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랙션 장르는 여전히 입문이 어려운 장르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장르의 대중성을 높이는데 일조했지만, 살아남는 재미보다 잃어버리는 공포가 먼저 찾아오는 장르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마니아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장비를 잃는 순간의 허탈함과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걸 잃는 긴장감은,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높은 장벽처럼 느껴졌다. 루팅의 쾌감보다 손실이 더 크게 체감되는 구조탓에 익스트랙션만의 매력이자 한계로 남았다.

넥슨 신작 '아크 레이더스'는 그 벽을 낮추려 한다. 생존과 교전 사이의 줄타기를 유지하면서도, 접근성을 조금 더 넓혔다. 겉보기엔 낯설지만 플레이 방식은 비교적 직관적이고, 익스트랙션 특유의 긴장감도 잘 유지돼 있다.

아크 레이더스의 무대는 문명이 무너진 뒤의 지구다. 바람에 깎인 구조물과 폐허가 남아 있고, 그 사이를 정체불명의 기계 생명체 ‘아크’가 배회한다. 플레이어는 그 틈을 누비며 자원을 모으고, 싸우고, 때로는 다른 생존자와 맞선다.

전투는 PvE와 PvP가 함께 존재하지만, 교전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탐사 중에는 아크를 피해 조용히 자원을 챙길 수도 있고, 다른 플레이어와 마주쳐도 굳이 싸움을 벌이지 않을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그 선택이 곧 결과로 이어진다.

‘더 파이널스’로 슈팅 명가의 이미지를 굳힌 엠바크 스튜디오의 색깔은 이번에도 뚜렷하다. 전작에서 보여준 세련된 설계와 안정적인 기술력은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익스트랙션 장르의 틀 안에서 엠바크만의 방식으로 완성도를 다듬었다.

 

■ 복잡함을 덜고,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든 설계

- 유사시 동료를 두고 혼자 탈출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 유사시 동료를 두고 혼자 탈출하는 선택도 가능하다

아크 레이더스는 익스트랙션 장르의 대부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와 비교하면 훨씬 순한맛이다. 타르코프가 머리, 팔, 다리 같은 부위별 체력을 따로 계산하며 현실감을 쌓았다면, 아크 레이더스는 단순히 체력과 실드만 관리하면 된다. 복잡한 시스템을 덜어내면서 접근성을 높였다.

타르코프에서는 팔이 부러지면 조준이 흔들리고, 다리를 다치면 속도가 떨어진다. 이런 시스템은 전략적 판단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게임을 어렵게 만든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저 피로할 뿐이다. 아크 레이더스는 이런 장벽을 과감히 걷어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익스트랙션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뉴비 유저들에게 특히 반갑다. 부위 손상이나 출혈, 골절 같은 세부 요소를 제거하고, 루팅과 전투의 재미만 남겼다. 덕분에 순간의 실수에도 다시 일어설 여지가 있다. 

인벤토리 구조도 다르다. 기존 익스트랙션 게임은 아이템 크기와 배치까지 계산해야 했다. 공간이 모자라면 아이템을 버리고 재배치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따라왔다. 하지만 아크 레이더스는 이런 과정을 없앴다.

아이템을 주우면 그대로 장비를 교체하거나 인벤토리에 추가하면 끝이다. 더 이상 칸을 쪼개고 맞출 필요가 없다. 단순하지만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 단순함 속에서 드러나는 긴장의 밀도

- 언제 어디서 아크나 플레이어가 공격할지 몰라 긴장감이 넘친다
- 언제 어디서 아크나 플레이어가 공격할지 몰라 긴장감이 넘친다

아크 레이더스는 하드코어 요소를 덜어냈지만, 긴장감까지 지운 건 아니다. 생명의 위협이 없는 외딴 구역에서도 언제 어디서 다른 플레이어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끝까지 따라붙는다. 시스템은 단순해졌지만, 긴장감은 묵직하다.

이 긴장감을 떠받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사운드, 또 하나는 기계 생명체 ‘아크’다. 이 둘은 전장을 항상 긴장 상태로 만든다. 주변이 잠잠해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음과 총성 때문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느끼기 어렵다.

총을 쉽게 꺼내 들 수도 없다. 총성이 울리는 순간, 근처의 아크들이 소리에 반응해 몰려오고, 그 소리를 들은 다른 플레이어가 접근할 수도 있다. 교전 한 번이 눈덩이처럼 번져 결국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운드도 몰입감과 긴장감에 큰 영향을 준다. 비행형 아크가 내는 ‘윙윙’거림, 멀리서 들리는 총성, 금속이 스치는 소리, 발소리 하나까지 또렷하게 들려 작은 소리 하나에도 긴장감이 높아진다. 

아크 레이더스는 복잡한 구조 대신 감각적인 긴장감을 택했다. 싸움을 강요하지 않지만, 언제 교전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이 계속 이어진다. 

 

■ 환경과 선택이 만들어내는 전투 완성도

- 아크 상대로는 '헐크래커'가 매우 효과적이다
- 아크 상대로는 '헐크래커'가 매우 효과적이다

아크 레이더스의 전투는 완성도가 높다. 슈팅 감각이 깔끔하고, 격발음과 반동, 타격감 모두 탄탄하게 다듬어졌다. 총기의 종류마다 조작감이 확실히 달라서 쓰는 무기에 따라 전투 흐름이 바뀐다.

맵마다 교전이 중심이 되는 곳도 있고, 루팅에 비중을 둔 곳도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댐 전장’은 시야가 넓고 교전 구역이 명확하다. 수직 구조와 개방 구역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루팅과 전투의 균형이 잘 맞는다.

반면 ‘파묻힌 도시’는 이름 그대로 모래에 잠긴 도시다. 건물 입구가 막혀 있어 대부분 창문을 통해 드나들어야 한다. 내부에는 루팅할 만한 자원이 적고, 외부에는 다수의 아크들이 배회하고 있어 교전이 자주 일어나기 쉽다. 전투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맵이다.

맵마다 교전 비율과 루팅 효율이 다르기 때문에 준비가 달라야 한다. 교전이 잦은 맵은 가젯, 탄약, 회복제를 충분히 챙겨야 한다. 반대로 루팅 위주 맵에서는 가방 공간을 우선시하는 편이 낫다.

- 대형 아크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울프팩
- 대형 아크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울프팩

무기 선택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플레이어와의 교전이 많다면 연사 속도와 정확도가 좋은 무기가 유리하다. 반대로 아크와의 싸움이 잦을 땐 아크 맞춤형 총기를 1정 정도 필수로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크를 상대로는 명중 시 폭발하는 발사체를 쏘는 ‘헐크래커’나 여러 유도 미사일을 흩뿌리는 ‘울프팩’이 유용하다. 

결국 전투는 단순한 조준과 사격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맵을 선택하고, 어떤 상황을 예상하느냐에 따라 준비가 달라진다. 아크 레이더스는 그 준비 과정 자체를 플레이의 일부로 만든다.

전투는 복잡하지 않지만 집중도를 유지한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대응이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익스트랙션 장르의 긴장감이 살아난다. 아크 레이더스는 그 단순한 싸움 안에서 확실한 재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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