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시리즈 만든 1인 개발자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 인터뷰

‘디펜스 오브 포춘’, ‘미스터리 오브 포춘’ 등 ‘포춘’ 시리즈를 개발해온 1인 개발자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가 최근 신작 모바일게임 ‘미스터리 오브 포춘3’를 구글플레이에 출시했다. 이 게임은 ‘포춘’ 시리즈의 11번째 작품으로, 2014년과 2016년에 출시됐던 던전 탐험 RPG ‘미스터리 오브 포춘’의 정식 후속작이다. 코코스엔진을 고집해왔던 장 대표가 유니티엔진으로 처음 개발에 도전한 풀3D 게임으로, 지난 10년간 장 대표의 개발 노하우가 총집약됐다.

31일 역삼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장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내가 3D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이 게임을 기반으로 향후 10년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장 대표의 약력은 변화무쌍하다. 그는 2000년 게임 원화가로 게임업계에 입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 기획자로 전환했다. 이후 8년간 여러 게임회사를 거치며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7년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워 1인 개발자로 진로를 변경했다. 장 대표 혼자서 아트, 기획, 개발을 도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후 장 대표는 2009년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 모바일 SRPG ‘리버스 오브 포춘’을 시작으로 매년 혼자서 한 개꼴로 게임을 만들어냈다. 중간에 엔씨소프트의 투자를 받아 외부 인력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다시 1인 개발자로 돌아갔다.

장 대표는 “확실한 수입원이 없는 상태에서 구성원을 3명으로 늘렸더니 회사를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하며 “그나마 나 혼자서라도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버텨냈다. 그 이후부터는 웬만해서는 외부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를 운영해보니 투자를 받는 게 심리적으로 압박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어 “나는 리더십이 강하지 않은 편”이라며 “리더가 될 사람이 있고, 솔로플레이를 잘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앞으로 인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내가 개발에서 손을 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보다 개발이 적성에 맞는다는 그는 “직접 개발을 마무리지어야 게임의 전반적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1인 개발자이자 두 딸의 아빠인 그의 일상에는 육아와 일이 공존한다. 오전에는 게임 개발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본다. 밤 10시쯤 아이들을 재운 후에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 때가 가장 게임 개발이 잘 되는 시기다. 빨리 일을 하고 싶어 애들이 빨리 자기만을 기다릴 정도다. 그는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일하는 시간이 너무 싫었고 퇴근 시간만 기다렸는데, 지금은 일하는 게 재미있다”며 “게임을 하는 것보다 만드는 게 더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1인 개발자의 삶이 ‘꿀 같다’고 표현했다.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다. 만일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었다면 야근하느라 애들이 자는 모습 밖에 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야생에 너무 길들여졌다”고 웃으며 “얼마 전에 판교의 큰 게임회사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파티션이 있는 책상을 보니 심장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며 “능력이 되는 한 지금의 1인 개발자 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혼자 모든 것을 개발하다보니 멘탈 관리는 필수다. 특히 밤을 새서 찾아봐도 버그가 잡히지 않을 때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버그 언제 고쳐줄 거냐며 항의가 올라오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는 정말 멘탈이 깨진다”며 “그래도 막상 문제가 해결되면 유저들의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인 개발자를 꿈꾸는 다른 사람들은 말리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0년 전과는 달리, 꿈만 바라보고 뛰어들기에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1인 개발을 선택한다면 마음의 상처를 심하게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꼭 하고 싶다면 생업과 병행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디게임으로는 보기 드문 성과를 올리고 있는 장 대표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유료 게임’을 꼽았다. 특히 1000원 안팎의 값싼 가격이 마케팅 포인트다. 이후 주기적으로 무료 이벤트를 펼치면 유료 게임을 무료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설명이다. 손해를 입은 부분은 인앱 결제로 충당한다.

그는 “유료 게임은 다운로드 수가 많지 않아도 순위권에 오래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생각 외로 다운로드가 급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개발사들은 진입 장벽을 고려해 무료 게임만 고집하는데, 무료 게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기보다 단돈 1000원이라도 유료 게임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장 대표도 무료 게임을 두 차례 내놓았다가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다. 그는 “무료 게임을 출시했더니 저 아래 해저로 묻혀버렸다. 끌어올릴 방법이 없더라”며 “앞으로는 유료 게임만 만들 것”이라고 웃었다.

장 대표의 롤모델은 봉준호 감독과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회사 카이로소프트다. 둘 다 자신만의 장르를 대중들에게 확고하게 각인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봉준호 장르를 알리지 않았냐”며 “나도 앞으로 20년, 30년 게임을 만들면서 도톰치라는 장르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가 한국 중소 모바일게임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점프 업, 한국 모바일게임' 캠페인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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