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대회 PGI 2018, 최고시청자 수 6000만명 돌파

펍지주식회사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e스포츠대회 ‘PGI 2018’은 시작 전부터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쏟아진 대회였다. 적어도 한국에서의 분위기는 그랬다. 배틀로얄 장르의 e스포츠 중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부터, 얼리억세스 출시 1년이 조금 지난 게임으로 글로벌 대회를 연다는 것도 무모해 보였다.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배그 경기를 누가보나”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심지어 이 대회는 펍지주식회사가 직접 개최한 첫 공식대회였다. 펍지는 블루홀 지노게임즈 시절부터 이 정도 규모의 대회를 열어본 경험이 없는 회사다. 장소는 독일 베를린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인데, 대부분의 펍지 직원들은 처음 가본 장소였다. 소방법 등 독일 현지 법률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대회를 준비해야했기에, 경기장에 배너 하나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되니 대회가 무사히 잘 치러질수 있을까부터 걱정스러웠다.

대회는 독일 현지 시간으로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총 5일간 개최했다. 25일과 26일에는 3인칭 모드(TPP), 28일과 29일에는 1인칭 모드(FPP)의 경기가 열렸다. 7000석의 자리는 4일간 모두 매진됐다. 대회 결과 한국의 젠지 골드가 TPP 모드에서, 중국의 OMG가 FPP 모드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 프라이팬을 들어올렸다.

e스포츠 데이터 분석회사인 ESC에 따르면, PGI 2018 대회 최고시청자 수는 약 6015만 명이었다. 이는 중국 시청자들을 포함한 수치다. 특히 FPP 모드 2일차 경기에서는 중국에서만 5961만 명이 시청했다. 이날은 전날 무시무시한 ‘여포 모드’를 펼쳤던 중국 팀 OMG가 사실상 우승을 확정짓던 시점이다. 아직 펍지주식회사가 공식적인 수치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배틀그라운드’ 경기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인기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펍지 측은 현재 공식적인 시청자 수를 취합하고 있으며, 취합이 완료되면 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베를린에서 만난 펍지주식회사의 김창한 대표와 권정현 CMO는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해외에서 프로 e스포츠 대회를 연다는 것 자체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 동안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은 뛰어난 경기력으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했지만, 한국 게임으로 플레이를 하기는 힘들었다. 권정현 CMO는 “펍지가 가진 이스포츠의 꿈은 원대하고, 멀리 있다”며 “이번 PGI를 통해서 그 꿈에 한걸음 더 나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펍지에 합류하기 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펍지주식회사가 ‘보는 재미’를 향상시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배틀그라운드’ 경기는 워낙 많은 팀들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기에, 전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꼽혔다. 시청자마다 응원하는 팀, 보고 싶은 팀이 다르다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권정현 CMO는 이번 경기의 중계 방식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100명이 출전한 마라톤 경기에서 100명이 처음부터 어떻게 뛰는지 모두 다 알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PGI 2018에서는 출전한 20개 팀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팀을 골라서 볼 수 있게 했다. 대회는 하나지만, 공식적인 방송 채널은 20개가 제공됐다. 각 팀을 따라다니는 옵저버가 모두 달랐다. 대회는 펍지가 제공한 이 20가지의 화면을 각국의 방송사, 혹은 스트리머들이 골라서 보는 구조로 진행됐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국 방송사들은 한국 팀인 젠지 골드와 젠지 블랙의 화면 위주로 방송을 진행했다. 한국 시청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팀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실제 경기장 내부에 설치된 메인 스크린에서는 유럽 팀을 중심으로 경기를 보여줬고, 중계 언어는 영어였다. 미니맵과 각 팀의 생존 인원 수는 화면을 분할해 따로 보여줬다. 만약 그 화면을 그대로 한국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면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새롭게 적용한 UI도 인상적이었다. 맵 화면에서는 팀의 로고와 해당 팀이 속한 국가의 국기를 함께 등장시켰다. 전투에서는 총알이 날아가는 모습과 수류탄의 투척 궤적이 표기돼 교전 상황을 시청자들이 빠르게 알 수 있도록 했다. 팀마다 다른 색깔의 총알 궤적은 마치 전쟁 영화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현장의 관객들은 교전이 벌어지거나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면 박수를 치거나 환호성을 질렀다.

첫 대회이기 때문인지 현장에서는 미숙한 점도 눈에 보였다. 펍지는 현장을 찾은 관객에게 ‘배틀그라운드’ 스킨과 티셔츠 등의 선물을 나눠줬는데, 이 선물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경기장 2층 복도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때로는 줄이 너무 길어, 경기장을 거의 한 바퀴 감을 정도가 됐다. 선물을 받으려는 관객이 몰린 탓도 있지만, 배포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경기가 시작되어도 줄을 선 관객들은 좀처럼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경기장 안의 객석 의자는 텅텅 비는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경기 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부족했던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포토존, 굿즈샵, 워 모드 존 등이 있었으나 그 규모는 크지 않았다. 첫 날 오프닝 세리머니를 제외하면 무대에서도 경기와 시상식, 즉석 선물 이벤트 정도만 진행됐다. 물론 대회이니 경기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먼 길을 달려온 관객들을 위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볼거리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였다.

이번 PGI 2018 대회만을 놓고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막연한 성공이나 실패를 단정 짓기는 힘들다. 20개의 채널을 제공하는 중계 방식을 각 지역대회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포인트 시스템과 대회 운영 방식, 그리고 UI는 어떻게 더 보완할 것인가 등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이 대회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펍지주식회사에 따르면 아직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시작도 하기 전이다. 본격적인 ‘배틀그라운드’ 정규 리그는 2019년에 시작되며, 첫 공식 월드챔피언십 대회 역시 2019년 하반기에 열린다. 그때까지 얼마나 더 세심하게 대회를 가다듬느냐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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