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의 게임 산업계의 이슈는 다양했다. 몇 가지 분야만 분석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큰 변화의 중심은 역시 코로나19였다. 지난해부터 영향을 미쳐온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생활 양식 전반과 산업계 전반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를 비교해서 논해야 할 만큼 큰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는 게임 산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집에서 즐기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등이 크게 부상했다. 온라인 게임과 콘솔 게임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더 크게 성장하였다.
특수한 사례지만 엔데믹(Ndemic)의 ‘플레이크(Plaque)’라는 전염병 게임은 특수를 누리면서 높은 수익을 올렸고, 수익의 25만 달러(약 2억 9660만 원)를 기부했다. 반대로 야외에서 하는 ‘포켓몬 고’ 게임은 불황일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게임 이벤트인 전시회, e스포츠 대회 등은 전면 취소되거나 축소되어 개최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둘째, IP-게임 인프라 기술의 확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M&A 협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것은 많은 대기업이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나 NFT(대체불가토큰, Non-fungible Token)에 대한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중국 게임 기업인 텐센트는 국내 기업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등에 투자하여 지분을 확보했다. 국내외 중소 벤처기업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덩치를 불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벤처 캐피털들은 한국 기업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의 게임 기업이 해외에서는 높게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의 벤처 캐피털에겐 저평가되고 있다. 게임 콘텐츠와 게임 기업의 평가 기준이나 모델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게임 콘텐츠와 게임 기업의 가치 평가를 잘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런 분야의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문화콘텐츠 산업 중 게임 산업의 수출 기여도는 여전히 높다. 2020년도 문화콘텐츠 산업의 수출액 108억 달러(약 12조 8131억 2000만 원) 중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72억 달러(약 8조 5406억 4000만 원)로 66.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음악, 드라마, 영화 부분에서의 수출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의 게임 산업이 문화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게임 산업은 여전히 많은 규제를 받고 있고 제대로 대접받지 않고 있다. 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넷째, 2021년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되었다. 대표적인 규제로 손꼽히던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때늦은 한탄(恨歎))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한국의 게임 산업은 더 높은 성장을 했을 것이다. 셧다운제를 실시했던 태국과 중국에서도 이미 실패한 규제인 걸 뻔히 알면서 추진했던 규제였다. 결국 게임 산업 발전에 저해만 됐을 뿐,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목표를 거의 달성하지 못한 채 게임 산업계에 상처만 남겨 주었다.
앞으로는 규제보다는 진흥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는 게임을 하는 것을 문화로 인식하지 않고 그저 공부에 방해되는 행위로만 보는 편견 때문이다.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의 질병코드화를 추진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오히려 집에 머물며 게임을 플레이할 것을 권고했다. 이것은 게임 플레이가 각자 집에 머물며 거리두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소통하면서 교류를 증진하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게임의 긍정적인 기능은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020년 6월 세계 최초로 게임을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했다. 게임의 형태이지만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인지기능 장애 등 정신 기능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약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의사가 의학적인 치료 방법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것을 처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게임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서가 아닌 질병을 치유하고 치료하는 기능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능성 게임이 진화하여 디지털 치료제가 된 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기능성 게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육성해왔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기능성 게임의 발전과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 분야에서 선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2012년 한국 게임업계는 이밖에도 로블록스-제페토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선풍, 구글 플레이 인앱결제 독점을 규제하는 ‘구글갑질법’이 국회서 통과되었다. 또한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일었고, 게임을 4대중독으로 주장하며 입법을 추진했던 신의진 전 의원의 윤석렬 캠프 입성 등이 주요 이슈였다.
다사다난한 2021년이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임인년(壬寅年) 호랑이띠인 2022년에는 새로운 정부와 함께 ‘기생충’ ‘오징어게임’ 같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한국 콘텐츠가 호령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기대한다.
글쓴이= 윤형섭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quesera21@daum.net
윤형섭 교수 프로필
대한민국 게임학박사 1호
전 상명대 대학원 게임학과 교수
전 중국 길림애니메이션대학교 대학 대학 교수/학장
현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