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팀이 없는 발로란트 결승 시리즈가 됐다. 젠지, DRX, 그리고 T1 모두가 디펜딩 챔피언 RRQ에게 일격을 맞으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팀이 떨어진 VCT 퍼시픽 2025 스테이지 2는 그야말로 동남아 팀들의 세상이다.
싱가폴 기반 PRX, 태국 기반 탈론 e스포츠, 인도네시아 기반 RRQ로 결승 시리즈에 오른 세 팀 모두 동남아 지역 팀이다. 세 팀 모두 독특한 컬러를 가졌고, 소위 '보는 맛'이 있는 팀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31일까지 양일간 일본 도쿄 라라 아레나에서 개최된다. PRX는 퍼시픽 최다 우승팀을, 탈론은 퍼시픽 최초 우승을, 그리고 RRQ는 2연속 우승을 노린다. 각 팀에 많은 것들이 달려있는 순간이다.
VCT 퍼시픽 2025 결승 시리즈는 어떤 양상의 경기가 펼쳐질까. 어떤 맵이 나오고, 어느 맵이 밴이 될까. 그리고 어떤 요원들이 등장할까. 그룹 스테이지 및 플레이오프 데이터를 정리해보았다.
■ 필밴맵 - RRQ의 '로터스', 탈론의 '어센트', 그리고 PRX의 '코로드'
세 팀 모두 '필밴' 맵이 존재한다. RRQ는 로터스, 탈론은 어센트, PRX는 코로드다. 독특한 점은 RRQ는 지난 스테이지 1에서 로터스 승률이 6전 4승 승률 66%로 꽤 좋은 모습을 보인 맵이지만, 스테이지 2 들어와 필밴 맵이 됐다는 점이다.
스테이지 1에서 테호를 기용해 로터스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RRQ다. 테호 너프 이후 로터스 조합에 대한 이렇다 할 조합을 찾지 못한 모습으로 풀이된다. 마스터스 토론토에서 오멘-바이퍼 조합을 1회 선보인 바 있지만, 유럽의 강호 프나틱에게 13대 5로 대패했다.
어센트는 탈론은 물론 PRX도 선호하지 않는 맵이다. RRQ는 밴 카드를 투자하는 맵은 아니지만 승률은 좋지 못하다. 결승 시리즈에 올라온 세 팀 모두 어센트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과거 PRX는 '스카이'를 필두로한 조합으로 어센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너프 이후부터 선호하지 않는 맵이 됐다. 탈론은 RRQ와 비슷하게 어센트에서 테호를 기용했었지만 스테이지 2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한 모양새다.
추가로 PRX는 밴 카드를 코로드에 고정적으로 사용한다. 결승전에서 깜짝 오픈할지, 아니면 기존대로 고정 밴에 투자할지가 관건이다. RRQ와 탈론 모두 코로드를 플레이하는 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에 밴을 투자할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Bo5로 진행되는 만큼 맵 중 하나가 풀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결승 진출전에서 맞붙는 RRQ와 탈론은 로터스와 어센트라는 서로 다른 밴 카드가 존재한다. 그대로 닫을지 아니면 카운터 전략을 들고 왔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 물고 물리는 서로의 필승맵
싫어하는 맵이 있다면 선호하는 맵도 있는 법이다. 가장 많은 전투를 치룬 맵은 RRQ는 헤이븐, PRX와 탈론은 바인드다. RRQ는 헤이븐에서 총 6번 경기했고, 그중 4번 승리했다. PRX는 바인드 4전 전승으로 필승맵이고, 탈론은 바인드에서 5번 경기해 2번 이겼다.
재밌는 건 탈론과 PRX는 바인드를 즐겨하지만 RRQ는 좋아하지 않는다. RRQ는 바인드에서 2번 경기해 모두 패배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PRX는 탈론을 상대로 바인드에서 맞붙어 13대 7로 이미 승리한 바 있다. 따라서 PRX의 단독 밴으로 진행되는 결승은 누가 올라오든 간에 바인드는 높은 확률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헤이븐은 RRQ가 매우 좋아하는 맵이지만 탈론은 헤이븐에서 1승 1패다. PRX는 헤이븐이 모스트픽은 아니지만 3전 전승으로 바인드와 더불어 원투펀치 맵이다. 결승 진출전에서 탈론은 헤이븐을 밴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RRQ는 선셋을 매우 좋아한다. 헤이븐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룬 맵이다. 5번의 경기를 치뤘고, 그 중 3번 승리했다. 반대로 탈론은 1전 1패, PRX는 2전 1승이다. 결승 진출전에서 탈론은 헤이븐과 더불어 밴을 고민해야 하고, RRQ가 결승에 올라간다면 PRX가 선셋을 밴할 수 있다.
탈론은 로터스와 코로드가 3전 3승으로 전승맵이다. 경기는 아이스박스가 4회로 더 많지만 2전 2승으로 승률 50%다. 로터스는 RRQ의 필밴, 코로드는 PRX의 필밴이라는 게 포인트다. 각각 하나의 밴 카드만 있는 시리즈인 만큼 탈론을 상대한다면 각각 밴이 될 수 있다.
■ 바이퍼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세 팀
퍼시픽 현 메타는 '오멘-바이퍼' 메타다. 세부적인 요원 선호는 팀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인 픽률은 오멘이 75%, 바이퍼가 57%로 모든 요원 통틀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바인드를 제외하면 오멘의 피해망상 연계가 팀게임에서의 밸류가 높고, 바이퍼의 장막을 이용한 심리전과 땅따먹기가 프로씬에서 매우 유용한 덕분이다.
재밌는 포인트는 결승 시리즈에 올라온 RRQ, PRX, 그리고 탈론 모두 바이퍼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 팀 모두 절제해 사용한다. 특히, 로터스에서 거의 모든 팀이 바이퍼를 사용하지만 PRX와 탈론은 사용하지 않는다. RRQ는 밴 카드를 사용했다.
선셋의 경우 바이퍼는 12개 팀 중 6개 팀이 사용하는데 그중 PRX와 탈론이 사용한다. RRQ는 바이퍼 대신 브리치를 채용한다. 반대로 코로드는 RRQ만 바이퍼를 사용한다. 탈론은 '사이퍼+데드록' 조합을, PRX는 모두 밴했다.
헤이븐 역시 바이퍼 사용 비율이 반반인 맵이지만 세 팀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 정석 조합이 뚜렷한 어센트도 마찬가지다. 위 세 개 팀이 공통적으로 바이퍼를 채용하는 맵은 장막형 연막이 반필수적인 아이스박스뿐이다.
아이스박스를 제외하면 세 팀 모두 바이퍼를 쓰는 맵이 갈리는 만큼 영역을 어떤 식으로 가져가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