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의 감성과 특징 드러난 게임 용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기대작 ‘리니지M’이 6월 21일 정식 출시된다. ‘리니지M’은 PC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모바일에 구현한 MMORPG로, 원작의 감성과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왕년에 ‘리니지’를 재미있게 즐겼던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리니지’는 유저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게임이 서비스를 이어온 18년동안 유저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유행어와 용어가 탄생했다. 이 용어 하나하나에 추억이 묻어나고, 시대상이 비춰진다.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그 시절 ‘리니지’의 감성과 특징이 드러났던 게임 용어들을 추려봤다.

인삿말에서 거절의 의미로… ‘즐’

2000년대 초반 전국을 강타한 유행어를 꼽자면 ‘즐’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만큼 이 ‘즐’의 출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리니지’에서 처음 사용됐다는 게 통설이다.

‘즐’은 ‘즐겜하세요’를 줄인 표현으로, 초창기 ‘리니지’에서 유저들끼리 헤어질 때 인삿말로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호한 거절을 나타내는 의미로 변질됐다. ‘리니지’에서는 유저간 아이템 거래가 활발했는데, 구매자가 기대에 못미치는 금액을 제시할 경우 판매자는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라’는 뜻으로 ‘즐’을 사용했다.

‘즐겜하세요’라고 대답해도 거절당한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판인데, ‘즐’이라는 짧은 표현은 더욱 무례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즐’은 예의를 지키지 않는 초딩들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초딩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던 유행어 ‘즐’의 인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급속하게 사그라졌다.

재주는 네가, 아이템은 내가! ‘먹자’

‘리니지’에 선량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리니지’로 몰리면서, 다른 사람의 재화를 가로채려는 존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유저들이 사냥하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몬스터가 쓰러지면 재빨리 아이템을 집어먹고 도망갔다. 당시 온라인게임에서는 이들을 흔히 ‘먹자’라고 불렀다.

초창기 ‘리니지’에서는 ‘셸로브 먹자’가 악명을 떨쳤다. 이들은 이동속도가 빠른 몬스터인 ‘셸로브’로 변신해 던전 깊숙이 들어갔다. 당시 인터넷 네트워크는 지금처럼 안정적이지 않아 던전 사냥 도중 렉으로 인한 사망이 잦았다. ‘셸로브 먹자’들은 빠른 이동속도를 이용해 다른 유저가 사망하면서 주변에 떨어트린 아이템을 재빨리 주워먹었다.

‘셸로브 먹자’에 이어 ‘광전사의 도끼’를 활용한 ‘광도 먹자’가 기승을 부렸다. 이들은 ‘광전사의 도끼’를 착용하면 항상 헤이스트에 걸린다는 점을 이용, 필드를 빠르게 활보하며 아이템을 가로챘다. 대다수의 선량한 유저들의 골머리를 앓게 한 이 ‘먹자’들은 엔씨소프트가 먹자를 막기 위한 패치를 단행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몇 대 맞을래? ‘바포방’ 문지기

‘리니지’ 최초의 보스몬스터인 ‘바포메트’는 40레벨 이상의 유저들에게서 제법 인기가 높았다. ‘바포메트’는 말하는 섬 던전 2층에서 리스폰됐는데, 유저들은 이 장소를 ‘바포메트 방’ 또는 ‘바포방’이라고 불렀다. 유저들은 ‘바포방’ 벽에 옹기종기 붙어 서서 ‘바포메트’의 리스폰을 기다렸다.

‘바포메트’는 리스폰 장소 가까운 곳에 유저가 존재하는 한 리스폰되지 않았는데, 이를 이용해 훼방을 놓는 유저들이 등장했다. 또 ‘바포방’에 들어오려는 유저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문제였다. 유저들은 궁리 끝에 ‘바포방’ 입구를 지킬 문지기를 뽑았다. 이 문지기는 서버의 유명한 유저가 주로 담당했으며, 단 한 명만 지나갈 수 있는 문을 막고 오가는 유저들의 스펙을 검사했다.

스펙 검사 방법은 간단했다. 문지기가 일정 수 이상 공격했을 때 죽지 않고 버티는 사람만 ‘바포방’에 입장할 수 있었다. 자칫 죽을 경우 고가의 아이템을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이후 엔씨소프트가 입장 방식을 패치할 때까지 ‘바포방’ 문지기는 사냥터를 통제하는 대명사로 악명을 날렸다.

어린아이도 울음 뚝, 필드의 깡패 ‘법피단’

‘법피단’은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PK(Player killing) 단체를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당시 ‘리니지’에서 가장 강력한 원거리 공격 마법인 ‘이럽션’을 사용해 다른 유저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다녔다. ‘법피단’이 필드에 뜨면 일반 유저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다니기 바빴다. 이 때문에 ‘법피단’에 대한 비난이 하늘을 찔렀고, ‘법피단’은 “PK 또한 게임 콘텐츠의 일부”라고 맞섰다.

유저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PK를 즐기는 행태는 비단 ‘리니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리니지’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게임에 비해 더 싸늘했다. 유저들을 죽인 후 그들이 떨어트린 아이템을 약탈했기 때문인데, ‘법피단’은 단순히 PK의 재미를 즐긴다기보다는 금전적인 이득을 보려는 성향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젤, 데이, 베르가 무슨 뜻? ‘베르하세요’

초창기 ‘리니지’의 특징 중 하나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명명된 주문서 이름이었다. 갑옷마법 주문서는 ‘젤 고머’, 무기마법 주문서는 ‘데이엔 푸엘스’, 귀환 주문서는 ‘베르 예드 호레’, 저주풀기 주문서는 ‘프라타바야’ 등이었다. 유저들은 이들을 각각 ‘젤’, ‘데이’, ‘베르’, ‘프라’ 등으로 줄여서 불렀다. 이를테면 “귀환하세요”는 “베르하세요”가 됐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주문서의 이름을 알기 쉽게 바꾸었지만, 기존 이름에 익숙해진 초창기 유저들은 여전히 ‘젤’, ‘데이’, ‘베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신규 유저들과 의사소통의 장벽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중화된 ‘젤’, ‘데이’, ‘베르’는 ‘리니지2’를 거쳐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까지 통용됐다. ‘리니지’를 오래 즐겼음을 증명하는 이 단어들이 ‘리니지M’에서도 그대로 쓰일지 관심이 모인다.

하나도 안아파요! ‘만피요’

“내 HP는 풀(full)이다”는 뜻의 ‘만피요’는 ‘리니지’ 유저들이 허세를 부릴 때 사용하는 유행어다. 보통 PK를 할 때 “네가 아무리 나를 쳐도 난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다.

‘리니지’에 접속하면 “캐릭터는 또다른 나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그 말 대로 유저들은 자존심을 걸고 PK에 임했다. 머리가 쪼개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사경을 헤맬 정도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입으로는 “만피요”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였다. 나중에는 PK에 패배한 사람이 자의반 타의반 유머스럽게 패배를 인정하는 말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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