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재 씨터스랩 대표, 10년 근속 대기업 뒤로하고 벤처 물결 풍덩

[인터뷰] 이승재 씨터스랩 대표, 10년 근속 대기업 뒤로하고 벤처 물결 풍덩 출시 눈앞

2030 청년 취업난이다. 연일 경제와 민생 안정이 우선이라고 떠들어도 취업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티슈인턴에 이어 부장인턴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번지고 있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 S사에서 10년을 다니던 직원이 뛰쳐나와 게임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신생 개발사 씨터스랩 이승재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투자도 받지 않고 개인회사로 설립해,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오렌지팜’ 입주와 3개월만에 모바일 캐주얼 게임 출시까지 앞뒀다.

많은 게임 스타트업이 신작 출시도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이뤄지는 가운데, 씨터스랩는 첫 출시작 ‘스노우큐브’를 대형 게임사와 퍼블리싱 계약까지 체결했다. 게임 스타트업에게 이례적인 사례일 뿐만 아니라, 창업을 꿈꾸는 업계인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서초센터에 있는 씨터스랩 사무실에서 이승재 대표를 만나 게임 ‘스노우큐브’와 스타트업으로 소회를 들어봤다.

“2~3년 전부터 이미 게임 출시를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

이승재 대표의 첫 모습은 자신감이 넘쳤다. 10년 근속한 대기업을 관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니 그 과정 또한 궁금증이 생겼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말하지 않으려는 듯하다가 이내 털어놨다.

“S사에서 10년 정도 다니면서 미래를 확신하지 못했다. 입사동기를 보면 열심히 일해서 임원까지 가보자 그런 목표도 있었는데, 본인의 방향과는 전적으로 달랐다. 그래서 2~3년 동안 게임 개발을 공부하면서 준비를 했다.”

이 대표는 S사 재직 당시 근무외 시간에 틈틈히 개발에 매진, 모바일 레이싱 게임 ‘스트리트 바이크’를 iOS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유료게임으로 출시된 이 게임은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나름 짭잘한 수입과 함께 이 대표에게 창업의 꿈을 키우는 씨앗이 됐다.

창업에 대한 가족들의 반대는 당연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불확실한 벤처 속에서 살아남을지도 모르고, 대형화, 고도화를 겪는 게임업계는 이제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아내에게 게임을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회사를 나올 시기가 되니 극구 반대했다. 최악의 상황까지 감수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했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도하려고 한다.”

씨터스랩 설립 후 5명과 함께 시작한 이 대표는 처음 난관에 부딪혔다. 막상 계획대로 흐를 줄 알았지만, 함께 공유하는 오피스 공간이 없어서 서로의 스케줄을 맞추기 어려웠다. 때문에 한 명의 스케줄에 나머지 인원들이 스케줄도 줄줄이 밀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창업 초기 공간에 대한 어려움이 가장 컸고, 이내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에 입주하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오렌지팜에서 리뷰데이를 통해 게임 업계의 새로운 트랜드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며,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이는 게임 업계에 인맥 없이 창업한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된다.”

아시아권 인기퍼즐 네모로직을 활용한 ‘스노우큐브’

이 대표를 비롯해 5명의 씨터스랩 구성원이 개발하는 게임은 3차원 퍼즐게임 ‘스노우큐브’다. 과거 주간지 신문에서 볼 수 있었던 수학적인 퍼즐 피크로스(네모로직)을 모바일로 옮긴 게임이다. 네모로직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화권 등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스노우큐브’는 단지 퍼즐을 풀어나갈 뿐만 아니라,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퍼즐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3D 퍼즐 블록 모델이 나타난다. 이용자는 이것을 수집할 수 있다. 또 3차원으로 구현했기 때문에 기존 2차원 네모로직과는 다른 풀이와 전략을 요구한다.

밤을 세워가며 종이 위에 연필로 지워가면서 풀어나간 2차원 네모로직은 모바일게임으로 진화하면서 3차원으로 더욱 교묘하게, 정교하게 변했다. 로직의 저변에는 수학적인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있어선 안된다. 오차는 곧바로 버그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씨터스랩에는 수학교사 경력을 가진 독특한 직원이 게임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이 게임은 기존 네모로직 게임들의 레벨 디자인을 분석, 난이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뽑아 수치화해 레퍼런스로 제작, 난이도별 퍼즐 자동 생성 시스템을 개발해 수작업으로 불가능한 고난이도 퍼즐을 구현했다.

특히 ‘스노우큐브’는 기존 정해진 답을 찾는 피동적인 퍼즐이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가는 퍼즐을 지향한다. 먼저 이용자가 만든 3D 블럭 모델이 시스템에 업로드되면 난이도별 아주 많은 퍼즐 스테이지를 자동 생성한다. 그 생성된 퍼즐 스테이지를 다수의 이용자가 플레이하고 3D 블럭 모델을 얻으면, 최초 제작자는 추가적인 보상을 얻는 구조다.

이 대표는 ‘스노우큐브’를 한국 이외에도 네모로직이 유행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용량도 50메가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만이 네트워크 저변이 깔려있기 때문에 최적화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승재 대표는 “최근 모바일 퍼즐게임 시장을 보면 3매치부터 인기작의 양산형이 쏟아지고 있다. 때문에 획일화되어 재밌는 모바일 퍼즐게임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스노우큐브는 네모로직을 알고 있는 기성세대부터 기존 모바일 퍼즐게임 유저에 이르기까지 퍼즐을 정말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가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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