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부재에 닫힌 주차장, 무성의한 대기자 배려까지 3중고에 시달린 포켓몬 팬

'2022 포켓몬 페스티벌'이 주최 측의 어처구니없는 운영 미숙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헤메기 일쑤인 길 찾기 및 주차 문제, 황당한 대기시간 안내, 더위를 피할 곳 없는 행사장 구조 등 총체적 난국 속에 관람객들은 시간과 체력을 허비했다. 

1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에서 막을 연 포켓몬 페스티벌은 15m 초대형 피카츄 조형물과 역대 최대 규모의 피카츄 퍼레이드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포켓몬GO 전설의 포켓몬 '멜탄'을 획득할 수 있는 '박사의 연구' 프로모션 카드를 선착순 증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포켓몬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펜데믹 이후 오랜만의 오프라인 행사이기도 했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포켓몬 카드와 전설의 포켓몬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행사 시작 전부터 팬들의 관심과 기대감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종합운동장 주변은 바리게이트로 인해 미로처럼 복잡하여 행사장의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종합운동장 주변은 바리게이트로 인해 미로처럼 복잡하여 행사장의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관람객 고생은 행사장이 가까워지면서 곧바로 시작됐다. 행사장인 잠실종합운동장은 포켓몬 페스티벌 외에도 '2022 ABB FORMULA'가 함께 열렸다. ABB FORMULA 측 행사 진행을 위해 종합운동장 남동문 통로의 이동을 통제했다.

규모가 큰 행사다 보니 많은 인파의 이동을 조율하는 것은 주최 측으로서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포켓몬 페스티벌 측에서 어떠한 사전 안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잠실종합운동장 제1수영장에서 개최한다는 공지만 있었을 뿐 막상 현장에 가보니 안내 팻말이나 현수막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 또한 종합운동장역에 11시 34분쯤 도착했지만 미로처럼 얽힌 통제선에 의해 30분 이상 종합운동장 주변을 헤맸다. 비단 기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SNS 및 커뮤니티에서도 길을 찾을 수 없어 행사장의 위치를 물어보거나 주의하라는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포켓몬 페스티벌 운영 미숙에 대한 비판과 문의가 올라왔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포켓몬 페스티벌 운영 미숙에 대한 비판과 문의가 올라왔다. 

주차 문제는 더 심각했다. 포켓몬은 성인뿐 아니라 영유아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콘텐츠다. 그런 만큼 자가용을 타고 가족단위로 방문한 이들이 많았지만 도착과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종합운동장 주차장 이용이 불가능했다. 주변에서 열린 대규모 행사로 인해 주차장을 막은 것이다.

주차와 관련된 별도의 안내가 없었기에 자가용을 끌고 온 관람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 이용 가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탄천주차장 등 외부 주차 공간을 찾아야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두 아들과 함께 행사에 온 한 관람객은 "아들이 포켓몬을 워낙 좋아해서 나들이 겸 함께 나왔는데주차장이 막혀서 30분 넘게 헤맸다."며 "관계자들에게 물어봐도 아는 바 없다고만 대답하고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하면서 아이들도 지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 스태프들에게 주차 위치에 대해 묻는 이들이 많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답변은 받지 못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행사장 위치 외엔 별도의 주차 및 이동 경로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행사장 위치 외엔 별도의 주차 및 이동 경로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대기자 배려도 엉망이었다. 포켓몬 행사하면 역시 다양한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포켓몬 팝업 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슈성이 높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입장은 QR코드를 찍어 대기순번을 받아 차례대로 들어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는 약 10분간 대기하여 12시 21분에 대기순번을 받았다. 대기순번을 받는 순간 황당했다. 대기번호는 사람이 많이 몰렸으니 그렇다치더라도 예상 대기시간이 6600분(110시간)으로 나왔다. 시스템 오류라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대기시간 표기는 중요한 사항이다. 시간 내어 찾아온 관람객들 일부는 황당한 대기시간을 보고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게다가 별도의 줄 없이 순번 안내에 따라 입장하는 구조 상 후순인 고객들은 다른 곳에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대기시간을 보고 행사장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만큼 관람객들의 유동적인 시간 관리를 위해서라면 비교적 정확한 고지는 필수다.  

예상 대기시간 6600분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기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한여름 따가운 햇빛을 피해 마땅히 쉴 곳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10일 낮 종합운동장 주변은 3일간 지속된 폭우가 무색하게 32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었다. 여름행사임에도 행사장 근처에 대형 선풍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기 순번을 카카오톡으로 안내받기 때문에 반드시 줄을 서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사장 주변에는 잠시 들어가 있을 카페가 있는 것도, 햇빛을 가려줄 파라솔과 의자가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나 바로 옆 행사장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 조그마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포켓몬 팝업 스토어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은 행사장 근처 그늘로 들어가 햇빛을 피했다. 
포켓몬 팝업 스토어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은 행사장 근처 그늘로 들어가 햇빛을 피했다. 

포켓몬 페스티벌에 온 관람객들은 포켓몬GO를 즐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제1수영장 근처 그늘에 들어가 있거나 종합운동장 쉼터에 앉아 시간을 떼웠다. 무더위에 높은 습도까지 겹치면서 관람객들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부모들은 지친 아이들을 달래느라 정신없었다. 

포켓몬코리아 측에 미숙한 운영과 관람객들의 불만을 문의했으나 "2022 포켓몬 페스티벌은 E-PRIX 주최"라는 회피성 답변이 돌아왔다. 포켓몬코리아 관계자는 "포켓몬 IP의 이름만 빌려준 것이며 현 상황에 대한 내용은 들은 바 없다"라며 "주차 문제와 사전 공지에 대한 답변은 E-PRIX 측에 문의해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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