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 계정 1400만 돌파…요시다 나오키 PD 인터뷰

일본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하고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PC MMORPG ‘파이널판타지14’가 성공 신화를 다시 썼다. 2018년 8월 기준 한국, 미국, 일본, 유럽, 중국 5개 지역을 합쳐 누적 등록 계정수 1400만개를 돌파한 것이다. 글로벌 론칭 기준으로 5년, 한국 론칭 기준으로 3년만에 거둔 쾌거다. 이제 ‘파이널판타지14’가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PC MMORPG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5일 서울 강남구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요시다 나오키 ‘파이널판타지14’ 총괄 PD는 “글로벌 전체로 보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돈을 벌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고 강조하며 “한국 유저들은 (서비스 종료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도 변함 없이 업데이트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 한국 운영팀의 월급은 앞으로도 계속 잘 나올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농담을 던졌다.

‘파이널판타지14’ 한국 버전은 4.3패치인 ‘달빛 아래의 꽃(가칭)’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버전에서는 지난 5월 22일 먼저 업데이트된 패치다. 4.0패치 ‘홍련의 해방자’에서 시작된 캐릭터들의 운명은 4.3패치에서 비로소 완결을 맞는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개발진은 스토리와 전투가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신경을 썼고, 상호 작용을 통해 유저들은 방관자에서 벗어나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요시다 PD는 “이렇게 스토리와 전투가 잘 녹아든 패치는 없었다는 평가를 글로벌 곳곳에서 받았다”며 “한국 유저들은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4.3패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제작자로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성우들이 열연을 펼쳤기 때문에 이 부분을 주목해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4.3패치를 앞둔 한국 버전과는 달리, 글로벌 버전에서는 얼마 전 4.4패치인 ‘광란의 전주곡’이 업데이트됐다. 한국 버전과의 간극은 6개월 가량으로, 더 이상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번역과 음성 수록 등의 현지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시다 PD는 “글로벌 버전과 한국 버전의 동기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4주년을 맞은 중국 버전과 3주년의 한국 버전을 합치는 것은 고려하고 있다. 일본 개발팀도 개발 코스트를 줄일 수 있고, 유저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언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글로벌 버전의 4.36패치에 선보여 호응을 얻었던 ‘몬스터헌터’와의 콜라보 이벤트는 당장 만나보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4.3패치가 아닌 4.36패치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요시다 PD는 “콘텐츠를 미리 업데이트하면 나중에 할 게 없지 않겠냐”며 “이벤트를 기대했던 한국 유저들은 4.36패치를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요시다 PD는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다른 나라에서 게임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하려면 콘텐츠 뿐만 아니라 PC방과 같은 유통 시스템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입시와 취업 준비에 내몰린 젊은 세대들을 PC MMORPG 시장으로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운영팀으로부터 한국 젊은이들은 30대 초반이 되어야 취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들이야말로 게임을 더 즐겨줬으면 하는 세대인데,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서 PC를 사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PC방을 찾는 것이 아닐까. MMORPG는 꾸준히 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세대들은 플레이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파이널판타지14가 한국 서비스 4주년, 5주년을 맞을 때는 한국 시장에 맞는 게임 디자인과 운영 전략을 세밀하게 짜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 바깥의 글로벌에서는 MMORPG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등의 1세대 MMORPG를 즐기던 세대들이 돌아오기도 했고, 10대와 20대의 젊은 세대들도 ‘파이널판타지14’를 통해 MMORPG의 재미에 눈을 뜨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30대의 경우 게임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해 캐주얼게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4~5년만 지나면 이들도 여유를 찾고 MMORPG에 관심을 돌릴 것”이라며 “덕분에 MMORPG 시장은 향후에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요시다 PD는 라이벌로 거론되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에 대한 생각과 개발팀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파이널판타지14’의 누적 등록 계정수가 1400만개를 돌파한 지금도 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경쟁한다는 생각은 없고, 개발팀을 존경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처럼 오랫동안 폭넓은 사랑을 받은 게임이 되고 싶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여름 E3에서 인연이 닿아 블리자드 본사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를 맞이하러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개발진들이 나왔는데, ‘파이널판타지14’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개발진 중에 ‘파이널판타지14’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개발진들도 파이널판타지14가 실패를 딛고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만남을 통해 서로의 게임을 더욱 좋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요시다 PD는 ‘파이널판타지14’를 모바일 MMORPG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스퀘어에닉스의 다른 팀에서 추진할 수는 있어도, 자신이 주도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딱 맞는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그는 일본에 출시되어 성공을 거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을 예로 들었다. 그는 “게임을 직접 해보니 자동화가 많이 되어 있어서 시스템적으로는 잘 만들었다고 느꼈다”며 “혹자는 자동화된 게임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겠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게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 모바일 MMORPG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하지만 나에게는 노안이 있어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는 파이널판타지14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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