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블러드, FOVE VR 기기 한국과 일본 PC방에 보급

류일영 테크노블러드 대표는 1990년대부터 IT 업계에 몸 담은 인터넷 1세대다. 재일교포인 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회장과 일본에서 벤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손태장 회장은 일본 유명 게임회사인 겅호(GungHo)를 설립했고, 류일영 대표는 그라비티의 대표와 CJ인터넷 재팬의 공동대표를 지내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활약해 왔다.

초고속 통신망이 들어서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세상이 열리더니, 이제는 VR(가상현실)의 시대가 도래 했다. 류일영 대표는 VR로 다시 한번 한국과 일본에서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게임톡은 서울 역삼동 테크노블러드코리아 사무실에서 류일영 대표를 만나 새해의 목표를 들어봤다. 큰 키의 류 대표는 사람 좋은 미소로 반겨줬다.

테크노블러드, 일본 PC방 원격관리 및 콘텐츠 유통 플랫폼

그가 1999년 설립한 테크노블러드는 일본 PC방 원격관리 및 콘텐츠 유통 플랫폼 업체다. 류 대표에 따르면 그 당시 한국은 PC방 2만 곳이 영업 중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한국 PC방을 둘러본 그는 일본에서도 PC방을 보급시키기로 했다.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온라인게임이 활성화 되려면 PC방 문화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그 당시 일본인들은 온라인게임에 대해 잘 몰랐다”며 “한국에서는 PC방 아르바이트나 직원들이 게임이나 컴퓨터에 대해 잘 알았지만, 일본에서는 하나하나 다 가르쳐줘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테크노블러드는 일본 전국의 모든 PC방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게임 인스톨은 물론, 보수와 유지까지 원격으로 지원한다. 류일영 대표는 “PC방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일본에서도 PC방이 많이 늘어났다”며 “현재 테크노블러드의 일본 PC방 점유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의 PC방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여러 명이 함께 왁자지껄 떠들면서 FPS나 AOS 게임을 즐긴다. 반면 일본의 PC방은 조용하고, 독서실처럼 칸막이도 설치돼 있다.

침체된 온라인게임과 PC방, VR로 돌파구

모바일게임이 등장하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은 침체기를 맞았다. 덩달아 PC방 업계도 어려워졌다. 개발사들도 이제는 온라인게임을 좀처럼 만들지 않는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류일영 대표는 일본 내 PC방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VR에서 그 답을 찾았다.

“현재 일본에서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PC방은 약 2000곳 정도며, 여기에 오는 사람들이 1달에 1천만 명이다. 일본에서는 모든 게임사가 우리를 거쳐 PC방에 게임을 납품한다. 만약 그들이 우리에게 VR 콘텐츠를 가져다주면, 우리는 그것을 PC방에 보급할 수 있다. 매월 1천만 명이 이용하는 곳이다. 이는 VR 개발사에게 매력적인 조건이다.”

테크노블러드는 일본의 거의 모든 PC방에 VR HMD를 무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유저들은 PC방에서 단 돈 몇 천원으로 VR을 즐길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VR을 체험할 수 있게 해 VR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동시에 PC방의 활성화도 꾀한다는 것이 류 대표의 전략이다.

류 대표는 “현재 괜찮은 VR 기기 가격은 100만원에 이르고, 요구하는 PC 사양도 높다”며 “기기와 PC까지 갖추는 것은 유저들에게 너무 큰 투자”라고 말했다. 소니의 PS VR도 결국 플레이스테이션을 갖고 있어야만 플레이할 수 있다. 결국 허들이 존재한다. 이 허들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VR은 직접 해보지 않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체험도 해보지 않고 소비자들이 선뜻 기기와 PC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테크노블러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VR 기업 포브(FOVE)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포브는 세계 최초로 아이트래킹(EYE-TRACKING) 기술을 탑재한 HMD ‘FOVE 0’를 개발한 기업이다. 아이트래킹 기술은 시선의 움직임으로 HMD를 조작할 수 있어 공간이 제한적인 PC방 등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어지럼증을 완화해 쾌적하게 VR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테크노블러드는 2017년 1월부터 파트너사들에 포브 VR 기기를 나눠주고, 이후 한국과 일본의 PC방에도 무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동시에 테크노블러드가 개발한 VR 콘텐츠 플랫폼인 버추얼 게이트(Virtual Gate)도 보급한다. 추후에는 한국과 일본의 VR 콘텐츠 개발사들이 FOVE 콘텐츠의 개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컨퍼런스 개최 및 기술 지원을 해 나갈 계획이다.

“PC방 업계에 사명감…성공 자신 있다”

류 대표는 “우리는 PC방을 도와드리는 사업자”라며 “VR 콘텐츠 개발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PC방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테크노블러드와 VR 개발을 함께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협력 업체들도 늘어났다. 류 대표는 “일본에서는 거의 100% 우리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며 “2017년에는 일본 대부분의 PC방에 VR 기기가 놓일 것이다. 사실 시기를 좀 더 앞당기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우리 입장에서는 이미 10년이 넘게 해왔던 사업을 VR을 통해서 하는 것일 뿐”이라며 “충분히 자신 있고, 준비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VR 시장에 대해 “일본에서는 소니가 VR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며 “한국에서도 곧 소니와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나서서 VR 업계 성장 분위기 조성에 일조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크노블러드가 무상으로 VR기기를 PC방에 보급한다고 했을 때 의아해 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공짜가 아니라 판매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류 대표는 “이 업계에서 함께 성장했으니, 우리도 업계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다”며 “유저, 사업자, 개발자들을 위하고 업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일영 대표의 한국사랑은 남다르다. “저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의 콘텐츠를 일본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보람있는 일”이라며 “5000년 역사 중 한국의 콘텐츠가 이렇게 전 세계로 뻗어나간 적이 없지 않나. 참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전국 PC방에서 VR을 쉽게 즐기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VR 시장과 PC방 업계, 콘텐츠 업계를 모두 활성화 시키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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