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조선시대 액션 게임 ‘달과 그림자’ 개발팀 7명, ‘누가누가 제일'

“이제 막 익은 술을 두건으로 걸러 놓고, 꽃나무 가지 꺾어 술잔을 세어 가며 마시리라.”

조선시대 최초의 가사라 말하는 ‘상춘곡’에 나오는 멋진 구절 중 하나다. 요즘엔 소맥(소주와 맥주) 자격증이 있는 이모가 시원하게 말아주는 술을 맥주병으로 잔을 세며 마시는 것과 달리, 조선시대는 꽃나무 가지로 잔을 세다니 당시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구절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분위기는 이런 옛 가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월 28일에 출시한 조이시티의 ‘달과 그림자 for Kakao(이하 달과 그림자)’에서도 조선시대의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조선을 악으로 물들이는 ‘묵황’을 처치하는 검객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횡스크롤 액션 무협 활극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도깨비를 손으로 슥 긁어 베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과 3월 5일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출시된 민속 이모티콘 12종은 하루만에 20만 다운로드를 가뿐히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봄을 질투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3월 5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조이시티 사옥에서 ‘달과 그림자’ 개발팀 전체를 만나보았다. PD부터 그래픽, 서버 관리자까지 7명의 개발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커다란 회의실이 꽉 찼다. 

오랜만에 개발하는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모인 만큼, 설레는 오리엔테이션 자리처럼 독특한 컨셉의 게임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물론, 개발 스토리와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는 팁까지 즐겁게 나눠보았다. 

■ “호쾌한 스와이프 액션, 김기창 화백에서 아이디어”

3월 7일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달과 그림자’는 인기무료 부문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대체로 조선시대라는 독특한 배경과 다양한 사연을 지닌 검객 캐릭터, 손맛이 살아있는 액션을 가미한 간단한 게임성을 꼽았다.

개발의 사령탑 이정민 PD는 “개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시장에서 보기 힘들고 독특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완성하고 봤을 때도,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개발팀 전체가 ‘달과 그림자’ 풍의 액션을 좋아해 그런지 액션감에 신경을 많이 썼다. 호쾌한 액션과 독특한 컨셉이 묻어 나와 만족스럽다”며 자랑을 했다.

‘달과 그림자’의 게임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화면에 등장하는 도깨비를 손으로 슥 긁어 베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오래 달리면서 점수를 내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 방식으로 막과 장으로 구성되어 게임 컨셉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 PD는 “스마트폰에서 직관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스와이프(손가락을 댄 후 일직선으로 드래그, 손을 뗄 때까지 동작을 인식)’라 생각해, 검술 액션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검술하면 일반적으로 오크와 일본 사무라이 등을 생각하는데, 이를 조선이라는 배경으로 가져오자는 의견이 있었다. 한 번도 시도된 적 없었고, 느낌이 좋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조선시대라는 의견을 낸 손모형 과장은 조선에 꽂히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그는 “TV를 보고 있는데, 다큐멘터리에서 김기창 화백의 그림을 보게 되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갤러리를 다 뒤지며 찾아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를 넣어 움직여보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꼭 써먹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정민 PD에게 보여주었더니 만들고 싶어 해 같이 시작하게 되었다. 한눈에 반해서인지 더욱 애착이 가서 연출 깎는 노인처럼 장인의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로딩중’을 ‘불을 지피는 중’ 등으로 바꾸며 독특한 컨셉을 고집했는데, 결과가 매우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 “팀원들 이름 과거 활약한 영웅 이름으로 게임 속에 등장”

대학 새내기 때 오리엔테이션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건 바로 자기소개다. ‘달과 그림자’ 팀 7명은 공통점은 뭘까. 우선 ‘달과 그림자’가 모바일 게임으로는 처음이라는 것과, 조이시티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점이었다. 외모 순서(?)로 왼쪽부터 차례대로 소개했다.

우선 디자인 담당자들의 소개가 있었다. ‘달과 그림자’팀의 홍일점인 박지윤 컨셉 아티스트는 배경에 특화되었다. “‘프리스타일2’에서도 배경을 담당했고, ‘달과 그림자’에서도 배경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수줍게 앉아있는 오상호 AD는 “주로 아트쪽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달과 그림자’에서는 AD와 캐릭터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은 이정민 PD였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PD를 담당했다. 주로 온라인 게임만 맡다가 모바일은 처음이다. 게임업계에서는 6년차다. ‘달과 그림자’를 개발하며 게임을 가장 많이 해서 팀원들에게 ‘가장 일이 없었다’며 놀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달과 그림자‘를 열심히 플레이해 버그를 가장 많이 찾아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독특한 스타일만큼이나 특이한 이름의 손모형 프로그래머 역시 조이시티 8년차 베테랑이다. 그는 “‘달과 그림자’에서는 연출을 담당했다. 주로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깎아내는 역할을 해서 ‘연출깎는 노인’이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버와 클라이언트 담당자들. 김성일 과장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그는 “이전엔 주로 서버 DB를 담당했다. 이번 ‘달과 그림자’를 하면서 서버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경인 프로그래머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과 게임 내 장비쪽을 담당했다. 업데이트 빌드도 맡고 있다”고 이야기해 전문화(+3)와 더불어 멋있음(+5) 항목이 강화되었다. 동굴 목소리의 주인공 김영호 대리는 클라이언트 업무를 담당했다고 나지막히 전했다. 그는 “사실 출산 휴가 때문에 인터뷰에는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마창우 기획자도 함께 고생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정민 PD는 “사실 팀원들의 이름이 개인적으로는 중요하다. 게임 속에서 팀원들의 이름이 깜짝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이템 장착하는 장비 아이템에는 과거 영웅들의 힘이 담겨있다. 이 영웅들의 이름은 팀원들의 이름과 같다. 장비 효율도 좋다”고 살짝 전했다.

■ “어린이 벼루 세트 구매, 직접 먹 가는 열정”

게임 출시 이후 이렇게 팀원들이 전부 모인 것은 오랜만이다. 그래서 인터뷰 방식을 좀 다르게 간단한 이미지 게임을 해보았다. 질문을 듣고 가장 잘 먼저 떠오른 팀원을 지목하는 형식이다.

첫 질문은 ‘누가누가 제일 힘들게 고생했나’였다. 모두 잠시동안 심각한 고민에 빠지더니, 경인 프로그래머를 지목했다. “모두가 다 고생을 많이 했다. 경인씨의 경우, 집도 멀고 업무가 카카오 등의 외부 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박지윤 아티스트도 지목되었다. “배경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데 많은 작업을 했다. 수묵화 느낌을 내려고 먹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에 옮기는 등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다. 마트에서 직접 어린이 벼루 세트를 사와 먹을 갈아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동양화쪽은 처음이라 그냥 흉내만 내봤다. 전문가 분들이 볼까 민망하다. 처음이라 어렵기는 했지만, 재밌었다”라며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주기도 했다.

‘달과 그림자’는 게임 속 캐릭터들이 매우 독특하다. 누가누가 게임 캐릭터와 가장 닮았을까? 이에 대부분의 만장일치로 박지윤 아티스트를 지목했다. 박지윤 아티스트 역시 “얼굴 표정을 직접 그려서 그런지 왠지 닮은 것 같다”며 인정했다.

캐릭터를 담당한 오상호 AD는 “처음 컨셉을 잡을 때 사극 자료를 많이 봤다. 워낙 캐릭터 얼굴이 작게 나와서 얼굴을 그려야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조선시대 컨셉에 인간적이고 평범한 아저씨 분위기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누가누가 점수가 가장 높을까? 이에 경인 프로그래머는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게임을 잘 할 수 있는 팁으로 “업그레이드와 영웅 강화가 중요하다. 스킬 역시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이정민 PD는 “인정할 수 없다. 요즘 바빠서 게임을 못해서 그렇지, 경인 프로그래머는 넘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손가락을 적절한 시점에서 떼고, 동선을 잘 그려야한다. 손가락 레벨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팀에서 가장 점수가 낮다는 손모형 프로그래머는 “튜토리얼에서는 손가락을 직선으로 쭉쭉 긋게 되어있는데, 곡선으로 긋게 되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 손가락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곡선이 필요하다”고 팁을 전하기도 했다.

■ “1등 하면 직원들 모두에게 찰옥수수 쏜다”

지난번 ‘정령의 날개 for Kakao’ 인터뷰 당시 김대영 PD는 “1등을 하면 치마라도 입겠다”며 당찬 공약을 전했다. 혹시 이정민 PD에게 유저에게 걸 공약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항상 팀원들과 저녁을 먹고 들어올 때 아이스크림으로 회식을 한다. 보통 ‘빵또아’를 사먹는데, 최근 ‘찰옥수수’가 먹고 싶어 편의점 아주머니께 부탁했더니 몇 백개를 갖다 놓으셨다. 만약 ‘달과 그림자’가 마켓에서 1위를 한다면, 회사 직원들에게 찰옥수수를 돌리겠다. 모든 영광은 편의점 아주머니께 돌리겠다”며 통 크게 전했다.

이 PD는 “게임을 만들면서 특별한 개발 철학이나 키워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검증된 성공 사례를 따르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자는 확실한 모토가 있었다. ‘달과 그림자’에서 우리만의 시각으로 만든 독특한 게임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물었다. 이들에게 ‘달과 그림자’는 무엇일까? 7명인 만큼 주옥같은 대답이 다양하게 나왔다.

“‘달과 그림자’는 붓이다. 모바일 게임에 한 획을 긋는 게임이다.”

“‘달과 그림자’는 온고지신이다. 옛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익혀 만들어진 게임이다.”

“‘달과 그림자’는 림라이트다. 림라이트는 우리 팀의 이름이다. ‘달과 그림자’에는 개발팀 전체가 녹아있다. 팀원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

“‘달과 그림자’는 ‘불을 지피는 중’이다. 이는 연출 장인이 만든 단어로 게임 로딩화면에 나온다. 유저들의 마음을 불을 지피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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