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게임들은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의 유니티 엔진 등의 상용 엔진을 사용한다. 자체 엔진까지 개발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관리 및 유지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체 엔진을 고수하며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게임사가 있다. 바로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다.
펄어비스는 '블랙스페이스'로 불리는 엔진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핵심은 사실적인 질감, 자연스러운 광원 표현이다. 이와 함께 전투 분야에서 최초로 AI를 사용해 보다 사실적인 전투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보유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굳이 자체 엔진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질문을 던졌다. 최근 출시된 언리얼 엔진 5와 유니티 6에도 AI 기술이 탑재됐고 이전보다 훨씬 사실적이면서 방대한 표현력을 담아낼 수 있는 만큼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었다.
펄어비스는 펄크루트 유튜브 채널로 그 궁금증에 답을 내놨다. 펄엇비스는 "게임을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다. 눈 앞의 화면을 움직이는 캐릭터 하나부터 들리지 않던 바람 소리, 보이지 않은 로딩 속도까지 그 모든 것에는 수많은 도구들이 필요하다. 그 도구들 중에서도 핵심은 게임 엔진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하는 게임을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2010년 검은사막 개발이 시작됐을 때 개발팀은 "이 게임을 어떤 도구로 만들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봉착했다. 상용 엔진이 보편적이고 훌륭하지만 게임을 원하는 대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래픽을 구현하는 문제가 아니다. 원하는 기능을 원하는 시점에 반영하는 것도 엔진의 영역이었다. 펄어비스는 다양한 플랫폼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기술적 제약을 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저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빠르게, 제대로 만들기 위해 도구부터 직접 만든다" 이것이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탄생 이유다.
그래픽, 사운드, 물리효과, 인터페이스 등 검은사막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모든 것을 바닥에서 시작해야 했던 펄어비스는 엔진 개발부터 뼈대를 잡았다.
엔진 개발자들은 개발 과정에서 다른 개발자들의 고충을 해소했다. 풀을 하나씩 배치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보이자 풀을 붓으로 그리는 것처럼 빠르게 심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실제 플레이 장면을 그대로 사용해 트레일러를 만드는 실시간 구현 환경도 블랙스페이스 엔진 덕분이었다.
게임이 개발될수록 블랙스페이스 엔진도 함께 성장했다. 2014년 검은사막 출시 당시 펄어비스는 게임을 더 발전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검은사막도 한층 성장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펄어비스는 현재 기술로 검은사막을 구현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검은사막 리마스터'다. 리마스터는 단순한 그래픽 상향이 아니었다. 새로운 그래픽을 적용하는 순간 기존 환경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형 옵션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유저들은 기존 사양에서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블랙스페이스 엔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물리 기반 렌더링, 이미지 기반 조명, 진보된 후처리 기법, 빛의 반사, 질감, 그림자 깊이감, 현실적인 카메라 효과가 대표적이다. 더 정밀하고 자연스럽운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진화한 셈이다.
사실 펄어비스가 자체 엔진을 만들었을 때 초창기부터 블랙스페이스라는 명칭이 붙진 않았다. 검은사막을 만들고 개발자들은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등 검은사막과 다른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상상했다.
- 펄어비스는 왜 '게임 엔진'도 직접 만들었을까?
그리고 다시 질문했다. "지금의 엔진으로도 만들 수 있을까?" 답은 한 차원 높은 퀄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엔진이 바로 블랙스페이스다. 그래픽, 렌더링, 사운드, AI, 네트워크 등 엔진의 모든 영역을 다시 설계한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펄어비스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했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캐릭터의 얼굴 표정,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전투, 도시가 살아있는 듯한 밀도감 구현을 가능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었다.
펄어비스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력이다. 개발력은 곧 게임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개발자들은 계속 질문을 던진다.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일까. 더 높은 목표로 이끌기 위해서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야 가능하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게임 엔진을 넘어 펄어비스의 기반이다. 오늘도 우리는 질문을 던진다""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