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차 베테랑, 전문성에 따라 세분화,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요

보통 게임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흔히들 개발자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숨은 권력자(?)는 따로 있다. 자고로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재밌어도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고 버그가 많아 플레이할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바일 QA(Quality Assurance, 품질관리책임자)는 게임업계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따뜻한 날씨로 기분까지 나른한 2월 21일, CJ 넷마블 모바일 게임의 QA를 담당하는 최은하 팀장을 만났다. 단아한 외모에 차분한 말솜씨까지 두루 갖춘 그녀는 10년간 QA 일을 한 베테랑이다.

인터뷰는 처음이지만 QA에 대한 자랑을 부탁하자 기다렸다는 듯, 30분 동안 A4용지 다섯 장 분량을 쏟아내는 그녀와 함께 QA는 어떤 일을 하는지, 모바일에서 왜 QA가 중요한지부터 현실적인 충고와 속사정, 연봉까지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동안 외모의 반전 10년차 베테랑 QA"

그녀는 동안(?)인 외모와는 다르게 놀랍게도 10년 넘은 베테랑 QA였다.

“처음에는 QA에 대해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2004년 포시에스에서 리포팅 툴에 대한 QA업무를 시작하며 직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어 2006년 한컴 씽크프리를 거쳐 NHN 한게임에서 본격적으로 게임 QA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어 “2010년 넷마블에 입사해 처음에는 포털 사이트 QA를 담당하고, 2013년 4월에는 모바일 QA팀을 담당하게 되었다. 넷마블에는 현재 QA실이 따로 있고, 모바일과 포털, 퍼블리싱게임, 플랫폼, 기술PM을 담당하는 QA팀이 나눠져 있다. 약 50명 정도가 있고, 기술 PM이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게임쪽에서 일하게 된 것에 만족하는지 묻자, 최 팀장은 “만족한다. 사실 이전의 직업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재미는 덜했다. 게임은 쉽게 다가갈 수 있어 특히 좋은 것 같다. 친구들이 게임이 오픈하면 쿠폰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많은 관심을 갖는다. 팀원들과는 점심시간에 모여앉아 게임을 하며 연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QA는 품질 향상의 전문가, 정해진 업무가 없다"

QA는 무슨 일을 할까? 최 팀장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QA가 하는 일에 대해서 대충만 알고 있을 뿐,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예전에는 QA라는 직군이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와 기획자들이 하는 일을 세분화시키고 전문화되며 떠오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테스트를 담당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기본적인 일에 불과하다. 테스터, QC(Quality Control) 등 세분화가 가능하다. 쉽게 생각하면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있어서 품질을 높이고자 하는 여러 활동들을 말한다. 따라서 업무의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다. 그때그때 문제가 되는 것들을 즉각적으로 찾아내 개선하는 일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이 연말 정산을 하려고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서툴러 몇 번이나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문가들이 하면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즉 QA는 게임 품질 향상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다.

최 팀장은 “넷마블의 경우 특별히 앱을 마켓에 등록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다른 회사의 경우 사업담당자가 맡는 경우도 있지만, 마켓에 대해 잘 몰라 심사에서 떨어져 게임 일정이 밀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넷마블은 QA가 전담하며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한다. 오픈 일정을 맞추는 것 역시 게임의 품질을 높이는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QA는 이미 만들어진 ‘전문가’가 하는 일이 아니라, ‘전문가’를 만들어가는 일이라 했다. “QA가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다. 꼭 QA이기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니고, QA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그럼 QA는 관련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웃으면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 공학 쪽을 선호하기는 한다. 업무를 하는데 기술적 부분에서 여러 개발사와 일을 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처음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회사를 다니며 배울 수 있다. 특히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다. 이론적 지식도 좋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도 배우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해당 업무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가능하다.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며 100점이다. QA는 아무래도 개발자와 기획자들과 항상 이야기를 나눠야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모바일 시장 선도하는 넷마블, 게임 잘될 때 가장 뿌듯"

게임업계는 슬프게도 남성의 비율이 높은 곳이다. 디자인이나 CS(고객만족, customer satisfaction), 홍보팀 정도가 실낱 같은 희망이다. QA 역시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칙칙한(?) 곳일까? 

최 팀장은 “여성 비율도 높다. 50%정도 된다. 남성과 여성의 장단점이 있는데, 우선 남성의 경우 커뮤니케이션이 더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고, 여성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잘 챙길 수 있고,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빼놓을 수 없는 야근지옥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녀는 “야근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모든 팀들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만 게임이 런칭해서 서비스가 불안정해 꼭 필요한 시기에만 야근을 하고, 이후 안정되고 난 이후에는 불필요하게 야근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포털부터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모두 경험해본 그녀에게, 모바일 QA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최 팀장은 “모바일은 주기도 빠르고, 수명도 길지 않다. 개발부터 출시까지 기간이 매우 짧아 빠르게 진행된다. 또한 출시 초기에 급상승하는 동접에 대응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푸시를 보내는 등 온라인 환경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부분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모바일 QA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모바일의 특징상 유저들은 쉽게 들어오고 쉽게 떠난다. 온라인에 비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로 인한 타격이 크다. 온라인은 오랫동안 출시되길 기다리는 충성도 높은 유저가 많은 반면, 모바일은 워낙 게임이 많아 품질을 높여 유저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QA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들 때는? 좋은 점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왔다. “당연히 게임이 잘 됐을 때다. 친구들의 쿠폰을 부탁하는 카톡이 폭주할 때 가장 뿌듯하다.”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체력적인 이유와 불안정한 모바일 시장 둘을 꼽았다. 그녀는 “한번은 다른 회사 QA 직원분이 전화를 해서 ‘어떻게 넷마블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하냐’고 물은 적도 있다. 게임회사의 특성상 월요일부터 업무가 쌓이기 시작해 목요일 밤에 정점을 찍고 금요일에는 조금 한가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또한 아직까지 안정화되지 않은 시장에서 넷마블이 50여종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며 선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과 피로도가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나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최 팀장은 “최근 출시된 ‘다함께 던전왕’의 경우, 오랜 기간 준비했다. 내부에서 오픈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오픈 이후에는 더 좋아하고 있다. 게임이 잘되니까 힘들어도 좋은 것 같다. ‘모두의 마블’의 경우 모바일 게임 최초로 실시간 대전이 가능해 네트워크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 "감동을 줄 수 있는 QA 중요, 연봉은 전문화에 따라 달라"

얼마 전 취업을 한 입장에서, QA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성향의 사람에게 QA라는 직업을 추천하는지 물었다.

최 팀장은 “사실 QA는 남들이 잘못하는 부분을 지적하는 일이다.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설득시켜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를 잘 짚어내고, 이를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업무를 진행하기보다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시야도 필요하다. 어떤 부서에서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면 게임의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집중해서 관심을 갖는다기보다 호기심이 많고 다방면에 조금씩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업무를 즐겁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넷마블 QA팀을 자랑할 수 있는 시간도 주었다. 그녀는 “넷마블은 경험적으로 봤을 때도, 가장 많은 게임을 출시한 회사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만큼 경험과 지식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회사 분위기 또한 모바일 환경에 적극 대응하도록 빠르게 변했다”며 자랑을 시작했다.

“게임은 품질이 중요하지만, 품질이 좋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서비스하며 감동을 줄 수 있는 QA를 선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QA는 사실 사업의 입장에서 볼 때, 허들이 될 수도 있다. 빠르게 진행하고 성과를 내길 원하는 사업팀과 디테일한 사항까지 챙기며 시간이 걸리는 QA는 서로 요구사항이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마블의 QA는 깊은 경험만큼 적절히 조율해 사업팀이 존중하고 지지하는 QA로 인정받고 있다.”

가장 중요한 질문도 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QA의 연봉은 어느 정도나 될까? 그녀는 웃으면서 “QA에 따라 다르다. 테스트 업무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렇게 높지 않을 수 있다. 얼마만큼 전문적인 일을 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세스 전문가, 테스트 자동화, 성능 테스트, 화이트박스 테스트(코드를 알고 실행하는 테스트↔블랙박스 테스트: 내부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테스트) 등 전문화 정도에 따라 연봉도 달라진다는 것.

마지막으로, 2월 24일까지 진행되는 넷마블 QA 인턴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최 팀장은 “개발사는 아니지만, 게임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다. QA는 실제 개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 게임의 구조부터 운영하는데 갖춰야할 인프라, 운영상 문제까지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본인의 의지이다. 얼마만큼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있고,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는지가 포인트이다.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에 대해 알고 싶은 참신한 얼굴들을 기대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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