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시작한 벽보 열풍, 안녕한 게임업계, 가라앉은 카톡-구조조정 등 이슈

“안녕들하십니까?”

묘한 말이다. ‘안녕’이라는 인사말은 정치적 격변, 외적의 침입 등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는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잊혀졌던 ‘안녕’의 의미가 2013년 12월 다시 깨어났다.

이 짧은 말 한마디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고려대학교에서 시작한 ‘안녕들하십니까’ 벽보 열풍은 전국 67개 대학교를 비롯해 고등학교까지 번졌다. 이런 거센 분위기가 의미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고려대학교에서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을 몰고 온 첫번째 벽보

한국 사람들은 이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서툴다. 역사책의 어려운 연도와 복잡한 사건들은 줄줄 암기하지만,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라고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한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앞다투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사회 현안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벽보로 소통하는 대상들이 소위 말하는 ‘지식인’이나 ‘엘리트’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 엄마, 할아버지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자신의 생각을 잘 나타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용기 내어 표현한다고 해도 어리다는 이유로, 혹은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이유로 무시 받았던 사람들이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 게임 기자로서 묻고 싶다. 게임업계는 안녕들하십니까?

사실 요즘 업계는 안녕했다. ‘중독법’이라는 돌멩이가 떨어지며 크게 출렁인 후에는 특별한 물결 없이 잔잔했다. 누군가 ‘좋은 거 아냐?’라고 말한다면 ‘글쎄요’라고 대답하고 싶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살을 에는 듯 차가운 겨울바람에 얼어붙어 잔잔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동안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입점 제도,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 이로 인한 게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계속되는 회사들의 구조조정 등 모두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금방 가라앉아버렸다.

물론 여기에는 관련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부분도 있고, ‘게임 중독법’이라는 공공의 적이 생긴 탓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관심이 식어버린 탓’이 아닐까. 유행가가 반짝 인기를 얻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듯, 관심도 바람 앞의 촛불처럼 사라져버렸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게임 기자로서 돌이켜보자면, “안녕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이슈를 알고는 있었지만, 알려고 하지는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만 쫓아다녀도 안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 하나가 정말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좋아요’에나 연연했다. ‘바쁘다’, ‘일이 많다’, ‘잘 모르는 곳이다’는 자기합리화 뒤에서 안녕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안녕들하신지 묻고싶다. 내 자리의 따뜻함에 옆 건물의 썰렁함을 모른척하지는 않았는지. 커다란 회사에서 길을 잃어 사무실만큼 작은 회사의 어려움을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중독법 서명 운동에 30만명이 넘게 서명했다는 소식에 귀찮음이 앞서 ‘이름’과 ‘주소’를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공들여 만든 초콜렛의 절반을 뚝 잘라 남에게 줘버리고, 남은 절반마저 나눠주는 눈물겨운 베풂에 무척이나 배불러하지는 않았는지.

지금은 안녕한 게임업계지만, 앞으로도 안녕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너무도 안녕한 사람이라면, 차가운 겨울에 조금은 덜 안녕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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