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 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 철학을 고집하기보다는 대중성에 중점을 뒀다.”

‘바람의나라’와 ‘리니지’를 만든 스타 개발자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신작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를 선보인다. 동명의 인기 판타지소설을 게임으로 옮긴 ‘달빛조각사’는 지난달 사전예약에 돌입한지 하루 만에 100만명의 참여자를 모집하며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떠올랐다. 누적 독자수 500만명에 달하는 원작의 화제성과 송재경 대표가 처음 제작하는 모바일 MMORPG라는 점이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달빛조각사’와 송재경 대표는 나란히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2일 판교 네오위즈판교타워에서 만난 송재경 대표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내 이름이 떠서 나도 놀랐다”며 “퍼블리싱을 맡은 카카오게임즈의 뛰어난 마케팅 덕분이 아니겠냐”고 웃었다.

‘달빛조각사’는 남희성 작가의 대표작인 ‘달빛조각사’를 배경으로 삼았다. 원작 소설에서는 평범한 청년 이현이 가상현실 온라인게임 ‘로열 로드’에서 ‘위드’라는 달빛조각사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열 로드’는 슈퍼컴퓨터가 관리하는 거대한 중세 판타지 RPG 세상으로, 전사나 마법사와 같은 전투 직업 외에도 조각사나 화가 등 수많은 직업이 등장하는 자유도 높은 게임이다.

게임 ‘달빛조각사’는 소설 속의 게임 ‘로열 로드’를 실제 게임으로 만들었다. 다만 원작의 자유로운 상상을 게임으로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웠기에 일부분은 현실성 있게 바뀌었다. 송 대표는 “솔직히 생활쪽 콘텐츠에는 많이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다른 게임들처럼 요리, 채집, 하우징, 제작 등은 들어가 있지만 원작 소설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가능한 원작을 따라가려고 노력은 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런 면은 유저분들이 양해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설처럼 하루종일 요리만 하거나 제작만 하는 생활형 직업은 출시 시점에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할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달빛조각사’가 “남녀노소 쉽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모바일 MMORPG”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픽은 아기자기한 느낌이고, 콘텐츠도 하드코어하지 않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에 비해 유저들의 경쟁이 심하지 않다고 본다”며 “너무 달리지 않아도 되는 게임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는 송 대표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바람의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지’ 등 하드코어함을 추구했던 MMORPG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송 대표 특유의 작가주의적 개발철학보다는 대중성을 더 우선했다는 설명이다. ‘달빛조각사’ 개발팀은 처음에는 옛날 MMORPG의 감성을 살리는 쪽으로 개발을 진행했지만,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의 의견을 반영해 좀 더 젊은 게임으로 바꾸기로 결정을 내렸다. 송 대표는 “개발팀은 바람의나라, 리니지 시절의 감성을 우리 나름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하지만 너무 올드한 스타일이면 요즘 젊은 분들의 취향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결국 카카오게임즈와의 협의 하에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엑스엘게임즈가 ‘옛날 감성’ 대신 ‘편한 게임’으로 노선을 바꾼 이유는 예전과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별다른 경쟁작도 별로 없던 탓에 유저들이 힘들어도 꾹 참고 게임을 했지만, 요즘에는 워낙 경쟁작도 많고 게임 말고도 즐길 것이 많지 않느냐”며 “그동안 엑스엘게임즈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공급자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초심으로 돌아가 유저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수요자 마인드를 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에 엑스엘게임즈에서 만든 게임들 중에서는 내가 고집을 부려서 이것저것 억지로 넣은 게 많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달빛조각사에서는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십수년간 여러 게임을 통해 발현해온 송 대표의 개발철학은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 ‘달빛조각사’를 테스트해본 사람들은 ‘레트로한 감성’이 여전히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아무래도 만드는 사람들이 옛날 사람들이다보니까 초기 MMORPG의 감성이 남아 있다”며 “구체적으로 레트로 감성이 딱 이거다 짚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내가 개발에 참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옛날 감성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달빛조각사’의 개발을 지휘하면서 직접 프로그램을 짜기도 했다. 그는 “초반에 서버 구조나 클라이언트와 관련해서 내가 처음으로 기틀을 닦았다”며 “중반부터는 개발 전체를 지휘하다보니 많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요즘 마무리 작업에 들어서면서 다시 프로그래밍을 돕고 있다. 개발팀의 젊은 친구들이 중요한 프로그램을 맡고, 나는 자질구레하면서 쉬운 일을 맡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달빛조각사’는 사전예약 이벤트를 끝낸 후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조만간 게임의 상세 정보를 공개하는 자리를 따로 마련할 것”이라며 “열심히 한 만큼 게임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