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던전앤파이터'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개발 프로세스를 개편해 콘텐츠 제공 속도를 한층 끌어올렸고 그동안 부족했던 요소들을 보완해 신선한 재미를 제공할 계획이다.
던전앤파이터는 2023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 무대에서 소드마스터, 이단심판관, 스트리트파이터(남) 리뉴얼, 강자의 길, 이면 경계를 시작으로 새로운 레이드 '아스라한: 안개신' 출시를 예고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특히 단순히 신규 콘텐츠뿐만 아니라 지금껏 부족했던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보다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편의성 및 성장 방식 개선, 리뉴얼 등을 로드맵에 담은 게 인상적이다.
가장 큰 후회는 소통 부족을 꼽았다. 특별한 내용에 신경 쓴 나머지 지속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놓친 것이다. 앞으로는 유저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호흡할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중국 지역 인기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개최된 중국 던전앤파이터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탄탄한 업데이트 내용으로 수많은 유저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2024 던파는 "준비는 끝났고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2023년과 전혀 다른 모습일 거라고 선언했다. 그 자신감을 확인하기 위해 던파 개발 중심인 이원만 총괄 디렉터, 김윤희 콘텐츠 디렉터, 홍진혁 라이브 디렉터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최근 중국 이벤트 현장에 다녀온 걸로 알고 있다. 반응이 어땠는가?
정말 뜨거웠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만큼 텐센트에서도 작심하고 행사를 잘 준비했다는 사실이 몸소 느껴졌다. 유저들도 워낙 기다렸던 행사였는지 좋은 반응을 보여줬다.
업데이트 분량도 괜찮았다. 행사도 무료하게 진행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을 보는 기분이었다. 문화적인 요소를 던전앤파이터 콘셉트와 잘 접목시켰다. 솔직히 좋은 행사에 무임승차한 느낌이었다.
Q. 소통 스타일에 많은 변화를 줬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최근에는 그리 좋다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명확했다. 우리가 무언가 있어야만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준비하고 나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에서 관련 피드백을 전달했고 개선할 계획이다.
Q. 취임 1년 정도 지났다. 그동안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반대인 것들을 언급한다면?
[이원만] 7월에 와서 성장 파트를 과감하게 삭감했다고 해야 하나. 난도는 너프하고 성장 구간을 완화한 조치를 급하게 준비했는데 나름 잘 됐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당시 유저들이 정말 힘들어 했다. 개인적으로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반대로 못 한 것을 말하자면 신작과 라이브 게임은 전혀 다르다. 신작 조직을 라이브 조직으로 포밍해야 한다. 그 세팅 과정을 거쳐야 생산성이 대폭 올라간다. 하지만 그 사이에 물리적인 공백이 발생한다. 업데이트 분량이 현저히 줄어든다.
PC 던파도 마찬가지다. 물론 던파 모바일보다는 아니었지만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후 유저들과의 소통도 진행하자고 결정했다. 사실 이걸 설명하면 말만 전한다고 여길 줄 알았다. 가장 후회된다. 던전앤파이터가 개선 때문에 콘텐츠가 못 나올 수 있다고 미리 말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커뮤니티에서도 진작 이야기하지 그랬냐는 반응이 많았다. 오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 너무 생각이 많았다.
[김윤희] 지금껏 개선한 것들과 프로세스 개선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와이드 모드가 만족스럽다. 부족했던 것은 역시나 소통이다. 너무 개발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로 인해 오해도 생겼다. 소통하는 방식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열심히 개선해 보겠다.
[홍진혁] 잘했던 건 성장 통합이 떠오른다. 아쉬웠던 것은 무용담 출시 전에 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무용담 논의가 진행됐을 당시 코로나19에 걸렸던 시기와 맞물렸다. 무용담 자체가 굉장히 파격적인 시스템이니까 내부에서 논의가 정말 활발했던 걸로 기억한다. 결국 하향 패치를 진행하는데 하필 코로나19로 더 깊게 고민해서 좋은 방안으로 선보이지 못한 게 후회된다.
Q. 전직 변경의 서 소식이 공개되고 유저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다. 기획 의도는 무엇이고 기대한 바는 무엇인가? 계속 지급할 예정인가?
황금 성장 캡슐을 굉장히 많이 드렸는데, 데이터 상으로 보니 쌓여 있는 유저가 많았다. 계속 지급하면 '또 캡슐' 소리를 듣지 않겠는가. 플레이하다 접었을 경우 던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캐릭터가 많이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던전은 고치면 되는데 캐릭터는 방법이 없다. 전직 변경의 서는 그런 의도로 나왔다.
전직 변경의 서 지급 후 효과가 있거나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도 고민해 보겠다. 굳이 지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어떤 분들은 밸런스를 놨다고 오해하시기도 하는데 그래서 일부러 밸런스 패치를 많이 하고 냈다. 데이터나 유저 반응에 따라 차후 달라질 예정이다.
Q. 일부 직업은 45레벨, 75레벨 등 주력 스킬 관련 커스텀 옵션이나 특정 직업만 이용하는 커스텀 옵션을 사용한다. 전직 변경의 서을 사용하려면 커스텀 장비를 다시 맞춰야 하는데 관련해서 시스템적으로 지원되는가?
커스텀 옵션 지원은 별도로 하지 않는다. 이계의 기운, 엠블렘 등 요소만 지원할 예정이다.
Q. 개발 효율화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가 기존보다 얼마나 상승하는 것인가?
개발 요소마다 리소스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얼마나 상승했는지는 표현하기 어렵다. 지난 시즌과 현재 시즌의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와 분량을 정확하게 비교하기도 애매하다. 다만 예측 수치로 추정하면 기존에는 동일한 리소스로 레이드를 1개만 만들 수 있었던 것을 이제 2개 만들 수 있거나 레이드 1개를 만들고 다른 것에 투자하는 여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Q. 2년 정도 주기로 1시즌이 돌아간다. 그렇다면 1시즌에 레이드를 2개 이상 나오는 것인가?
계속 개선 중이다. 작업 능률이 올라간다면 레이드를 2개 이상 출시할 수도 있다. 검토해야 할 게 있다. 레이드가 빨리 나온다 해도 레이드를 3개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 즐기는 입장에서도 피로도가 너무 크다. 이에 따라 그 생산력을 레기온에 더 투자하는 식으로 리소스를 분배할 계획이다. 분명한 건 하드코어한 난도와 라이트한 난도의 레이드 2개는 항상 스탠바이로 둘 것이다.
레이드는 설정관에서도 매우 중요한 던전이다. "어떤 설정은 레기온에 어울릴 것 같다", "이 정도 설정이면 레이드 수준에 맞다" 등 설정 자체에서도 그 여부를 고려한다. 억지로 설정을 끼워 맞추고 스케일을 키우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무조건 2개를 만든다는 것보다 설정과 시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맞춰 선보일 계획이다.
Q. 인공신 설정을 의아해 하는 유저들이 많다.
고대 테라에서 칼로소와 대립했던 12신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테라가 있는데 그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그 안에 특정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이를 활용해 인공신을 만들었다. 12신과 칼로소가 싸워서 공멸한 후 그 기운이 사도에 깃들었고 인공신은 그 기운이 빠져나간 후에 만들어진 신인 셈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사도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Q. 안개신이 이시스의 기운이 빠져나간 껍데기라는 추측이 많았다.
예리한 추측이다. 확실한 건 인공신 자체가 갑자기 투입된 설정은 아니다. 스토리 중간마다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현재 안개신이 나왔고 앞으로의 인공신도 개연성 있게 풀어낼 계획이다. 많은 기대 바란다.
Q. 향후 레이드에서는 인공신과 사도가 주기적으로 교차해서 등장하는가?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사도를 당분간 선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인공신과 결투는 향후 모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후 사도와 싸움도 펼쳐진다. 유저들이 기대하는 '디레지에'일 수도 있다. 인공신의 전투도 사도와의 결투를 계속 펼치는 힐더와의 여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Q. 두 시즌 전에 차원의 폭풍이라는 콘텐츠에서 디레지에 복선을 선보인 적이 있다. 당시 디레지에 레이드가 나올 거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결국 나오지 않았다. 디레지에 대신 인공신이 먼저 나온 이유가 있는가?
디레지에를 설명하기 위한 트리거가 필요하다. 그의 등장을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안개신과의 전투가 끝나면 사도와의 전투가 펼쳐질 것이다. 그게 누군지는 아직 모른다. 계속 강조하지만 인공신 자체가 던전앤파이터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
Q. 칼로소가 트레일러에 나왔을 때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칼로소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한 번 실패했던 설정이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던전앤파이터 스토리가... 물론 그 당시에도 어떤 생각을 갖고 만들었겠지만 나중에 보니 톱니바퀴가 맞지 않는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고 이미 등장시킨 칼로소를 갑자기 삭제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 이미 유저들에게 스토리로 각인시키고 "원래 없던 존재였다"고 말하는 것도 넌센스다. 그래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아귀를 맞추고 있다. 예전에 심어둔 설정이 많다.
보통 시즌마다 이를 어떻게 사용할 지 결정한다. 바칼과 싸운 후 선계로 나아가면서 인공신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 이 때 칼로소를 다시 풀어나가자고 결정했다. 우려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래서 안개신을 선보일 때도 인공신을 먼저 소개했다. 개연성이 없지 않으므로 칼로소 또한 준비된 영역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Q. 선계가 아라드 세계관에 마지막 지역이라 알고 있다. 선계 스토리가 끝나면 새로운 지역이 추가되는가? 기존 지역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가?
너무 미래 이야기의 스포일러이자 개발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언급하기가 애매하다. 던파의 이야기를 끝까지 구상해 둔 상태인 것은 맞지만 세부 사항에서 변화를 줄 수 있다. 선계가 추가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답변하기 어렵다.
Q. 그렇다면 선계까지 온 현재 던전앤파이터 스토리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가?
솔직히 말하면 초입부다. 이제 선계 스토리를 풀어낼 예정인데 선계 또한 정말 시작 단계다. 아직 갈 곳이 너무나도 많다. 가끔 끝을 내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한데 그 시작을 어떻게 할까 등의 고민이다. 내부적으로도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내도 될 지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Q. 카론 때부터 점과 점, 선과 선을 잇으며 기믹을 회피하는 패턴이 많다. 이 과정에서 어벤져의 경우 덩치가 커서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본다. 의도한 것인가?
캐릭터, 캐릭터 특성, 장비 특성은 모두 게임의 재미 요소라고 본다. 이러한 특성들이 던전마다 다르게 활용될 것이다. 각 특성마다 던전에서의 유불리도 분명 있다. 다만 기존에는 어떤 던전이 있으면 어떤 직업은 공략할 수 있고, 어떤 직업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만 내부에서 사전 테스트, 사전 시뮬레이션으로 모든 캐릭터가 공략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어벤져 기준에서도 해당 기믹들을 전부 파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캐릭터성, 장비 특성에 따른 유불리는 게임 특징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둑섬에서 특정 캐릭터가 유리했다면 다음 던전에서는 그와 다른 캐릭터가 유리할 수 있다. 던파 던전은 핵앤슬래시 형태의 대미지만 추구하지 않는다. 액션성을 살려낸 여러 기믹들로 공략하는 재미를 지향한다. 내부에서도 많은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직업에 따른 유불리는 계속 달라질 것이다.
Q. 이면 경계를 공개했다. 장비 성장, 커스텀 옵션 파밍 특화 던전이라고 소개했는데 기존 상급 던전처럼 일정 횟수 정해져 있는가?
정해져 있다. 현재 상급 던전이 주 2회인데 거기에 추가해서 이면 경계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다. 상급 던전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90제, 100제, 105제 등 시즌을 거듭하면서 브랜딩과 의미가 달라진 탓에 내부적으로도 혼동을 겪었다. 그래서 이번 던파 페스티벌에서 상급 던전이라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면 경계는 백해 상급 던전과 입장 횟수를 공유하지 않는다. 입장 재료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이게 설명이 애매하지만 전 시즌 상급 던전과 유사하다. 주 단위 입장 횟수 콘텐츠로 운영된다. 진행 과정에서 일부 재화를 투자하면 보상이 강화하는 형태는 고려 중이다. 그냥 주간 던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Q. 던파가 현재 성장 메타다. 그렇다면 이면 경계는 중간 성장 계단 어딘가에 들어갈 걸로 예상된다. 기존 밸런싱을 조금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성장 메타의 단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단을 계속 만져줘야 한다. 이면 경계는 빈 계단 어딘가에 위치할 것이다. 현재 4.5~4.7만 구간이 허들이다. 마의 구간이다. 확실하지 않지만 이를 보완하는 역할일 수도 있다. 주 단위로 효율 좋은 던전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예시로 들자면 폭풍의 역린 포지션과 비슷하다.
Q. 기존 잘 만들었다고 평가됐지만 현재 피로도 제한 문제로 가기 힘든 던전들은 개편될 여지가 있는가?
개편 계획이 있다. 리소스를 새로 찍어서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당연히 가장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리소스를 찍어내는 속도는 유한하다. 그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이전에 좋은 퀄리티로 만들었던 던전을 활용하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나눠야 한다. 의미를 다시 구현해야 하는 방법도 있다. 기존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할 지 관련해선 정말 매일 고민 중이다.
Q. 강자의 길은 상시로 운영할 예정인가? 상시로 운영하면 지속적인 스펙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가변명성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강자의 길은 언제나 그랬듯이 월간 단위 보상을 가진 이벤트로 진행한다. 사실 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때 도전 욕구로 가져갈 수 있는 보상이기 때문에 결국 방치되면 안 된다. 필요성에 따라 다른 콘텐츠로도 정규적인 로테이션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가변명성 또한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보상이 정말 좋을 경우 스펙이 너무 뛰어난 유저들은 매번 쉬운 난도로 초호화 보상을 얻는다. 이런 상황은 배제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선발대가 그 보상을 모두 가져가면 과금을 유도하는 식으로 전락한다. 내부에선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물론 명예 보상만 제공하진 않겠지만 무조건 특정 난도로 공략해야 좋다는 방향은 지양한다. 스펙 인플레이션으로 강자의 길을 쉽게 공략하는 스펙에 도달했을 땐 굳이 얻지 않아도 괜찮은 수준의 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Q. 안개신 레이드 무기의 '갓 모드' 관련 상세 설명 부탁한다.
현재 시점에서는 안개신의 힘을 담아 초월적인 힘을 보여준다고 답할 수 있다. 완제품 형태는 아니다. 또한 이시스와 안개의 신은 연관이 있어 보이지만 안 좋은 것들은 가져가지 않는다.
Q. 안개신 관련해서 무의 장막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계혁명: 개전과 같은 포지션으로 보이는데 개전은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프리 레이드 개념이라 고유 패턴이 있다고 전했다. 가교 역할이 무색해지지 않을까?
처음 개전을 출시할 때 고민을 엄청 많이 했다. 개전과 레이드의 패턴이 비슷해야 익숙해 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 경우 레이드의 신선한 매력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생겼다. 고민 끝에 개전을 새롭게 구성하자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결국 개전을 진행하고 레이드를 다시 학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비중을 조정했다. 비슷한 면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비슷하면 재미가 없어질 수 있으니까 새로운 무언가도 가미했다.
레이드는 다인의 협동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콘텐츠다. 가이드에선 억지로 패시브를 줘가면서 패턴 파훼를 주입하려고 했다. 결국 가이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바칼 레이드는 던전 구성을 보면 알겠지만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한 레이드다. 모든 유저들이 이 레이드에 간다면 기존 레이드와 너무 달라서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 마리 용을 활용해 도트 리소스는 동일하지만 라이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개전만의 재미와 가이드 제공을 모두 충족시키고 싶었다.
안개신 1페이즈 학습은 무의 장막에서 거의 이뤄진다. 상성도 학습이 필요하다. 신수를 이용해 앞단에서 익힐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개전에서는 레이드와 같은 보상이 있어 바칼 레이드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보상 체계도 이를 고려해 설계하고 있다.
매번 똑같이 만들지 않겠지만 이 던전의 IP에 따라 배울 필요가 있는 요소들은 사전에 학습시킨다는 개념이다. 즉 무의 장막은 신규 유저들이 레이드에 보다 수월하게 정착하려면 어떤 포인트를 잡아주면 좋을까 고려해 만든 레이드라 볼 수 있다.
Q. 바칼 레이드를 가려면 모든 공략을 다 익혀야 한다. 공대장 부담도 심하다. 안개신 레이드를 보니까 개인이 수행해야 할 역할만 안다면 공대장 부담이 줄어든다고 예상된다.
내부에서 추구하는 던전의 방향은 설정과 IP에 도전자들을 녹아들게 만드는 것이다. 바칼 레이드의 패턴, 레벨 디자인 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게이볼그와 함께 싸운다는 느낌을 받길 원했다.
지금도 바칼을 힘들어 하는 유저들이 많다. 던전앤파이터 레이드는 페이즈 단위 선택이 중요한 경향이 있었다. 이번 레이드는 기존 성향과 다른 레이드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때 공대장의 선택과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레이드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과거 이시스도 공대장 부담이 컸던 레이드였다. 분명 앞으로 내리고 뒤로 내려야 하는데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3명이 내리는 등 혼잡한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혼잡을 줄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Q. 바칼 레이드에서 메테오 등 가시성이 아쉬운 기믹이 있었다. 안개신에서 걱정되는 패턴이 있는가?
만약 걱정되는 요소가 있다면 당연히 수정한다. 내부 테스트로 대부분 걸러진다. 간혹 100개 중 98개를 캐치하고 2개를 놓칠 수 있다. 퍼스트 서버에서도 피드백을 받으므로 이 과정에서 인지하고 수정된다.
Q. 워닝 사인이 없어지고 전조가 많아졌다. 전조로 바뀌니까 파티원과 본인의 스킬 이펙트를 최소치로 줄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를 개선할 방향이 없을까?
가시성 관련해선 차원 회랑 때도 있었고 계속 지속적으로 기존 패턴처럼 어울리게 만들었다. 이면 경계도 배경과 던전 패턴이 어울리는 워닝 사인이 포함돼 있긴 하다. 레이드, 어둑섬의 경우 누가 봐도 워닝 사인이라고 보이도록 적용해 봤다. 이제 아트팀도 가시적인 부분을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나아질 것이다.
바칼 이후 파티원 바디, 캐릭터 바디, 실루엣들이 보이게 하는 등 다양한 옵션 처리에 고민하고 있다. 다만 실루엣 처리를 적용하면 기술적으로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성능적인 이슈와 최적화도 고려해야 한다. 바칼 이후 내 캐릭터 위치, 몬스터 위치, 실루엣 등 전투에 필요한 디테일한 요소들을 어떻게 선보일 지 고려 중이다.
Q. 안개신 레이드에 미지의 숲과 같은 8인도 존재하는가?
4인을 넘는 콘텐츠는 없다. 미지의 숲이 기능적으로 다소 도전적인 콘텐츠이지 않는가. 그런 도전을 내부에서 계속 연구 개발한다는 증거라고 봐주면 좋겠다. 8인으로 돌려보고 데이터를 검토했을 때 괜찮겠다면 상위 콘텐츠에 적용하고, 반대라면 철회하는 방식이다. 사실 8인으로 선보이면 다양한 패턴들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준비해 봤다. 만약 그게 잘 어울린다고 판단되는 콘텐츠가 추가될 시점엔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Q. 던파에 아직도 새로운 도전이 있다는 게 신기한데 재투자를 결정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영업이익이 높은데 왜 재투자를 안 하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 때 답변과 똑같다. 많은 사랑을 받아 돈을 벌었다. 그 사랑이 유지되고 있다. 재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유저들의 눈높이도 점점 높아진다. 예전에는 레이드 1개를 만들면 2~3년도 버틸 수 있었던 반면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재투자를 하지 않으면 괴리가 발생한다. 그 괴리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Q, 무용담 골드 하향 당시 경제 때문에 골드 수급량을 줄인다면서 봉인된 자물쇠 이벤트로 생산되는 골드는 늘리는 게 말이 되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무용담 골드가 성장에 금방 소모된다. 수급량이 부족한 구간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봉인된 자물쇠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러한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 상황이었다. 인플레이션이 이 정도의 추세를 보인다고 갑자기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는 않는 것처럼 임계치가 있고 그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내부 데이터 상으로 봉인된 자물쇠 골드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무용담 골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 물론 유저 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향이 있지만 굉장히 시급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현재 성장하는 유저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 실제 지표가 임계치에 도달했어도 차일피일 미뤘다. 이러한 무소과금 유저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시행한 패치다.
Q. 4.2~4.7 구간이 특히 힘들다. 사실상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바칼 레이드를 가서 75레벨 아이템을 경매로 먹어야 한다. 경매로 아이템을 수급한 당사자는 100만 골드 정도 더 투자한 셈인데 시스템 상에서는 거래가 된 것이니 골드가 삭제되지 않고 순환된 개념이다. 여기서 간극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경매 시스템을 조정할 생각은 없는가?
시스템 소모보다는 성장 메타에서 골드가 직접 생산되는 루트가 생긴 것이다. 과거에는 아니었다. 과거에는 유동성이 중요했다. 목돈으로 5~6억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들고 있다는 건 이벤트가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내가 골드가 생기면 옆사람을 계속 움직였다. 패키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골드가 삭제되는 건 지금보다 덜했는데 좌우로 골드가 계속 흐르니까 누군가는 쌓이고 누군가는 안 쌓이고 하는 상황이 덜했다. 시세도 괜찮았다. 그러나 생산, 소모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소모량이 아무리 많아도 누군가는 골드가 쌓이고 누군가 진짜 부족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소모 골도 관련 중요도는 2순위 정도로 본다. 유저들 간의 골드 순환이 가장 중요하다. 경매 시스템으로 골드를 소각한다고 해서 경제 지표나 시세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성장을 체감하는 구조가 성장 메타에서 중요하다. 4.2~4.7 구간은 해당 명성치로 갈 수 있는 콘텐츠를 전부 진행하고 클릭 몇 번해서 성장을 조금이나마 성장을 할 수 있는 구간이다. 최저 레벨대 보정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려고 한 것도 있지만 이로 인해 강제되는 부분도 있다. 그 구간이나 그 위 구간에서 성장하려면 최저선이 올라가 이스핀즈까지 다시 내려가는 유저도 있다.
피로감을 주는 부분에 있어선 계속 고민하는 단계다. 해당 구간의 정체기를 어떻게 하면 완충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어둑섬 하향 패치를 했는데 캐릭터를 키우는 갯수와 명성에 따라 사람마다 느끼는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 과거에는 몇 억씩 골드를 들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라이브에서 급진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15년 간의 지표 흐름이 다양해졌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어둑섬 하향도 단행했다는 느낌이 크다. 쉽지 않다.
Q. 헌터의 경우 묵직한 저격수 캐릭터, 비질란테는 변신형 캐릭터로 나왔다. 조작 방식이나 콘셉트를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가?
헌터는 조작 자체는 어렵지 않다. 운영 난도가 낮고 직관적이지만 최대 효율을 내는 것은 또 어려운 구조다. 그런 점에서 차별성이 있을 것 같다. 큰 어려움 없이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헌터만의 액션성을 주기 위한 장치가 있을 것이다. 비질란테 역시 인간형과 변신형을 섞어 가며 플레이할 수 있다. 각 형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나뉘지만, 무조건 써야 하는 스킬로 인해 변신이 강제되지는 않는다.
Q. 던파 페스티벌에서 이단심판관 리뉴얼이 공개됐다. 이단심판관은 불을 쓰는 캐릭터인데 화상 트리거도 없고 성수 이용하는 것도 없어 밋밋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리뉴얼이 어떤 의도로 진행됐으며 추가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이 있는가?
확실히 공개되기 전까지 전직 변경의 서를 사용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던페에서 보여드린 메인은 외형이었고, 성능은 퍼스트 서버 적용과 이후 조정으로 변경될 수 있다.
Q. 여 격투가 도트와 여 거너 도트 변경 얘기가 없었다. 혹시 이와 관련한 소식 공유가 가능할까?
여 격투는 도트 팀이 열심히 뼈를 갈아넣어 작업하고 있다. 던페 때 공유드릴까 했는데, 던페는 1월부터 7월까지 확정된 콘텐츠를 공유드리는 자리라 디톡스, 아주센 등 다른 이벤트에서 말씀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던페에서는 알리지 않았다. 여 거너도 마찬가지다.
Q. 디렉터 맡고 오프라인 던파 페스티벌은 처음인데 소감이 궁금하다.
오프라인 행사가 오히려 더 긴장이 줄어든다. 온라인으로 할 때는 아무도 안 계시고 채팅창만 보기 때문에, 좋은 이슈를 말해도 표정을 볼 수가 없으니 "정말 괜찮은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프라인은 유저를 직접 모시고 호응을 보고 표정 변화를 앞에서 볼 수 있으니까 피드백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페스티벌은 놀이동산, 축제와 같이 '즐겁게 노는 장소'라고 생각하는데 온라인으로 진행했을 때는 '발표회'라는 인상이 강하다. 온라인으로는 질의응답, 청문회 위주로 진행되는데 그런 창구는 현재도 많다. 오프라인 던페는 1년에 한 번쯤 개발진과 유저가 만나 소통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자리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해서 직접 유저와 소통하고 내부 계획도 전달할 수 있어 기뻤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이번 업데이트 정말 많이 준비했다. 기대해도 좋다. 양질의 콘텐츠로 보답하겠다. 열심히 한다는 말은 너무 많이 했다. 이제는 잘 하겠다. 그동안 노하우가 너무 부족했다. 지금은 보완하기 위한 빌드업을 완료했다. 던전앤파이터를 향한 신뢰를 회복할 시간이다. 선계와 내년부터는 분명 나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