자의 축제 NDC 14가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에서 진행된다. 올해로 8번째를 맞이한 NDC 14는 115개의 강연으로 다양한 주제와 알찬 내용의 세션으로 가득 차있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NDC 14 슬로건에 맞게 ‘MMORPG 체크포인트’라는 주제로 강연을 준비했다.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아키에이지’ 등 대작 MMORPG를 만든 스타 개발자 송 대표는 차기작 ‘문명온라인’을 통해 MMORPG의 체크포인트를 제시했다.

■ “MMORPG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은 함께 할 때 느낄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의 시작은 텍스트 모델에서 시작했다. 94년 ‘쥬라기공원’이라는 텍스트 모드 게임을 개발한 송 대표는 ‘문자로만 게임을 즐기기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개발하게 된 것이 ‘바람의나라’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중간에 조직을 이루어 경쟁과 협동을 하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리니지’가 탄생되었다. 조직적인 플레이로 파티와 길드(혈맹) 플레이 등이 구현되며 자연스레 엔드콘텐츠가 공성전이 되었다.

송 대표는 “기술의 진일보로 조금 더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아키에이지’이다. 유저들이 가상 세계에서 생활하는 것을 기본 틀로 레벨업도 되고, 공성전도 될뿐만 아니라 유저들 스스로 개발자들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MMORPG란 인류의 모든 문화와 기술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함께 하는 세상’ 속에서 즐기는 ‘사람들 사이의 즐거움’을 느낄 때, MMORPG가 완성되는 것이다. 송 대표는 “수 백 명, 수 천 명 단위로 함께하는 집단 플레이의 즐거움이 있다. 이것은 MMORPG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다”고 설명했다.

■ “엔딩이 있는 MMORPG를 상상했고, ‘문명온라인’이 탄생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MMROPG는 비슷해져갔다. 레벨업 구간을 마치고, 아이템을 파밍하고 같은 패턴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송 대표는 ‘만약 엔딩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 것. 그는 “95년 ‘바람의나라’를 만들 때 누가 ‘이 게임의 엔딩은 뭐예요?’라고 물어본 적 있었다. 그래서 ‘없다’고 대답했는데, 20년만에 다시 엔딩이 있는 MMORPG를 꿈꾸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꽃이 시들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듯, 엔딩이 있기에 더욱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송 대표는 “끝이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일종의 세션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세션제 MMORPG ‘문명온라인’이다”고 말했다.

‘문명온라인’에서 유저들은 여러 가지 사건으로 가득 차있는 인류의 역사 중심에 설 수 있다. 자신의 선택으로 여러 사람과 역사를 재창조하고, 6000년의 시간을 일주일 안에 즐길 수 있다. 엔딩이 있기에 빠른 진행이 가능하며, 시간을 뛰어넘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문명온라인’에서는 축구를 한 경기 시청하는 시간에 만렙을 달성할 수 있다.

한창 유저들 사이에 농담처럼 떠돌았던 말은 “문명하셨습니다”이다. 가볍게 시작한 게임이지만, ‘한 스킬만 더?’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하다가 ‘한 직업만 더!’가 되어 몇 시간은 물론 몇 주가 훌쩍 지나가는 속도감 때문에 나온 유행어다.

송 대표는 “테크에 따라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직업과 건물이 차례로 열린다. 어느 테크를 먼저 발견할 것인지는 문명에 속한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더 선호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콘텐츠가 열리게 되며, 고대에서 현대까지 6개의 시대로 이루어져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귀비도 2박 3일이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세션이 반복되면 지겨울 수 있다. 이에 “플레이 할 때 랜덤성이 있다면, 정해진 경로가 아니기 때문에 세션을 새로운 마음으로 반복할 수 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 어떤 건물을 어디에 짓느냐에 따라 다르다. 또 어느 테크가 먼저 개방되느냐에 따라 완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즉 ‘문명온라인’은 수천 명이 함께하는 바둑이라 생각할 수 있다. 개발자는 기틀과 규칙을 정하고, 유저들이 만들어나가는 콘텐츠로 지속적인 순환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MMORPG와 다른 형태다.

송재경 대표는 “텍스트에 그림을 더하고 여기에 조직화된 플레이, 창발성이나 사회, 그리고 엔딩이 더해져 ‘문명온라인’이 탄생했다. 물론 앞으로의 MMORPG가 이런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의 MMORPG가 다양한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MMORPG의 본질적 재미는 함께 플레이 하는 것이다. 근래의 추세는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에 맞춰져있기는 하지만, 이는 굳이 MMORPG가 아니어도 된다. 함께 공대원들과 레이드를 헤딩하다가 기적적으로 보스를 잡았을 때의 감동은 평생 잊을 수 없다. 다른 장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이다. 유저들이 피곤해한다는 과도한 걱정에 MMO가 주는 감동을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피곤하지만, 이 것이 핵심 포인트다”고 덧붙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