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직급 문제 해결, 20년간 게임하고 터득한 게임용어, 게임기자의 직업병

최근 몇 주는 정말 행복했다. 입사 1주년에 이어, 창간 2주년, 개인적으로 특별한 게임의 서비스 종료와 재도약까지 소재의 젖과 꿀이 흐르는 한 달이었다.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한 후 가장 어려운 일은 ‘소재 찾기’다.

적당한 소재를 찾는 것은 적당한 여행용 가방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감각적이면서도, 적당한 분량이 나올 수 있고, 독특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면서도 공감을 살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감각적이지만 적당한 분량이 나오지 않고, 독특한 시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공감을 살 수는 없는 자투리 소재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주 레알겜톡은 칼럼으로 쓰기엔 짧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계륵같은 자투리 소재를 묶어보았다.

#1. 직급의 문제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새내기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직급이 아닐까?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했지만 기자 역시 대리, 과장, 팀장, 차장, 부장, 이사 등의 다양한 직급이 항상 헷갈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장의 부(部, 떼 부)가 부반장의 부(副, 버금 부)인줄 알고 차장보다 낮은 줄 알았다. 여기에 각 회사마다 전임, 주임 등 처음 보는 직급도 있어 어렴풋이 짐작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어느 개발사 대표 명함에 ‘대족장’이라 적혀 있던 것. 게임업계 특유의 재치와 유머러스함이 더해진 직관적인 직급이었다. 물론 이밖에도 게임사 대표 사무실에 가면 ‘보스몹’이라 적혀있거나, ‘대장’이라 적힌 명함도 받아보았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거나 무례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와닿지 않는 전임보다 ‘일반몹’이라 표현하는 게 훨씬 기억에 남지 않을까? 게임톡의 명함 디자인을 바꾸게 될 날이 오면, 기자 옆에 ‘소환수 1’이라 적어보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다.

#2. 20년간 게임하고 알게 된 게임 용어의 속뜻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20년 게임하고 알게 된 게임용어>라는 글이 올라온 적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추억의(인터페이스가 후진), 전혀 새로운(기존의 시스템을 2개 이상 섞은), 화끈한 액션의(스토리가 재미없는), 대망의 오픈베타(게임을 50% 정도 완성한), 새로운 업데이트(캐시템 출시), 새로운 캐릭터(밸런스를 파괴하는), 스토리가 있는(퀘스트만 줄기차게 하는)”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몇 보도 자료의 일부를 위의 말로 해석해보았다.

“박진감 넘치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박진감 넘치게 기존의 시스템을 2개 이상 섞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살아있는 창작 스토리에 영웅 및 몬스터, 재료 수집해 제작하는 400여 가지의 아이템이 추가되었다(퀘스트만 줄기차게 하며, 밸런스를 파괴하는 캐릭터와 새로운 캐시템이 추가되었다)”

그 결과, 웃프게도(웃기고 슬프게도)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는(?) 솔직한 해석이 나왔다. 앞으로는 ‘세련된 인터페이스에서 옛 추억의 향기를 찾을 수 있는’, ‘기존의 시스템을 4개 이상 섞은’, ‘스토리도 재밌고, 액션도 화끈한’, ‘밸런스를 파괴하지만, 금방 패치될 새로운 캐릭터’ 등으로 고객만족과 게임 소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문장이 필요할 것 같다.

#3-1. 직업병 : 유행가

게임기자로 생활하며 생긴 가장 큰 직업병 중 하나는 무엇이든 게임과 연관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 8호선 ‘암사역’ 보며 ‘암흑 사제’를 떠올리고, 3호선 ‘지축역’을 보며 ‘지혜의 축복’을 떠올리며 혼자 히죽거리는 모습을 보며 ‘정말 뼛속까지 게임기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최근 소유와 정기고의 노래 ‘썸’이 큰 인기를 끌었다. 후렴구는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를 들을 때면 설레는 썸남썸녀의 마음이 생각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기자의 경우 썸남썸녀보다는 ‘요즘 따라 대박인 듯 대박 아닌 대박 같은 너, 일등인 듯 일등 아닌 일등 같은 나’로 달리 들리며, 구글플레이에서 순위 경쟁중인 게임들이 생각나곤 한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RPG가 강세를 이루며 '몬스터 길들이기', ‘다함께 던전왕’, ‘별이되어라’, ‘영웅의 군단’, ‘세븐나이츠’ 등의 대작들이 줄지어 나오는 가운데 1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유저와 썸을 타는 중인 모바일 게임 중, 꾸준한 인기몰이로 품절되는 게임은 어떤 것일지 기대된다.

#3-2 직업병: 여자 게임 기자가 안 좋은 이유

게임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라면 게임 기자는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직업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도 있고, 복장 규정도 너그러울 뿐만 아니라 직업적 특성상 홍일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따뜻한 배려(?)를 받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 게임 기자가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있을 때다.

가령 금요일 밤도, 토요일 밤도 온라인 게임으로 하얗게 불태운 남자친구가 일요일 저녁 데이트를 마치고 들뜬 표정으로 “집에 가서 게임하고 자야지”라고 말했을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짜증이 솟구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하지만 “또 게임해?”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기자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황인선 기자의 레알겜톡: 게이머 남친이 좋은 이유”라고 말한다면, 말문이 턱 막혀버리고 말 것이다. 게임기자로서 게이머 남친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해해줘야하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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