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풍경이 게임 속에 포함된 경우는 주변에서 종종 나온다. 국내 게임뿐만 아니라 해외 게임에서도 우리나라의 배경이나 역사 속 인물들을 채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곤 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새로움을 주기 위한 감초 역할 정도다. 

중국과 일본의 문화 담긴 게임은 매우 흔하다. 중국의 전국시대를 표현한 삼국지 시리즈부터 일본의 '용과 같이' 등 게이머들에게 매우 익숙한 나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대 이전 시대를 다룬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9년째 장수 중인 펄어비스 MMORPG '검은사막'이 조선을 배경으로 삼은 신규 대륙 '아침의 나라'를 출시했다. 서양식 갑옷을 두르고 마법을 사용하는 판타지 게임에서 조선이라니. 소위 이야기하는 '국뽕'이 차올랐다.

아침의 나라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그동안 육성했던 신규 캐릭터 '우사'로 접속했다. 아침의 나라를 구석구석 뛰어다니면서 조선의 아름다운 모습이 얼마나 표현됐는지 직접 플레이해봤다.

 

타임머신 타고 조선으로 돌아간 듯한 고증

아침의 나라에 입성하면 '남포항'과 '무들 마을' 배경이 펼쳐진다.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과 갓을 쓴 선비, 항구를 지키는 포졸 등 다양한 NPC들로 항구가 북적였다.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기 위해 몰려든 기존 대륙 NPC까지 조화롭게 뒤섞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침의 나라를 모험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디테일이다. NPC들이 착용한 의복뿐만 아니라 건축물과 지형지물이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됐다. "개발자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에 다녀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머리에 가체를 얹고 한복을 입은 여인과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양반, 지게를 진 짐꾼, 좌판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상인까지 모두 세세하게 표현했다. 단순히 의복만 갖춰 입은 게 아니라 인물의 신분에 맞는 자연스러운 모션이 일품이다.

건축물의 디테일도 뛰어났다. 서민들이 생활하던 초가집은 당시 생활상을 반영했다. 가마솥과 아궁이, 뒷간, 장독대가 눈에 띄었고, 구석에 놓인 볏짚과 땔감, 처마에 매달린 메주 등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한 개발진의 노력이 엿보였다.

기와집 역시 남달랐다. 양반의 가옥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했던 '홑처마'는 소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궁궐이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겹처마'는 곡선의 아름다움과 형형색색 새겨진 단청이 돋보였다. 곳곳에 배치된 소품들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섬세하게 표현된 가구의 문양과 문고리가 대박이었다.

앞서 개발자 코멘터리 영상에서 밝혔듯이 아침의 나라 배경은 우리나라 실제 지형을 참고하여 만들어졌다. 한국민속촌을 비롯해 담양의 죽녹원, 구례의 사성암, 완도의 청해포구, 창녕의 화왕산 등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지형들이 게임 속에 녹아들었다.

 

한 편의 전래동화 읽는 듯한 스토리

돼지로 변한 금돼지왕의 원한을 풀어주는 이야기
돼지로 변한 금돼지왕의 원한을 풀어주는 이야기

아침의 나라는 각자 다른 이야기를 옴니버스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손각시전, 금돼지왕전, 두억시니전 등 우리나라의 설화나 민담을 검은사막에 맞게 풀어냈다.

그동안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스토리 접근성을 높인 검은사막은 아침의 나라에서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대사에 음성 더빙을 지원해 지루함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더빙 퀄리티도 매우 높았다. 모험가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 돌쇠, 동해도 관찰사 이덕수, 손각시, 금돼지왕 등 캐릭터의 개성이 돋보였다. 

적절한 타이밍에 재생되는 컷신도 훌륭했다. 기존 검은사막 스토리에 비해 컷신이 차지하는 분량이 늘어나서 더욱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컷신이 종료되고 자연스럽게 전투로 전환되는 장면에서 매우 놀랐다. 기존에는 컷신이 종료되고 로딩을 거치거나 화면이 전환되더라도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있었는데 아침의 나라에서 대폭 개선됐다.

메인 스토리는 유저들이 직접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분기점을 제공한다. 유저가 선택한 분기마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악령이 된 손각시를 퇴치하거나 퀘스트를 통해 손각시의 한을 풀어주는 등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하게 구성된 스토리와 더빙, 컷신으로로 눈과 귀가 즐거운 모험이었다. 다만 단점도 있었다. 퀘스트 동선이 매우 길어서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강제로 진행해야 하는 채집 퀘스트 때문에 중간에 몰입감이 떨어졌다.

 

손맛 살아있는 전투 시스템

우두머리 금돼지왕 토벌
우두머리 금돼지왕 토벌

아침의 나라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기존의 몰이사냥 대신 우두머리를 상대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사냥터가 존재하지 않고 '검은 사당'을 찾아가 해당 우두머리를 토벌해야 한다.

보스는 메인 스토리에서 보았던 9종의 우두머리로 구성됐다. 각 우두머리들은 저마다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략법을 익혀두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낮은 단계인 일재시니는 쉽게 클리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우두머리의 대미지와 패턴 모두 강력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즉사 패턴을 제대로 숙지해야 한다. 금돼지왕의 경우 우두머리의 영역을 벗어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력 회복, 또는 즉사 패턴을 사용한다. 또한 체력이 30% 이하가 되면 강력한 범위 공격을 사용한다. 무적 스킬 또는 주변에 있는 회복 구슬을 사용해야 한다.

핵심은 속성이다. 속성 대미지 비율이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해, 달, 땅 3가지 기운 중에서 우두머리의 저항 속성을 미리 파악하고 포인트를 투자해야 한다. 기운은 은화를 사용해서 초기화 가능하다.

우두머리를 토벌하면 전리품 상자를 얻는다. 광명석과, 수정, 기억의 파편 등 혜자스러운 보상이 니온다. 또한 확률에 따라 신규 아이템 '단의 장갑', '봉황의 눈물' 등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드롭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꼭 진행해야 한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는 분명 새로운 시도였다. 중세 시대 배경의 판타지 세계관에 조선의 모습을 녹여내는 것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은사막은 훌륭하게 해냈다. 흠잡을 곳 없이 우리나라의 멋을 표현했다.

특히 디테일이 돋보였다. NPC들의 의복과 행동, 건물, 지형 등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신경 쓴 것이 느껴졌다. 신규 대륙인 만큼 콘텐츠 볼륨도 굉장히 컸다. 메인 스토리만 집중해도 대략 10시간이 소요됐다. 서브 퀘스트와 우두머리 콘텐츠까지 즐길 거리가 넘쳐났다.

유저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검은사막 폼 미쳤다", "아침의 나라 구경하다가 시간 다 갔다", "개발자들 진짜 조선 갔다 온 거 아니냐", "스토리 너무 재밌다", "우두머리 트라이하는 재미가 있다"라고 호평했다.

검은사막은 1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동안 쌓여있던 콘텐츠와 스토리를 재정비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앞서 출시된 신규 클래스 우사와 매구뿐만 아니라 각종 이벤트, 게임 외적 콘텐츠를 선보이며 모험가들에게 재미를 줬다. 아침의 나라를 즐기면서 앞으로 이어질 검은사막의 또 다른 시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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