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2025 넥슨 푸르메워크 남산' 행사에 참여하는 날입니다. 오전 8시까지 서울 남산 공원 백범 광장에 도착해야 했기에 졸린 눈을 겨우 비비며 힘겹게 집을 나섰죠.
전날 오전 2시에 조깅할 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아서 비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하늘도 무심하지 흐린 날씨에 비도 내렸습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라는 유혹이 머릿속을 강타했지만 이왕 일어났고 의미 있는 행사를 놓칠 수 없다며 뿌리치고 지하철을 탑승했죠.
행사 참여 인원은 약 2000명으로 들었습니다. 운영진은 참가 신청이 빠르게 마감됐다고 했는데 "비도 오고 이른 아침에 얼마나 오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 가까워지니까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개인, 가족, 커플 단위 참가자들이 회현역에서 내려 행사장으로 향했죠. 이를 보며 얼마나 비관적으로 살아왔는지, 얼마나 메마른 인생을 걸어왔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했습니다. 이제서야 이런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도 부끄러웠죠.
행사장으로 가는 도중 걷기가 힘들다며 칭얼거리는 딸에게 "체력이 없으니까 학교 달리기 경주에서 1등을 못 하지"라며 자존심을 긁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에 분노하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 딸의 모습을 보니 괜히 훈훈한 마음이 들었죠. 그들과 언덕을 걸으며 현장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가 모여 있었습니다.
배부처에서 번호를 받고 커플에게 참가 소감을 물어봤는데요. 던전앤파이터를 즐기고 있다는 그 커플은 "던전앤파이터 홈페이지에서 소식을 보고 참여했다. 남산도 몇 번 와봤다. 원래 데이트로 많이 걸어서 기대가 된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답했습니다.
주말마다 장애 아동을 돕는 40대 여성은 "이런 행사가 열리고 많은 사람이 참여한 모습을 보니 추운 날씨에도 마음만큼은 따뜻해졌다. 다들 안전하게 완주하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어요.
현장에서는 운영진들이 참여자들에게 기념 풍선을 나눠줬습니다. 또한 이벤트 부스에서 키링 만들기, 20초 맞추기 등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했죠. 힘들다고 칭얼댔던 아이들도 이벤트 부스에 들어서자 웃음을 되찾았어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8시 30분에는 '울림소리'의 특별 난타 공연이 펼쳐졌어요. 울림소리는 푸르메재단과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난타 팀입니다. 전문 난타 팀과 견주어도 손색 없을 만큼 멋진 공연에 참가자들도 열렬한 환호성을 외쳤죠. 하늘도 감명했는지 거세게 내렸던 비가 갑자기 그쳤습니다.
난타 공연 이후에는 김정욱 넥슨코리아 대표, 이순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이사장, 손용석 한국일보 상무의 기부금 수여식이 이어졌어요. 기부금 1억 원은 어린이재활병원 환아 재활치료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행사에는 이재교 NXC 대표, 이근호 축구 해설위원도 참여했는데요. 이근호 해설의 인기가 상당했습니다. 이동할 때마다 기념 사진을 요청하는 어린이들의 줄이 펼쳐졌죠.
김정욱 대표는 "뜻깊은 행사에 넥슨이 참여할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푸르메재단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재단이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드립니다. 넥슨이 20년까진 아니지만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교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기 계신 분들이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오전 9시경 드디어 슬로우 마라톤이 시작됐습니다. 행사는 운영진과 경찰들의 인도로 안전하게 진행됐어요. 코스는 3km, 6km로 구성됐는데 언덕길이 체력을 더 소진시켰지만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목표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완주가 인증됐죠.
걷는 동안 날씨가 좋지 않았어도 아름답게 핀 꽃들과 남산의 전경을 감상하고, 처음 뵙는 사람들과 게임 혹은 일상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어요. 평소였다면 게임 숙제에 한창 빠져있을 시간이었는데 마라톤에 참가하니까 건강해지는 기분도 들고 보람도 느꼈죠.
넥슨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게임사가 사회 공헌 활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기부 참여뿐만 아니라 푸르메워크처럼 특별한 행사에 참여하면 바쁘고 숨 막히는 일상 속에 힐링을 가미할 수 있는데요.
게이머를 향한 외부 인식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고, 어려운 사람들도 더 많이 도울 수 있고, 자연스럽게 게임 산업도 더 성숙하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게이머가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