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어트랙션과 5개 ‘큐브’로 지루할 틈 없어 인기

일평생 총이라고는 만져보지도 않았을 것 같은 20대 초반의 여성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슈팅 어트랙션 ‘탑 발칸’에 올라탔다. HMD를 쓰고 나면 그녀는 비행 조종사가 되어 전장으로 날아가게 된다. 스탭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탑 발칸’은 급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억!” 평소라면 절대로 그녀의 성대를 거치지 않았을 굵직한 익룡 소리가 새어나오자 구경하던 친구들이 깔깔거리며 박수를 쳤다.

건너편에 마련된 부스 형태의 ‘큐브’에서는 남녀 커플이 좀비 슈팅게임 ‘좀비킬’에 푹 빠져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좀비에 놀란 여성이 HTC 바이브 콘트롤러를 허공에 휘두르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취하자, 남성은 이 멋진 장면을 놓치지 않겠다는듯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추억을 동영상에 담았다.

인천 송도 트리플스트리트에 위치한 400평 규모의 대형 VR테마파크 ‘몬스터VR’은 평일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주 연령대는 20대로, 커플과 친구들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하지만 주말에는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도 많이 방문한다는 게 ‘몬스터VR’측의 설명이다.

8월 초 개장한 ‘몬스터VR’의 유료 입장객 수는 3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전국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한 VR테마파크 중 단연 돋보이는 기록이다. 특히 주말에는 티켓팅 대기시간만 1시간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몬스터VR’을 운영하는 박성준 GPM 대표는 “대외적으로 홍보는 하지 않았지만, VR 테마파크 사업장 중 최고 매출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몬스터VR’ 탐방에 나섰다. 먼저 27개에 달하는 어트랙션들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어트랙션은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끼워서 쓰는 삼성 ‘기어VR’을 많이 사용한다. 이 때문에 PC와 케이블로 연결된 하이엔드 HMD보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VR콘텐츠들을 제공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물이 도드라지는 입체(스테레오스코픽)영상이 아닌 구체 스크린에 비춰지는 평면(모노스코픽)영상을 보여주거나, 해상도가 낮은 입체영상을 사용한다.

‘몬스터VR’의 어트랙션도 이러한 스마트폰 HMD의 단점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네마VR존’에 마련된 비브스튜디오스의 ‘볼트(Volt)’는 좀 달랐다. 평면영상이긴 하지만, 화려한 연출로 인해 입체영상에 버금갈 정도로 실감난다. 게다가 어트랙션 앞부분에 바람이 부는 선풍기(?)를 설치해 박진감을 더했다. ‘볼트’는 올해 1월 미국의 VR콘텐츠 어워즈 VR FEST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그간 한국에서 열린 각종 VR전시회에서도 관람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바 있다.

멀미가 걱정되는 초심자라면 ‘정글어드벤처존’의 ‘VR열기구체험’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다. 열기구 모양의 어트랙션을 타고 정글 상공을 날아다니며 경치를 구경하는 콘텐츠로, 비교적 움직임이 없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익사이팅존’의 ‘탑 발칸’이나 ‘롤러코스터’도 인기가 많은 어트랙션이다. 현장에서 만난 스탭은 “주말이 되면 대기열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어트랙션 체험을 마치고 고품질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큐브’로 가봤다. 이 곳에는 HTC 바이브로 ‘몬스터VR’이 제공하는 20여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하이엔드 HMD인만큼 콘텐츠의 품질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도 많아서 인기가 높다. ‘큐브’야말로 ‘몬스터VR’의 재방문율을 책임지는 효자인 셈이다.

‘큐브’에서는 VR게임 말고도 마마무, 아스트로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SBS 인기가요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VR로 담은 영상도 제공한다. 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몬스터VR’ 테마파크는 인천 송도의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송도점의 성공에 힙입어 GPM은 서울, 부산, 강원도, 제주도 등에 테마파크를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부산에서 송도까지 올라와서 티켓팅만 한시간씩 기다리는 불상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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