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 현물 시장에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금시세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1㎏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은 13만9030원에 장을 마쳤는데, 이는 지난달 14일 종가 16만3530원과 비교해 약 15%나 떨어진 수치다. 이날 한국거래소 금 시장의 거래 가격 급락은 국제 금 시세 대비 국내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던 현상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방증한다.
지난달 14일, KRX 금시장에서 1g당 금시세는 장중 한때 16만85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1g당 13만 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금값이 갑작스럽게 급등하자, 시장에서는 “국제 금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당시 국제 금 시세(1g당 약 13만6130원) 대비 KRX 금값은 장중 24% 이상 고평가됐으며, 종가 기준 괴리율 역시 20.13%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하지만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우려가 부각되자, 투자자들이 단기 조정을 예상하며 신속하게 금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불과 2주 만에 국내 금시세는 15% 넘게 빠졌으며, 같은 기간 국제 금 시세는 13만6130원에서 13만4830원으로 약 0.95% 하락에 그쳤다. 국내외 금시세는 간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자, 자연스럽게 국내 금값이 큰 폭으로 하락해 괴리율이 1%대까지 좁혀진 것이다.
금시세가 단기간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미·중 무역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장기적 관점에서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투자 수단으로서 KRX 금 현물을 직접 매수하기보다는 선물이나 해외 금 현물을 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KRX 금값에 붙은 과도한 프리미엄이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금을 사들인 소액 투자자들은 높은 가격에 매수해 추후 시세가 제자리를 찾았을 때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국제 금값과의 격차가 지나치게 컸다는 점을 인지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움직임이 분주하게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달 하순부터 거래량이 급증하며 금 현물 시장에 매물 출회가 잇따랐고, 이 과정에서 국내 금값이 급격하게 하락해 괴리율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실제로 지난달 ‘김치 프리미엄’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을 때, 괴리율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은 최대 16만8500원대에 달하는 금을 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제 금 시세와 괴리율 차이가 크게 좁아지면서, 이들 가운데 일부는 단기간에 손실을 봤다는 후문이다.
국내외 금값의 괴리가 빠르게 해소되는 국면에서도 금의 안전자산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이 시장 전반의 평가다. 그러나 이번 ‘김치 프리미엄’ 사례가 보여주듯, 과도한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 위험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 시세에 기반한 합리적 가격 형성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괴리율을 비롯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