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림의 첫 작품 ‘오션앤엠파이어’ 11월 3일 글로벌 출시

김태곤 엔드림 상무는 뼛속까지 게임 개발자다. 비슷한 시기 한국 게임사를 빛냈던 스타 개발자들은 대부분 경영인으로 전향했지만, 그는 아직도 현역 개발자로 남아 현장을 진두지휘한다. PC 패키지게임 ‘충무공전’이 1996년에 출시됐으니 프로 게임 개발자로 살아온 인생만 20년이 넘는다. “환갑이 되어도 개발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경영인보다는 개발자스럽다. 비즈니스모델과 마케팅으로 당장의 매출 올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해 유저의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몇 년전에는 ‘영웅의군단’ 게시판에 타 게임의 영업글이 난무하자 해당 게임 홈페이지를 찾아가 “이런 식의 마케팅은 옳지 않다”고 일침을 가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게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 원칙적인 정공법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며 “유저들이 궁금해하는 확률 부분을 공개하고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은 얼마나 깨끗하냐”는 비난이 쏟아질 법도 하지만, 그가 개발해온 게임을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11월 3일 정식 출시하는 김태곤 상무의 신작 모바일게임 ‘오션앤엠파이어’에도 그의 올곧은 가치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유저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200페이지가 넘는 게임 매뉴얼에 모두 담아 무료 배포한 것. 이 매뉴얼에는 개발자들이 공개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유닛 밸런스 정보도 담겨 있다. “아무리 작은 상품에도 구매 약관이 있기 마련인데, 그동안 게임 유저들에 대한 의무에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 매뉴얼을 제작하게 됐다”며 “이런 문화가 게임산업의 기본적인 흐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웃는 그를 오랜만에 서울 송파구 엔드림 사옥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김태곤 엔드림 상무, 송재준 엔드림 팀장]

 

‘광개토태왕’ 흥행 부진 밑거름 “욕심 덜었다”

김 상무가 엔도어즈를 떠나 스타트업 개발사 엔드림을 설립한지 1년 남짓이 흘렀다. 팀을 정비해 어떤 게임을 만들지 논의를 거쳐 프로토타입을 만들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러나 엔드림은 1년 만에 ‘오션엔엠파이어’를 뚝딱 만들어냈다. 엔도어즈에서 한솥밥을 먹은 베테랑 멤버들로 구성된 ‘김태곤 사단’ 특유의 찰떡 호흡 덕분이다.

‘오션앤엠파이어’의 총괄PD를 맡은 송재준 팀장도 김태곤 사단이다. ‘아틀란티카’ 프로그래머로 김 상무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송 팀장은 엔드림이 설립되자마자 달려와 초기멤버로 합류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김 상무의 든든한 아군이다. 김 상무는 송 팀장에 대해 “게임에 대한 통찰력이 높고, 특히 전쟁장르에서 발군의 플레이 능력을 보여준다”며 “다른 프로그래머들의 귀감이 되는 훌륭한 PD”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작 ‘광개토태왕’에서 쌓은 노하우도 밑거름이 됐다. 실시간 대전 구현 기술이나 다수의 유닛들이 동시에 전투를 벌일 때의 과부하 처리 등의 기술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흥행 실패를 통해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게임 패턴이 매우 라이트하다는 것도 배웠다. 김 상무는 “RPG 자동전투가 중심인 시장에서 하드코어한 전쟁게임을 내놓는다는 것은 도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도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욕심이 너무 과해서 너무 많은 부분을 바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치찌개를 만들 때 재료 전부를 바꿨더니 결과물은 더 이상 김치찌개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욕심을 덜어내고 이전보다 온건하게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전쟁 시뮬레이션에 해양 콘텐츠 추가, 유저 반응 좋아

‘오션앤엠파이어’는 전쟁 시뮬레이션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뒀다. 전쟁 시뮬레이션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두려움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초반 튜토리얼도 상세하게 보강했다. 그 결과 동 장르 게임을 경험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초심자들에게도 게임이 어렵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송 팀장은 “자동사냥도 추가해서 성장의 피로감을 줄였다”고 강조했다.

200페이지가 넘는 게임 매뉴얼은 CBT를 진행하는 시점에 일찌감치 배포했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게임을 믿고 기다려주는 유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김 상무는 “유저들이 당장 필요한 정보를 잘 찾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매뉴얼은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오션앤엠파이어’가 전형적인 전쟁 시뮬레이션게임의 틀에 안주한 것은 아니다. 다른 게임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바다와 배 등의 해양 콘텐츠가 추가됐다. 이를 통해 배와 병사를 다양하게 조합해서 전투를 벌이는 등 전략적 재미를 한층 높였다.

보물찾기, 교역시스템 등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진 것도 독특한 부분이다. 김 상무는 “다른 유저와 싸우는 전쟁 콘텐츠가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이긴 하지만, 너무 과하면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며 “pvp 이외에 경제 시뮬레이션 성격의 요소를 충분히 넣었고, 바다 곳곳에서 제국군 NPC를 격파하는 pve 콘텐츠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시도였지만 글로벌 유저들의 반응은 좋았다. 김 상무에 따르면 CBT에 참여한 러시아, 태국 등 다른 국가 유저들이 매우 충격적이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내부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게임 완성도를 자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김 상무는 “100점 만점에 90점”이라며 “보통 신작 인터뷰에서 80점이라고 말하는데, 이번은 9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게임보다 높은 완성도를 가졌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외국게임 전전하는 설움… 내 집 같은 게임 되고파

‘오션앤엠파이어’의 목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쟁 시뮬레이션게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송 팀장은 “한국 전쟁 시뮬레이션게임이 거의 없다 보니 한국 유저들은 다 외국 게임을 하고 있다”며 “결제 문의는 어디에 해야할지, 고객문의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헤매는 한국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게임이 한국에서 일단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내 집같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션앤엠파이어’는 11월 3일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 양대 마켓에 동시 출격한다. 한국 포함 총 8개 국가에서 5개 국어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국가별 접속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의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구조다. 번역 기능이 탑재되어 문제 없다는 설명이다.

‘오션앤엠파이어’의 바통을 잇는 엔드림의 차기작 중 하나는 ‘창세기전 모바일(가칭)’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엔드림은 소프트맥스와 ‘창세기전’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 공동계약을 체결했다. 김 상무가 게임 개발 총괄을, 소프트맥스가 IP 및 소스 공급을 담당한다. 김 상무는 “창세기전을 포함해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며 “기존 IP를 활용해서 게임을 만들어본 적이 없기에,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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