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400시간 넘게 만든 호러 어드벤처게임 ‘장막소녀’, BIC 페스티벌서 눈길

어둠 속에서 한 소녀가 울고 있다. 마녀에게 아름다운 눈을 빼앗긴 가여운 소녀의 울음소리는 잠들어 있던 그녀의 그림자를 깨우게 된다. 자신조차 스스로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그림자는 소녀를 도와 소녀의 눈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14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PC게임 ‘장막소녀’는 몽환적이면서도 동시에 잔혹한 분위기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게임의 진행방식은 기존의 어드벤처게임과 비슷하지만, 유저를 심연으로 잡아끄는 개성 넘치는 스토리가 게임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 게임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목표금액의 186%인 139만5300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2019년 1월에 스팀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 게임은 20대 초반의 여성 개발자 ‘봉지냥(본명 신다의)’이 기획부터 출시까지 혼자서 도맡아 만들고 있는 작품이다. 독학으로 게임을 배운 그녀의 첫번째 상업용 게임이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장막소녀’ 개발을 시작해 약 9개월간 꼬박 이 게임에 매달렸다. 그녀는 “개발에 들인 시간만 400시간이 넘는다”며 “혼자 만들다보니 자유로워서 좋지만,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힘든건 사실”이라고 웃었다.

봉지냥은 ‘RPG메이커 VX ACE’를 사용해 ‘장막소녀’를 만들었다. ‘RPG메이커’는 그녀가 초등학생 때부터 애용해온 게임 툴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꾸준히 게임을 만들어왔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BIC 페스티벌에도 지인을 따라서 참가하게 됐는데, 예상치도 않게 덜컥 심사에 붙어 단독 부스를 내게 됐다. 꾸준히 쌓아온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혼자서도 충분히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자신있는 것은 일러스트지만 스토리 짜는 솜씨도 그에 못지 않다. 특히 ‘장막소녀’의 스토리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림자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반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출시되면 확인해달라”고 말을 아꼈다.

BIC 페스티벌에서 ‘장막소녀’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그녀는 “분위기가 무섭다는 분도 계시고 내용이 흥미롭다는 분도 계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의 반응은 좀 더 엄격하다. 그녀는 “중학생 여동생과 초등학생 막내가 보더니 나쁘지는 않다고 하더라”며 “빨리 만들어서 돈벌어오라고 재촉하기도 한다”고 웃었다.

그녀의 닉네임 봉지냥은 봉지와 고양이를 결합한 합성어다. 그녀는 “선풍기를 겨울에 보관할 때 비닐봉지를 씌우는데, 그게 마치 고양이 귀처럼 보인다”며 “별 뜻 없이 닉네임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혼자 게임을 만들 생각이다. 벌써 ‘장막소녀’ 차기작 구상도 끝냈다. ‘드리밍캔들샵’이라는 게임이다. 그녀는 “좋은 꿈을 꾸게 만드는 양초악마 이야기”라며 “장막소녀보다 조금 더 아기자기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막소녀를 지켜봐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돼서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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