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가-콘텐츠와 시스템-레벨 디자이너-밸런싱-연출 각각 충고

대학생의 뜨거운 혈기, 청강대 게임 컨퍼런스에 불붙다.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제이에스팩토리에서 ‘청강 게임 컨퍼런스 2013(CGC)’가 열렸다. ‘진짜 개발자가 만드는 진짜 게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국내 최고 게임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래밍, 기획, 그래픽 3개의 분야에서 12개의 전문 게임 기술 강좌가 열렸다. 이에 150여명의 많은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몰리며 게임업계 취업에 큰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10시부터 진행된 컨퍼런스 중 김남훈 교수의 ‘스마트 시대 게임 기획자로 살아가기’ 강연은 게임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큰 호응을 불렀다. 그는 “제목에는 ‘살아가기’로 했지만, 사실은 ‘살아남는’ 방법이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에서 ‘미르의 전설2’ 기획팀장과 크리에이티브 PD를 맡았으며, 갈라랩에서 ‘프리프’ PD로 일한 경험도 있다. 모야소프트에서도 PD로 일하며 CCG를 만든 경력이 있으며, 청강대학교에는 2004년 외래교수로 인연을 맺었다.

김 교수는 “업계 경력을 따져보면 13년정도 된다. 그동안 게임업계에 있으면서 ‘왜 나는 이런 것들을 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취준생 여러분들의 피부에 착 와닿는 얘기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MMO는 어렵다"

그는 “현재 시장은 MMO에 투자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 시장을 살펴보면, 외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40% 이상을 잠식하고 있고, 나머지 상위권에 위치한 게임 중 신규 게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 나온 게임인지 모르겠다. 그나마 최신 게임은 ‘피파온라인3’,‘아키에이지’, ‘사이퍼즈’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온라인 시장을 크게 선점하고 있다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온라인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 나온 ‘도타2’, ‘드라켄상’, ‘다크폴’ 등 10여종의 신규 게임 중 절반이 해외 게임이다. 국내에서 기대작은 ‘검은사막’ 정도다. 왜 그럴까? 우선 국내에서 대작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400억 가량 들어간다. 하지만 게임이 나온다고 해서 꼭 흥행이 보장되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해외 게임의 경우 200억~300억 정도면 서비스 할 수 있다. 관심도 쉽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굳이 대작을 만들 이유가 적어진 것이다.”

김 교수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작아진 이유로 모바일의 확장과 ‘카카오 게임하기’의 영향력을 들었다. 그는 “국내 모바일 시장은 하루 매출 20억 이상이다. 그야말로 잭팟이다. ‘애니팡’, ‘쿠키런’, ‘윈드러너’, ‘모두의 마블’ 등 대박 게임은 수익이 엄청나다. 위메이드에서 일할 당시 스마트폰용 MMO 게임이 중국에서 100억 이상의 매출을 낸 적 있다. 그래서 ‘천룡기’와 ‘이카루스’를 제외한 모든 게임을 접고 스마트폰 게임에 올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의 등장으로 크게 달라진 것도 있다. 스튜디오마다 하나씩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만든 게임이 모두 출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바일 게임이 이제 시장의 ‘대세’가 되었다는 점이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엄청난 인기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는 “카피캣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더 이상 큰 돈을 들여 게임을 개발하지 않는다. 이미 성공을 거둔 게임을 기반으로 비슷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굳이 기획자가 머리를 싸매고 게임 기획에 힘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업 이익률이 모바일이 크게 높지는 않다. 온라인 게임에서 넥슨이 42%, 엔씨소프트가 32%인 것과 비교해, 모바일 게임에서는 게임빌이 22%, 컴투스 16%, 위메이드 12%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는 “높은 플랫폼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때문이다. 따라서 모바일 게임은 현재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 시장의 대세는 모바일 게임이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사실"

그렇다면 이런 게임의 흐름이 게임 기획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긍정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났다. 많은 팀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수혜자는 프로그래머이다. 카피캣 게임이 많아진 지금, 기획자가 설 자리가 커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어 “높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고액 연봉자 역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MMO에서 밸런싱을 하거나 레벨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다. 라이트한 게임이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고액 연봉자는 사치다”고 꼬집어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이 게임 기획 지망생에게 미치는 영향도 있다. 그는 “우선 업계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높은 스킬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최신 트렌드에는 오히려 경력자보다 지망생이 유리할 수 있다. 경력자의 경우 취향이 편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유가 없이 일하는 경력자보다 지망생들이 최신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많이 해볼 수 있어 강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아졌지만, MMO를 만들기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경쟁률이 상승했다. FPS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 “시나리오 작가-콘텐츠와 시스템-레벨디자이너-밸런싱-연출에게 충고"

그렇다면 게임 기획자 지망생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그는 기획자를 세분화시켜 각각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우선 시나리오 작가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시나리오 작가의 경우 항상 배고픈 직업이다. 글쓰는 직업은 원래 그런 것 같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보다 소설가로 뜨는게 돈은 훨씬 더 벌 수 있고, 어쩌면 게임 시나리오로 들어오는데 쉬워질 수도 있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핵심 세계관 하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판타지, 무협, 밀리터리, SF 등 하나를 택하자. 선택한 세계관의 대표작은 플레이해봐야 한다. 레벨 디자이너의 영역까지 건드릴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꾸준한 집필과 자료 수집은 말할 것도 없다.”

이어 ‘콘텐츠와 시스템’ 기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무난하다. 어디든 갈 수 있다. 플랫폼과 장르를 초월할 수 있는 강점도 있다. 역시 자신의 장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게임의 경우 다작이 좋다. 대표작은 마스터해야한다. 게임에서 만렙(최고 레벨)을 찍어 개발자들의 아픔과 목적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타 장르의 대표작들 1, 2개는 꼭 플레이하고, 이슈가 되는 게임은 한번씩 플레이 해보자. 한달에 한 번 역기획서 만들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스템 디자이너는 TRPG(턴 테이블 롤플레잉 게임)를 분석해보자. 플레이하면 더 좋다. 많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이 남는 거다”고 짧고 굵게 설명했다.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레벨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김 교수는 “MMO나 FPS에 많이 쓰이지만, 게임을 만드는데가 없으니 들어가기 어렵다. 따라서 경쟁률도 매우 높다. 이런 상황이 2년은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케치업(3D 모델링 프로그램) 습득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3D Max 기본 조작 습득도 스케치업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공간감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다. 건축과 관련된 정보를 공부하는 사람도 봤다. 분기마다 자신의 맵을 디자인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충고했다.

밸런싱에 대해서는 “신입한테 밸런싱을 시키는 회사는 가면 안된다.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게임에 대해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신입이 하기는 어렵다. 시스템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쌓아 올려 전직을 노려보자. 하지만 말만 들어도 아는 대형 프로젝트나 이미 라이브중인 게임의 빈 자리라면 괜찮다. 사수가 있을 것이고, 라이브의 경우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어려운 파트로 시스템 지식이 되어야 안정적 밸런싱을 할 수 있다. 엑셀에 대한 스킬을 확보하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장르의 대표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연출에 대해서는 “경쟁률이 높다.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액션 MORPG만 가끔 뽑는다. 액션 장르의 게임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뽑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정해진 답이 거의 없다. 콘솔에서는 이미 발달했지만 한국 게임 중 PC에서는 ‘마영전’부터 게임에서 액션의 비중이 높아졌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개념 정도는 배경 지식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 “외국어-커뮤니티 활동-이력서 관리 그리고 게임 즐기기 중요"

취준생들이 소위 말하는 ‘스펙’에 대한 경험담도 이야기했다. 그는 “외국어는 무조건 배워두면 남는다. 신입때는 많이 쓰지 않더라도 팀장급으로 넘어가면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도 가능하다. 영어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외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커뮤니티 활동도 중요하게 꼽았다. “현재 기획자를 위한 커뮤니티는 네이버에 있는 ‘게기모’가 대표적이다. 정모도 나가고 세미나도 참석하며 인맥을 넓혀라. 우연한 만남으로 인사권을 가진 인물을 만날수도 있다. 인맥관리도 중요하다.”

이력서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첫 회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첫사랑은 잊혀지지만, 첫 회사는 이력에 남기 때문이다. “시작 지점이 다르다. 작은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연봉 1800만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큰 기업은 2300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큰 기업이 어렵다면 빨리 포기하고 작지만 유망한 회사로 입사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유망한 기업인지는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3년 후에 큰 기업에 도전하는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첫 회사는 적어도 1년은 찍고 퇴사하고, 큰 회사라면 3년은 찍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프로젝트의 상용화를 보고 나오는 것이 좋다. 돈이 아닌 회사와 프로젝트를 보고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큰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에 합류할 기회가 생긴다면 도전하는 것이 좋다. 우선순위는 다 무시해도 된다. 이력으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합류하면 상용화는 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를 말했다. 그는 “학창 시절을 게임 속에서 즐기자. 남들에게는 노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기획자에게는 게임이 곧 공부다. 하나정도는 좋아하는 장르에 푹 빠져도 된다”며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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