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0일 개봉 예정 그란 투리스모
- 9월 20일 개봉 예정 그란 투리스모

'그란 투리스모'가 영화로 제작됐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래서 그란 투리스모가 뭔데"라고 묻는다. 모터스포츠는 커녕 레이싱 게임조차 별 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쁜 레이싱 모델이라면 알 지도 모르겠다.

기자는 '그란 투리스모'라는 레이싱 게임 시리즈는 알고 있었다. 게임의 영화화도 매우 익숙하다. 그런데 게임 내용을 영화로 만든 게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니 호기심이 들었다.

직접 관람한 그란 투리스모에는 레이싱 영화라면 기대하게 되는 시원한 스피드와 짜릿한 스릴, 기대하지 않았던 놀람이 있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게임 속 시스템과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지만, 영화는 게임 밖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열혈 팬인 잔 마든보로에게 어느 날 놀라운 소식이 들려온다. 그란 투리스모 톱 랭커에게 레이싱 드라이버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그란 투리스모 콘테스트'가 개최된 것이다. 어릴 적부터 레이싱 드라이버를 꿈꿨던 그에게는 천금같은 기회였다.

앉아서 컨트롤러만 움직이면 됐던 레이싱 게임과 달리 실제 레이스는 전혀 달랐다. 극한 상황 속에서 레이서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시험하며 때로는 목숨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혹독한 훈련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잔은 GT 아카데미를 1위로 졸업하고 프로 레이싱 팀 합류에 성공했다.

오랜 꿈이던 프로 레이서 데뷔에 성공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상대 팀 선수들은 게이머 출신인 그를 진짜 레이서로 인정하지 않고 짝퉁 취급을 한다. 과연 겜돌이 잔은 레이싱 드라이버라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잔이 그란 투리스모에 접속하고 컨트롤러를 잡자 그의 주변이 마치 레이싱 카 내부처럼 변화한다. 게임 속 레이싱에 깊게 몰입한 모습이자, 현실에서 불가능한 체험이 게임 내에선 가능했다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동등한 조건 레벨 1로 모두가 시작하는 게임과 달리 현실은 서로 다른 출발선을 가진다. 자신이 어떤 재능의 씨앗을 쥐고 있는지, 그 새싹이 어떤 모습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싹 틔울 기회'조차 받지 못한 탓이다.

도저히 부술 수 없었던 현실의 벽을 깨부숴준 것은 게임이었다. 누군가에겐 시뮬레이션 따위에 지나지 않겠지만 잔에게는 위안이었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갈고 닦게 된 계기였다. 또한 포기했던 꿈을 이룰 기회이기도 했다.

현실적 이유로 꿈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잔의 도전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어쩐지 찡한 감동을 준다. 게임은 여러 방식으로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어떤 사람들에게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가진 무언가일 수 있다.

잔이 게이머 출신이다 보니 레이싱 경기 장면에서도 종종 그란 투리스모 게임 속 시스템이 등장한다. 현재 등수 표시나 코스 표시 같은 간략한 것부터, 아예 게임 속 화면을 스크린으로 옮긴 듯한 장면도 있다. 기자 같은 차알못 입장에서는 게임 화면 방식이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시속 200km가 넘는 살벌한 속도를 자랑하는 실제 레이싱 경기장의 긴박감 또한 생생하게 표현됐다. 특히 그란 투리스모의 레이싱 장면은 영화의 실제 모델인 '잔 마든보로'가 스턴트 배우로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어쩐지 속도감과 현실감이 남달랐다.

레이싱 문외한이라 제대로 영화를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그럴 일은 없었다. 카레이싱의 전문적 지식보다는 어린 시절 꿈에 도전하는 잔과 그를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사실 잔이나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게이머 아닌가.

아들이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것을 못마땅해하고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는 것을 결사 반대하던 잔의 아버지, "너희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러 왔다"던 GT 아카데미 교관 잭 솔터, 썸녀 오드리 등 영화 내에서 변화하는 잔의 인간 관계도 흥미로웠다.

가장 공감이 됐던 건 역시 잭의 아버지였다. 자식이 자기와 같은 후회스러운 삶을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 위험한 직업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식도 독립적인 인격체이니만큼 과한 간섭은 좋지 않지만, 심정적인 이해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란 투리스모는 실화 기반 영화다. 게임이라면 GT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프로 레이서로 포디엄에 선 그의 모습이 엔딩으로 나오고 끝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프로 레이싱의 세계에서 '심 레이서'로 당하는 차별과 배척, 사고 위험 등 그저 행복하지만은 않은 애프터 스토리가 기다린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달콤 쌉쌀한 끝맛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영화 자체는 유쾌하고 희망적으로 끝났지만, 영화 프레임을 벗어난 레이싱 드라이버 잔 마든보로의 삶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관객으로서는 아무래도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는 오히려 이런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잔은 불가능하던 꿈을 이룰 기회를 잡고, 동화처럼 완벽한 끝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바라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적 해피 엔딩 아니겠는가. 그 수단이 누군가는 하찮게 생각할 지 모르는 게임이라는 것도 좋았다.

만약 그란 투리스모를 관람할 생각이 있다면 돌비 시네마 관을 추천한다. 영상 색감이나 화질은 물론이고, 빵빵한 사운드로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특히 레이싱 경기 장면에서 체감이 많이 됐다. 영화관 개봉은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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