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건 공동집행위원장....10년간 동행 산증인 ‘해산’ 고비 넘기고 비상

‘지스타 10년을 회고하고 미래를 모색해보자’는 한경닷컴 게임톡 기고 요청을 받고 고맙기도 했지만 자격이 있나 싶어서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지난 20년 이상을 게임산업과 함께 하고 있는 게임인의 한사람으로서 지나온 날을 돌이켜 보는 것도 의미 있고 아울러 게임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소고를 응락했다.

■ 삼성전자 입사 멀티미디어 부서 게임과 인연

1980년대 초 대학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던 겔러그로 맺은 나의 게임 인연은 삼성전자에 입사해서도 이어진다. 1990년 기획실 근무시 대표이사의 지시로 삼성전자의 부가 가치를 높여줄 신규 사업으로 시작했던 콘텐츠사업 부서인 광소프트사업팀(당시에는 영상 또는 콘텐츠라는 용어가 없던 시절)에서 추진하던 멀티미디어사업이 나에겐 게임사업의 시작이었다.

당시 플로피디스크에서 CD-ROM, CD-I 등의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는 시기로 이를 위한 사업 준비로 바빴던 기억이 난다. 이후 1995년 삼성전자, 제일기획, 삼성물산, 스타맥스의 영상관련 조직이 통합되어 신설된 삼성영상사업단이 IMF로 인해 1998년 해체되면서 게임사업은 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로 다시 통합된다.

CD-ROM 게임패키지 판매의 주요 유통이었던 용산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게임당 1만 카피 판매가 어려워지고, 인터넷망이 확산됨에 따라 PC온라인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온라인게임 사업에 주력하게 된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서 게임인들의 끊임없는 도전의식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그들은 급변하는 기술환경 대응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고 어려운데 소비자의 마음까지 사야 하는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좌절과 시련들이 있었겠는가? 현재 나이 50대에 들어선 게임1세대를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의 새로운 도전과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성공한 게임 기업은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생각한다. 더더욱 최근에는 스마트폰용 모바일게임, 오픈 마켓과 SNS 플랫폼 등의 등장으로 더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게임의 부정적 인식과 규제 정책들로 인해,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 2중 3중으로 협공을 받고 있다. 이제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다시금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 2004년 게임개발원 본부장 부임...이듬해 1회 지스타운영위원장
필자는 2004년 한국게임사업개발원 산업진흥본부장으로 부임한 이후, 2005년 제1회 지스타부터 지스타운영위원장으로서 게임의 인연을 이어간다.

하지만 곧이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행성 오락실(PC방이 아닌) 게임 ‘바다이야기’라는 큰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이로 인해 정작 무관한 온라인게임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나올 때까지 3년 정도의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다행히 게임업계는 다시금 두 자리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해 나가면서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저력을 과시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2009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의 기관통합 되고, 이어서 4년 전 부산정보산업진흥원으로 와서 지금까지 제1회부터 올해 제10회 지스타까지 지난 10년 동안 지스타를 주관하는 유일한 한사람으로 남아 있다.

지스타는 1~3회까지는 지스타조직위원회 사무국에서 주관했지만 개최 장소와 사무국 운영상의 업계 불만이 고조되면서 결국 사무국이 해체 되었고, 지스타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기도 하였다.

문화부의 외부 컨설팅 결과 2008년 한국게임산업진흥원으로 이관된 지스타를 직접 추진하게 되었고,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지스타 추진TF팀과 함께 제4회 지스타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되면서 당시 지스타 폐지론을 불식시킨다.

하지만 여전히 개최 장소에 대한 업계의 불만은 계속되어 업계의 요구에 따라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개최지를 옮기는 결정을 하게 되었고, 게임협회가 중심이 되어 진행된 선정 절차를 걸쳐 지스타의 개최지를 부산으로 결정하게 된다.

■5,6,7,8,9 부산 개최 지스타 급성장...2016까지 개최
부산에서의 지스타는 5,6,7,8,9회를 거듭하면서 양적, 질적으로 급성장을 했다. 2016년까지 부산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지스타 10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많은 이들이 욕심을 낼 정도로 성장한 세계적인 국제 게임전시회가 되었다는 뿌듯함도 느낀다.

앞으로 지스타의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만에 2014년 차이나조이와 GC를 방문해 보았다. 차이나조이의 B2B관은 과거보다는 잘 정리되어 있기는 하였지만 운영상에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B2B관엔 일반 관람객들도 입장시켜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행사장이 전반적으로 복잡하고 쾌적하지 못해 주요 글로벌 게임사들은 전시장을 아예 들어와 보지도 않고 주변 호텔에서 비즈니스를 별도로 하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올해 중국 정부가 인가한 중국모바일게임협회가 새로이 만들어져 모바일게임에 집중하면서 차이나조이의 나름대로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콘솔 위주의 행사인 독일의 GC는 조직위에서 B2C 참가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B2C에 참가기업들도 부스 설치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였다. GC의 B2B는 지스타의 B2B관과 비슷한 규모이지만 비즈매칭 서비스가 지스타보다는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영국, 미국, 독일 등 해외 게임기업들의 부산에서 개최되는 지스타에 대한 비즈니스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지스타 B2B는 세계 그 어느 게임 전시회보다 우수하다”는 극찬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해외전시회에 휴가차 찾아가는 외국 게임인들에게 부산의 바다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지스타는 게임업계가 주인인 행사이기 때문에 한국게임산업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글로벌 행사인 만큼 해외 게임기업에게도 만족을 줄 수 있는 지스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지스타는 분명 지난해보다도 더욱 알찬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B2C의 참가기업 및 대형게임사의 부산 행사들이 풍부해졌다. B2B는 지난해 대비 기업들의 관심이 훨씬 높아 졌다. 특히 해외 기업들의 관심도는 지난해 대비 10~15%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지스타 신청 기간 중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사전 마케팅 붐 조성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더라면 아마도 더 큰 행사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세계3대 국제게임전시회가 되자"는 지스타의 10년 전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어쩌면 질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달성했는지도 모르겠다.

■ 부산시장 “게임산업 1000억 투자” 의지 천명
지스타 개최도시인 부산도 게임산업과 지스타의 발전을 위하여 지원을 계속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지난달 해운대에서 개최된 LOL 챔스 섬머 결승전에서 부산시장은 게임산업에 대한 입장과 계획에 대해 게임기자단에게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부산시장은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항상 게임업계 편에 서있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현장에서 발표한 게임산업에 1000억원 투여의 진정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시장의 의지를 분명히 하였고, 특히 게임문화재단의 재정지원이 중단된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에 대하여 부산 시비를 투입하여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게임산업의 99%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부산의 게임산업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은 건전한 게임 문화조성을 위해 테이블 보드게임과 LOL대회와 같은 대형 국제e스포츠대회 등도 계속 유치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부산은 지스타 개최도시로서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게임의 역기능을 최소해 가면서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스타는 생명체와 같이 ‘바다이야기’라는 사회적 이슈에도, 또는 게임산업을 어렵게 하는 어떠한 이슈에도 흔들림이 없이 뿌리를 내리고 잘 성장해오고 있다. 지스타는 어떠한 경우에도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고 이제 지스타는 지스타로서 잘 성장 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지스타는 대한민국게임의 자존심으로 우리 곁에 우뚝 서 있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올해 미국의 GDC, 중국의 차이나조이, 독일의 GC 행사장에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전과 달리 한국게임기업인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질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혹시 한국게임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하게 되었다. 한국게임이 중국게임기업에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위기상황에 대해 국회 모의원이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은 이제 자체적으로도 충분한 기술력과 시장을 가지고 있어 한국게임기업과의 협력에 무관심한 분위기이고, 반면 우리는 큰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기 위한 특단의 전략이 필요해지고 있다.

한국게임기업 중에는 1조 이상의 기업도 나오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바쁘다. 글로벌 게임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연매출 4조원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때까지는 한국의 게임기업의 성장을 위한 정부와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기업이 광활한 자국시장을 장악하고 있듯이, 유럽 기업들이 전세계를 누비고 있듯이 한국기업도 좁은 시장을 빨리 벗어나 멀리 그리고 높이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게임을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편협한 잣대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산업 역군들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들도 좀 더 성숙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정부도 침체된 국내시장을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스타도 한국게임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더 큰 애국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동행할 것이다.

서태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지스타공동집행위원장)

■서태건은
1977년 대일고등학교 졸업
1984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4년 반도상사(현 LG상사)
1986년 뉴욕주립대학교 MBA
1988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1992년 삼성전자 광소프트사업팀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 전략기획팀장
1998년 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 그룹장
2002년 에스오티 전무이사
2004년 비트윈 전무이사
2004년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산업문화본부장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본부장/글로벌게임허브센터장
2010년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지스타공동집행위원장,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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