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는 이제 새로운 게 나오기도 어려운 장르다. 미소녀 수집, 반복 육성, 감정선 중심 서사 등 기본 뼈대는 이미 정형화돼 있고, 웬만한 연출이나 캐릭터로는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 

스튜디오비사이드 신작 '스타세이비어'는 익숙한 공식을 다르게 풀어낸다. 단순히 예쁜 캐릭터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와의 관계를 중심에 둔 각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 설계가 눈에 띈다.

스타세이비어는 전작 ‘카운터사이드’ 개발진의 차기작이라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프로젝트 공개 당시부터 꾸준히 기대치를 쌓았고 전투와 애니메이션 연출, 캐릭터 감정선 중심의 스토리가 핵심 매력으로 강조됐다. 그렇게 7월 진행된 CBT는 이 기대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확인할 기회였다.

첫 소감은 예상보다 탄탄했다. 전투와 연출은 물론이고, '여정'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각 캐릭터의 성격과 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단순한 수집형 모바일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감정 구조가 플레이 내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개선이 필요한 지점도 분명 존재했다. 반복 플레이 중심의 구조는 후반으로 갈수록 피로감을 높인다. 하지만 방향성과 감정선의 설계는 뚜렷했고, 이 흐름이 유지된다면 정식 버전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 감정선이 살아 있는 수집형 서브컬처

- 캐릭터들의 미모도 굉장히 뛰어나다
- 캐릭터들의 미모도 굉장히 뛰어나다

스타세이비어는 단순한 전투와 육성을 넘어 서사 전개와 감정선 구축에도 많은 비중을 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세계 멸망의 위기 속에서 ‘단장’이라는 존재가 되어, 구원자들과 함께 반복되는 파국을 막기 위한 임무를 맡는다. 서브컬처에 익숙한 유저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관 구성이다.

게임 내 서사는 여러 콘텐츠를 통해 단계적으로 구성됐다. 캐릭터 간의 관계성과 중심 줄거리는 음성과 컷신이 포함된 메인 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전투 중심의 콘텐츠인 작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위협에 맞서는 실전 상황이 묘사된다. 여기에 육성과 서사를 결합한 콘텐츠인 ‘여정’이 더해져, 각 캐릭터의 배경과 감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여정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 캐릭터와 플레이어 간의 유대를 형성하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초반에는 형식적인 대화만 오가지만, 반복 진행을 통해 점차 친밀해지는 흐름으로 설계됐다. 상호작용 결과에 따라 이벤트가 달라지기도 하며, 개별 캐릭터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캐릭터마다 말투와 태도에서 뚜렷한 개성이 보이며, 단순한 역할 분담을 넘어 고유한 성격을 지닌 인물로 설계됐다. 여정 중 발생하는 사건과 선택지는 각 캐릭터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이는 단장의 행동과 맞물리며 서사를 점진적으로 확장시킨다.

스타세이비어는 전투와 육성 사이에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데 신경 쓴 모습이다. 진지한 분위기의 메인 시나리오와 가볍게 흘러가는 여정 콘텐츠가 적당히 균형을 이루고, 캐릭터를 모으는 과정이 관계를 쌓아가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 스타세이비어 CBT 체험기 [출처: 시롤 유튜브]

 

■ 속도 중심의 턴제 전투, 그런데 육성 시뮬레이션을 곁들인...

- 정해진 턴 동안 훈련, 의뢰, 휴식 등의 일정을 조율하며 스탯을 끌어올려야 한다.
- 정해진 턴 동안 훈련, 의뢰, 휴식 등의 일정을 조율하며 스탯을 끌어올려야 한다.

스타세이비어는 크게 두 가지 핵심 콘텐츠로 구성됐다. 속도 기반의 턴제 전투와 캐릭터 육성을 위한 시뮬레이션 시스템 ‘여정’이다. 각각의 시스템은 전투와 성장이라는 게임의 양축을 담당하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정은 캐릭터의 성능을 근본적으로 좌우하는 중요한 콘텐츠다. 정해진 턴 동안 훈련, 의뢰, 휴식 등의 일정을 조율하며 스탯을 끌어올려야 한다. 결과에 따라 생성되는 ‘스텔라 아카이브’는 캐릭터 능력치를 직접 강화해 주고, 추후 다른 캐릭터 육성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구조만 보면 서브컬처 팬들에게 익숙한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닝과 유사하다. 동료 캐릭터를 편성하고, 아르카나(서포트 카드)를 조합해 이상적인 성장 경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여정 도중에는 다양한 랜덤 이벤트나 평가전이 끼어들어 긴장감을 더한다.

성공적인 여정을 마치면 캐릭터 고유의 스텔라 아카이브가 생성된다. 이 장비는 여정에 재등장할 경우 추가 스탯을 제공하는 축복 효과도 있기 때문에, 고등급 아카이브 확보가 곧 육성 효율로 직결된다. 반복 플레이를 통해 이상적인 아카이브 조합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여정은 세 가지 일정으로 나뉜다. 훈련으로 스탯을 올리고, 의뢰로 전용 재화를 수급하며, 휴식으로 소모된 스태미나와 컨디션을 회복하는 구조다. 지나친 훈련은 실패 확률을 높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육성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일정 관리가 중요하다.

단순히 수치를 올리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 점도 여정의 장점이다. 캐릭터별로 준비된 고유 이벤트나 대사, 갈등 요소들이 감정선을 형성하며 육성 그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처럼 이어진다. 반복 플레이 속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유도하는 구조다.

- 완성된 스텔라 아카이브에 따라 캐릭터의 최종 능력치가 결정된다
- 완성된 스텔라 아카이브에 따라 캐릭터의 최종 능력치가 결정된다

 

■ 전투 흐름을 바꾸는 3요소 '버스트·카운터·브레이크'

- 속도 기반의 턴제 전투에 다양한 변수 요소를 추가했다
- 속도 기반의 턴제 전투에 다양한 변수 요소를 추가했다

스타세이비어는 속도 기반 턴제 전투를 채택하고 있지만, 단순히 선공이 유리한 구조는 아니다. 스킬 쿨타임과 카운터 시스템, 브레이크 조건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해 속도 일변도의 전략이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

스킬 구조도 단순하지 않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긴 쿨타임을 가진 궁극기와 특수기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 공격조차도 단순한 딜링 도구라기보다 전투 흐름을 조정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어떤 스킬을 어느 타이밍에 아껴두고, 무엇을 강화해 쓸지 계산하는 것이 전투의 밀도를 결정짓는다.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노바 버스트’다. 전투 중 충전되는 게이지를 소비해 스킬을 일시 강화할 수 있으며, 대상 스킬은 전 캐릭터 공용이지만 강화 효율은 캐릭터마다 다르다. 궁극기를 강화해 마무리 각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기를 강화해 강인도를 빠르게 깎는 응용도 가능하다.

적의 강인도를 깎아 브레이크 상태를 만들면, 방어력이 크게 떨어지고 상태 이상도 쉽게 걸린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브레이크 스킬’은 공격 외에도 체력 회복이나 버프 등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어떤 스킬이 발동될지는 랜덤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조절하며 상황에 맞는 효과를 노리는 운영도 가능하다.

카운터 시스템은 상대가 방금 사용한 스킬 종류와 같은 유형의 스킬로 반격할 경우, 추가 피해를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적이 특수기를 썼을 때 바로 특수기로 응수하면 카운터 효과가 발생한다. 단순히 스킬을 쓰는 순서만으로도 전투 흐름이 바뀌기 때문에, 스킬 타입을 의식한 대응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 노바 버스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다
- 노바 버스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다

 

■ 반복이 만든 피로도, 넘을 수 있을까

- 스텔라 아카이브작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 스텔라 아카이브작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CBT 기준으로  스타세이비어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메인 시나리오와 육성 콘텐츠가 잘 연결돼 있고, 시스템 구성도 깔끔하다. 특히 플레이어와 캐릭터 간 유대를 쌓을 수 있는 장치들이 콘텐츠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여정은 캐릭터의 성장과 감정선이 함께 전개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캐릭터를 이해하고, 실제 전투에서도 활용되는 구조라 서사와 플레이의 연결이 끊기지 않는다. 캐릭터 중심 설계를 선호하는 유저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방식이다.

다만, 육성시뮬레이션 특유의 반복 구조와 맞물리면 피로도가 크게 높아진다.  특정 콘텐츠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는 스텔라 아카이브를 만들기 위해선 수차례 반복이 필요하다. 우마무스메의 ‘인자작’과 유사한 흐름이다.

결국 특정 콘텐츠에 적합한 스텔라 아카이브를 얻으려면, 같은 캐릭터로 여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스탯 배분이 어긋나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어렵고, 자동 기능은 효율이 낮아 수동 조작이 사실상 필수다. 초반엔 신선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로감이 누적된다.

정식 출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반복 구조의 피로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덜 지치도록 편의성과 보상 설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유대감 중심의 설계가 진입장벽이 되지 않으려면, 반복 과정의 리듬 조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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