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맛에 비하면 하는 맛은 아직…”

엔씨소프트가 지스타 2023에서 선보인 LLL 시연 소감이다. 엔씨 시연작 중 가장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가. 아직 출시일이 한참 남은 것을 감안하면 준수하지만 이 정도로는 여타 루트 슈터 게임과의 경쟁에서 이길 확신이 부족하다.

LLL은 PC∙콘솔 플랫폼으로 준비 중인 오픈월드형 슈팅 게임이다. 흔히 루트 슈터 게임으로 불리는 데스티니 가디언즈, 더 디비전과 유사한 게임성을 지닌다. 대체 역사 SF 설정으로 특정 사건으로 인해 역사가 바뀐 모습을 그린다. 파괴된 서울과 10세기 비잔티움 등 시간대가 뒤섞인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지스타 2023 시연 버전에서는 파괴된 서울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래픽과 비주얼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하다. 게다가 워낙 익숙한 한국 지역을 게임에서 보니까 반가웠고 각각의 지형지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로딩이 없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모든 지역을 심리스 월드로 구현해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를 만끽할 수 있다.

시연 버전인데도 전반적인 최적화는 훌륭한 편이었다. 일부 연출과 상황에서 프레임 저하 현상이 발생했지만 예상보다 뛰어난 최적화에 내심 놀랐다. 비주얼도 합격점이었다. 기본적으로 TPS이지만 조준 방식에 따라 FPS 감성으로도 즐길 수 있다.

정작 게임 플레이는 물음표였다. LLL은 급박한 상황을 대처해야 하는 루트 슈터 게임이다. 또한 적을 처치하는 슈팅 재미가 핵심이다. 문제는 총을 쏘는 손맛을 확실히 느끼기 힘들었다. 타격감은 물론 사운드도 밋밋했다. 피격 시 이펙트가 뚜렷했다면 루트슈터의 매력을 체감했을텐데 아쉽다.

게임 패드로 즐기면 진동으로 조금 나았을 것이다. 그래도 진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 LLL이 재미 없는 게임은 아니지만 기존 루트 슈터 게임들 대신 즐겨야 할 매력도 딱히 찾지 못했다. LLL이 정식 출시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실성을 너무 강조한 게임성도 의구심이 든다. 최근에는 직관적인 시스템과 규칙을 지닌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복잡한 시스템으로 설계되면 게임을 시작하는 것부터 허들로 느끼기 때문이다.

LLL은 너무 복잡하고 가시성이 떨어졌다. 사격에는 기본적으로 탄도학이 적용됐다. 클래식 TPS를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만족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루트 슈터 혹은 TPS를 처음 즐기는 입장에선 큰 허들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탄환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생각해야 한다. 

분명 에임을 제대로 놓고 발사하는 데 대상이 맞지 않는다. 기자의 에임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대미지나 HP 표기도 없으니까 탄환을 얼마나 소모해야 하는지, 어떤 무기로 상대해야 효율적일지를 계산하기 어려웠다.

화면에 숫자가 보이지 않으니까 비주얼적으로 멋지고 현실성도 한층 살아났지만 이렇게 난도를 높이는 것보다 조금은 캐주얼하게 타협하는 것이 대중들에게 더 호응을 받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 그래픽 및 비주얼 "누가 봐도 엄지 척 퀄리티"

캐릭터 디자인은 매우 사실적이다. 예쁜 미소녀 캐릭터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LLL을 떠올릴 때 함께 연상할 만한 비주얼의 캐릭터는 없었지만 리얼리티는 최고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주인공은 여성, 남성으로 정할 수 있다. 시연 버전에서는 남성 캐릭터만 가능하다. 여성 캐릭터 디자인에도 궁금증이 유발됐다.

그래픽과 연출은 훌륭하다. 디테일에 공을 많이 들였다. 중간마다 텍스처가 많아지거나 낙하와 같은 고속 이동 장면에선 프레임 저하 현상이 발생했지만 시연 버전인 것을 감안하면 준수했다. 시작할 때 캐릭터가 슈트를 입는 장면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처음 선보인 아이언맨 나노 슈트 연출과 정말 유사한데 멋지게 잘 표현했다.

첫 스토리 서사로 게임 플레이 동기 부여를 확실히 제공한다. 이 때 캐릭터들의 어색한 모션이 눈에 들어왔다. 수정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슈팅 게임에서 스토리가 엄청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적어도 왜 서울을 가야 하는지, 서울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스토리 연출로 확실하게 명시하니까 마음에 들었다.

시연 버전 지역이 서울이라는 사실은 랜드마크로 알아챌 수 있다. 전부 폐허라서 랜드마크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서울이라고 직감하긴 어렵다. 곳곳에 한글 간판, 한글 팻말로 “여기가 한국이다”고 인지된다.

지형지물 표현은 만족스러웠다. 전투를 조금 즐긴 퀘스트보다 다양한 지역을 감상하는 것에 집중했다. 도로 표시, 바리케이드, 택배 상자 등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 “이런 것도 신경 썼네”라고 감탄했다.

 

■ 조작감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다"

W, A, S, D 버튼 이동 방식과 1, 2, 3 버튼 무기 교체 그리고 상호작용 전용 버튼을 사용하는 방식은 여타 TPS 게임과 비슷하다. 일부 특수 키를 제외하면 조작 관련해선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LLL에서는 택틱컬 기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슈트마다 능력이 다른 택틱컬 기어가 LLL만의 차별점이자 게임 진행을 원활하게 만드는 요소다. 총기류만으로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을 상대하기 어려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때 경장갑, 중장갑 타입에 따라 효과적인 택틱컬 기어가 다르다.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으니까 상황에 맞춰 능력을 펼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예를 들면 중장갑을 가진 오크는 저격 대미지에 약하고 파워로더의 경우 약점을 먼저 공격해야 하는 만큼 저격 탄환이 유리하다. 

스토리는 노란색 아이콘과 파란색 아이콘으로 이뤄졌다. 흔히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다. 참고로 네비게이션이 없다. 루트 슈터 장르를 처음 시작한 게이머들은 어디로 가야 할 지 헤맬 가능성이 높다. 스토리 연출 시 캐릭터들의 대화를 잘 확인하고 노란색 아이콘을 따라가는 편이 좋다.

전투 시 중요 전략인 엄폐는 편의성을 많이 고려했다. 엄폐 후 사격을 포함한 추가 동작이 자동이다. 지스타 2023 시연 버전에선 생존이 쉽도록 시연 전용 보정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만약 없었다면 꽤나 도움이 될 만한 장치였다.

 

■ 전투 "LLL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전투는 아직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2024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게임이라 당장 판단할 순 없지만 시연 버전만 봤을 땐 다소 난잡한 느낌이었다. 탄도학, 거리, 장갑 특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며 급박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니까 정신이 없었다. 

당연히 클래식 TPS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은 이러한 게임성을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 캐주얼 TPS만 즐기거나 TPS에 경험이 많지 않은 게이머들에게는 난관이다. 그렇다고 클래식 TPS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깊이감이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둔탁한 속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슈팅 감각이 최우선 해결 과제다. 개발진은 거리에 따라 대미지가 감소하고 어느 부위에 적중하느냐에 따라 다를 거라고 말했다. 이 때 “정말 거리의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미지 표기가 없으니까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대미지 자체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적이 너무 안 죽으니까 금세 지루해졌다.

무엇보다 총을 격발하고 맞췄을 때 전해지는 밋밋한 경험이 결정적 문제다. 손맛이 부족하달까. 쏘는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게임의 재미가 확실히 절감됐다. 이펙트, 진동 효과, 흔들림, 사운드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슈트는 카이우스, 제레온, 아스클라스 등 다채롭게 제공한다. 카이우스가 표준형인데 표준 그 자체다. 오히려 기동력에 특화된 제레온, 방어력에 특화된 아스클라스 등 무언가에 특출난 능력을 갖춘 슈트가 더 유용했다. 거대 로봇은 탑승하지 못했다.

총기 반동은 꽤 큰 편이다. 모든 무기를 사용하진 못했지만 저격총뿐만 아니라 라이플 반동도 심했다. 현실성을 고려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현대 시대 관점이다. 낙하 대미지를 입지 않을 정도로 고도화된 슈트를 착용하는 미래 시대에 이렇게 반동이 심한 총기류를 사용할까 의문이 들었다. 

즉 LLL은 완성까지 꽤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게임이다. 다행히 세계관 등 여러 요소에서 흥미를 돋운 만큼 클래식 TPS와 캐주얼 TPS 사이에서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정한 후 클래식 위주라면 깊이감을, 캐주얼이라면 대중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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