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업계 스타PD 김태곤 엔드림 상무, ONE 이어 창세기전 출시채비

[인터뷰] 게임업계 스타PD 김태곤 엔드림 상무, 올해 ‘ONE’에 이어 ‘창세기전’+1

게임 인생 25년, 첫 출발은 PC게임 ‘임진록’이었다. 이후 ‘군주’ ‘거상’ ‘아틀란티카’ 등 온라인게임, ‘삼국지를 품다’와 ‘영웅의 군단’ 등의 모바일게임에서 숱한 히트작을 만들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맹활약했다. 2년차 엔드림의 상무인 김태곤 PD 이야기다.

김태곤 PD가 지난해 12월 3일 첫 모바일 게임 ‘오션 앤 엠파이어(Ocean & Empires, 이하 ONE)’를 글로벌 원빌드로 출시했다. 광고도 없었지만 출시 초반인 현재 구글 플레이 매출 56위다. 

게임업계 스타 PD로 역사물의 한국 최고봉으로 꼽히는 그는 이번에도 역사 시뮬레이션 장르로 돌아왔다. 정유년 연초 서울 가락동 엔드림 본사에서 만난 그는 “올해 시뮬레이션과 RPG조합인 ‘창세기전’ 외에 다른 시뮬레이션을 하나 더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창업 2년차 엔드림의 올해 라인업...ONE에다 신작 두개
김태곤 상무는 달변가다. 게임뿐만이 아니라 동서양 역사, 특히 전쟁에 해박하다. 그를 만날 때마다 지루하지 않은 재미난 역사 교수님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10여년 게임 담당 기자로서 ‘아틀란티카’ ‘영웅의군단’ 등 그와 인터뷰도 대여섯 번이 넘었지만 늘 설레고 흥미로웠다.  
 
2년 전 막 회사 문패를 달 때 엔드림은 20명으로 출발했다. 이제 130명으로 건물 두 층을 쓸 정도로 커졌다. 올해는 첫 타이틀 ONE의 글로벌 성적을 높이고, 두 개 신작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ONE에다 이미 개발 소식이 공개된 ‘창세기전’ IP(지적재산권) 기반의 시뮬레이션 RPG게임과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단계지만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준비 중이다. 모두 시뮬레이션이다. 기대를 해도 좋을 듯하다.

그는 “한국의 주류는 액션 RPG나 MMORPG다. 하지만 세계 시장은 다르다. 시뮬레이션 게임이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문명’ ‘워크래프트’도 있지만 ‘ONE’은 전략 시뮬레이션보다 전쟁 시뮬레이션이 더 맞다”며 “‘클래시오브클랜’ ‘붐비치’ 등도 시뮬레이션 장르다. ‘게임오브워’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머신존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엔드림은 시뮬레이션 장르로 독자 영역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엔드림은 설립 초기부터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시장으로 보면 중국보다 글로벌이다. 중국은 자국게임 보호와 우회 지원이 강한 시장이라서 엔드림의 주요 타깃은 서구-주요 시장이다. ‘ONE’은 역사적으로 '대항해시대'가 배경이다.

■ “‘ONE’ 장기적인 목표로 글로벌 시장 파고들겠다" 
‘ONE’은 전략 MMORPG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는 평을 들었다. 한국에서 매출 56위 등 초기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ONE’은 전략 MMORPG에 가깝지만 보기에는 RTS(실시간전략게임)라는 평도 들었다. 한국 유저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장르다. 

그는 “ONE의 장르는 전쟁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실시간 전투 시스템의 측면에서 보면 RTS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 대규모 전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MMORPG의 성격도 있다. 제국군 자원 교육 경영 등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가 중요하다. PVE(기계와의 대결)가 친숙하다. 그렇지만 어렵지 않다. 깊이도 있고 쉽다. 이런 여러 장르의 융합을 통해서 엔드림만의 독특한 전쟁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ONE’은 현재 각종 지표들이 안정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단일 나라로 보면 작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서는 골고루 잘되고 있다. 엔드림은 15개국별 언어 서비스센터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는 “한국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한 것은 ‘서머너즈워’가 유일하다. ‘서머너즈워’는 'ONE’에게는 선생님 같은 게임이다. 해외 인기 요인을 벤치마킹했다. 차이가 있다면 ‘서머너즈워’는 서버가 미국-중국 등 분리가 되어있다. 엔드림은 글로벌에서 서버가 같다.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은 서버를 분리하면 안된다. 'ONE'은 실력으로 세계 1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ONE’은 인력 70명이 투입되어 1년간 개발한 결코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초반 성적에 만족스러워 했다. 해외 경험 부족이나 한국 내 유저들이 생소한 장르에 대해 외면할까 하는 두려움을 벗어났다. 대신 유저풀을 확인했다. 1년 정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엔드림의 방향성이다. 

아직 ‘ONE’은 본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개 글로벌 지향의 게임들은 오픈 초기에 마케팅을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지표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자신감이 섰을 때 마케팅을 한다. 그도 그런 생각에 동의했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할 계획이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글로벌은 정직하다. 한국처럼 오픈 시기에 반짝 유저를 모으는 방식이 통하는 시장이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한 달이면 판단이 가능하다. 꾸준히 유저들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은 1년이 걸린다. 퀄리티가 있으면 매력이 꾸준히 어필된다. 조급증 없이 내공을 쌓아가겠다. 인내심이 있으면 된다. 전 직원 130명이 헌신적으로 개발해 실력도 향상되었다.”

■ “영웅의군단, 광개토대왕, ONE...모바일게임 도전 즐겁다”
개발자로서의 김태곤은 항상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영웅의 군단’으로 온라인게임 스타 개발자가 모바일게임에서도 통하면서 “역시 김태곤”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광개토대왕’에서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를 들었다. ‘영웅의 군단’ 평가, ‘광개토대왕’의 평가, ‘ONE’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와 소회를 듣고 싶었다. 

그는 “제가 개발하는 모든 게임들은 기존에 유행하던 게임들과는 조금씩 다른 면모를 갖고 있다”며 소회를 전했다.

“‘영웅의 군단’은 광활한 오픈 필드를 도입해서 인상적인 룩앤필(보고 느끼는)을 구현할 수 있었다. 필드형  RPG가 없는 시기에 모바일MMORPG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광개토태왕’은 모바일에서 본격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추구했다. ‘ONE’에서는 한국 개발사로는 드물게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게임 하나하나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큰 그림에서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미리 예상하고, 유행하는 게임들과는 다른 방향성에서 도전하는 것이 즐겁다.”
 
온라인게임은 평균 3년마다 제품을 출시했다. 모바일게임은 이에 비해 출시 시기가 짧아졌다. 게임 용량도 적어졌다. 이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하다. 하지만 개발하는 입장에서 무척 재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양하게 시도와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PD가 스스로 꼽은 대표작은 사회와 경제에서 차별성을 가진 게임 ‘군주’다. 한때 교과서에도 수록된 게임이다. 또한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광개토대왕’은 그에게 중요한 게임이다. 실시간 대전 도전-전쟁 등 노하우를 쌓는 기회였다. 이번 'ONE'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그에게 게임 개발의 경험과 노하우는 켜켜이 쌓여가는 인생의 나이테와 비슷하다. ‘삼국지를 품다’로 한국 최초 PC와 모바일게임의 접목을 했고, 그 게임에서의 전쟁 경험은 이후 넥슨에게 모바일게임 최초 흥행작인 ‘영웅의 군단’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늘 도전이 즐겁다. “헬스를 할 때 안 쓰던 근육을 쓰면 처음엔 뻐근하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지면 쾌감이 동반된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면서 머리와 몸이 매일 자극을 받는다. 이미 여러 게임을 개발하면서 이런 경험을 반복했다.”

■ “김태곤 옷을 입히는 ‘창세기전’...한국 대표 IP 널리 알리는데 책임감”
모바일 버전으로 개발 중인 ‘창세기전’에 대해 질문을 빼놓 수 없다. 엔드림이 PC게임 ‘창세기전’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식이 맞는지 물었다. 그리고 소프트맥스가 IP를 넥스트플로어에 넘겨주었다. 이와 관련 계약이 승계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엔드림이 ‘창세기전’ IP를 활용해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시뮬레이션과 RPG조합이다. 소프트맥스가 넥스트플로어에 IP를 팔았지만 아무 영향이 없다. 법적으로나 명분에서나 장애는 없다. 다만 엔드림, 김태곤이 만드는 ‘창세기전’인 만큼 기존의 ‘창세기전’과는 또 다른 우리만의 색깔을 입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창세기전’은 게임브리오(Gamebryo) 엔진으로 개발되었다. 그 게임 소스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하다. 캐릭터를 완전히 새롭게 작업해야 할까.

“엔진은 유니티다. 오리지널 그래픽도 달라진다. 기존 코드를 사용해서 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개발은 제로에서 시작했다. ‘창세기전’의 방대한 세계관-인물들을 시대와 개발 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 해외에서 어필할 수 있는 한국 대표 IP를 보여주는 것도 책임감이 있다. 색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영웅의군단2 나오면 저한테도 좋다...넥슨과 다시 협력하고 싶다”
김태곤 PD는 엔도어즈에서 13년을 몸담았다. 이 때문에 그의 퇴사 이후 엔도어즈 개발자들이 줄줄이 퇴사해 엔드림에 합류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 때문에 ‘삼국지를 품다2’는 완성도가 큰 문제였고,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사라졌다는 비판도 있다.

그는 “엔도어즈는 내겐 13년이나 몸담았던 곳이다. 엔도어즈가 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엔도어즈 출신 6명의 개발자가 엔드림 초기 같이 창업에 참여했다. 이는 넥슨과 엔도어즈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양해해주었던 사항이다. 내가 아는 엔도어즈는 수백명의 개발자 중에서 몇 명의 이탈이 전체적인 개발에 문제를 일으킬 만큼 허약한 조직이 아니다.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게임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게임도 있는 것이 개발에서 일상사인데 그런 흐름의 하나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넥슨이 ‘영웅의 군단2’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혹시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엔도어즈의 차기작 개발 소식은 소문으로는 듣고 있는데 공식적인 발표가 나온 것은 알지 못하고 있다. 소문으로 들은 내용을 얘기하기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후속작이 나오면 저한테도 좋다. 넥슨에게도 언젠가 다시 같이 협력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다.” 
 

■ “올해 목표는 시뮬레이션으로 글로벌 성과를 거두는 것”
그가 글로벌을 향해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준비하면서 야심을 키워가는 동안 게임업계에서도 ‘서머레슨’ ‘포켓몬고’ 등 VR(가상현실)-AI(인공지능) 등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그의 생각은 어떨까.

"게임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다. 각자 레시피(조리법)가 다르다. 가령 패션은 옷을 입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옷이 유행하면서 문화가 된다. VR이 재미있지만 일상에서 반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저는 VR보다 AI(인공지능)에 관심이 크다. '포켓몬고' 진화에 공감한다.”

엔드림은 조이시티 대주주다. 정유년 연초 중국에서 런칭된 조이시티의 ‘프리스타일’이 10위권에 올랐다. 개발자로서 올해는 어떤 해일까. 엔드림 개발 수장으로서 목표나 성취하고 싶은 일을 듣고 싶었다.

“2016년은 저에게 정말 신나는 한해였다. 새로운 출발은 언제나 힘든 법이지만 그만큼 사람을 설레게 하고 성장하게 만든다. 2017년은 지난해 배우고 익힌 것들이 성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의 목표는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글로벌 성과를 거두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가 바로 그 원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태곤 PD는
2015 조이시티 이사
2015 엔드림 개발본부장, 상무이사
2010 엔도어즈 상무이사
2009 2008 대한민국게임인대상 산업진흥상
2008 대한민국 게임대상 우수개발자상
2003 엔도어즈 개발이사
2000 조이온 개발이사
2000 드림웨어 대표이사
1992 HQ팀 설립
1992   홍익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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