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자의 추억] 입양아 부모상봉, 헤리티지, 스타2 최초 시연

세계 유명 게이머와 서울시민이 함께 하는 ‘e스타즈서울’가 27~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다. 

전세계 1억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가족들이 손을 잡고 찾는 이 대회가 개막 팡파르를 울린 것은 2008년이었다. 첫 대회 열전장은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켄벤션센터(SETEC)이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 수십미터 줄을 이어졌다. 미국 최대 e스포츠 사이트 갓프랙닷컴, 중국의 시나닷컴 등에서 나온 10여 명의 해외 취재진도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중앙일보 1면에 실렸던 요하네센 모자 상봉 현장 사진.=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기자는 당시 사흘간 ‘e스타즈서울’ 현장을 누볐다. ‘카운터스트라이크1.6(이하 카스)’와 ‘워크래프트3(이하 워3)’를 주 종목인 동서양의 대륙 간 대결인 ‘대륙간 컵’이 선보였다. 글로벌 온라인 팬 투표 42개국 26만 명이 열광했다.

그 감격의 순간을 포함해  노르웨이 입양아 출신 서양팀 감독의 부모 상봉, 스타크래프트의 헤리티지 매치, 스타크래프트2 최초 공개 등 이제는 전설로 남은 ‘e스타즈서울’의 추억을 되돌아본다. 

■ 노르웨이 입양 감독, 21년만에 친어머니 상봉
당시 첫 대회는 수많은 화제가 줄을 이었다. 그 중 가장 극적인 것은 대륙간컵 서양감독 요하네센이 친어머니를 상봉한 일이다. 그것도 이 기자가 과정으로 노둣돌을 쌓았다.

당시 7년간 ‘카운터스트라이크’의 세계 1위 자리를 지킨 후 뒤로 물러섰던 요하네센은 이제 감독으로 한국을 찾았다. 인천에서 태어난 한국명 이영범, 그는 다섯 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되었다. 그는 대회를 참가하면서 기자에게 MSN을 통해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전해왔다.

이 사연이 중앙일보에 실렸고, 그 기사를 읽은 수원에 살고 있던 외숙모가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래서 기자가 수원까지 찾아가서 어린 사진과 입양서류를 복사해 다시 MSN을 통해 요하네센과 양부모들에게  어린 시절의 사진과 서류가 틀림없는지 확인했다. 

2008년 첫해 개막식 장면.
수만리 타국에서 인터넷 메신지를 통해 하루만에 상봉을 이루어지는 것이 기적 같았다. 문제는 친어머니 홍씨.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아들이 만나는 것 자체가 용서가 안된다”며 나설 수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표했다. 기자가 무려 30분 넘는 국제전화 설득 끝에 첫 기사 후 1주일만에 남산 SBA에서 상봉이 이뤄졌다.

다시 만난 모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와의 만남을 늘 상상했다.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는 요하네센의 모습을 보며 기자도 가슴이 뭉클했다. 이 기사는 중앙일보 1면에 상봉사진 기사가 들어갔다. 20년 기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 임요환 등 10명의 전설 ‘스타크래프트 헤리티지’
‘e스타즈서울2009’에는 다시 보기 힘들 빅매치가 큰 화제가 되었다. 국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프로게이머 최고수 10명이 경기를 한 것이다.

임요환-홍진호-마재윤-이윤열(왼쪽부터). 헤티리지 4강 진출자. 마재윤 우승
역대 최강 프로게이머 임요환, 최연성, 박정석, 이윤열 등 10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스타크래프트 헤리티지(Starcraft Hertige)’ 대회. 한국 e스포츠 10년의 회고와 향후 e스포츠 발전을 기원하는 취지였다.

2005년 이전 정식 프로로 등록한 프로게이머 중에서 리그 우승 경험을 기준으로 임요환, 최연성, 박정석, 이윤열, 마재윤, 홍진호, 강민, 박용욱, 오영종, 서지수 등 10명을 선발하여 진행하였다.

역대 최강 선수들이 펼치는 불꽃튀는 경쟁으로 국내 e스포츠 팬들 뿐 아니라 세계 e스포츠 팬들에게까지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임요환과 홍진호의 '임진록', 이윤열과 최연성의 '머머록', 마재윤과 강민의 '성전(聖戰)' 등 10년간, 향후 10년이 지나도 볼 수 없을 만한 명경기가 하이라이트로 펼쳐져 e스포츠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아로새겼다.

■ ‘스타크래프트2’ 국내 최초 공개 시연 열어
‘e스타즈 서울 2009’에서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 중이었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2’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연회를 국내 최초 개최해 성황을 이뤘다.

서울e스타즈2009에서는 국내 최초 스타크래프트2 시연을 가졌다.
‘스타크래프트2’의 출시를 고대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초로 현재 개발 중인 ‘스타크래프트2’ 한글 버전의 공개 시연 기회를 제공하였다.

시연 행사와 함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윤열, 김동수, 강민, 도진광, 김성곤 등과 ‘워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장재호, 장두섭, 박철우, 이형주, 이중헌 등이 10명이 참여해 ‘스타크래프트2’ 국내 최초 이벤트 경기도 함께 열렸다.

■ ‘e스타즈서울’ 지구촌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다.
‘e스타즈서울’은 한국 e스포츠의 주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에서 벗어났다. 지구촌 e스포츠 메인 종목인 ‘카운터스트라이크1.6(이하 카스)’와 ‘워크래프트3(이하 워3)’를 주 종목으로 2008년 처음으로 동서양의 대륙 간 대결인 ‘대륙간 컵’이라는 새 스타일의 글로벌 e스포츠대회를 만들었다.

특히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펼치는 빅 매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글로벌 온라인 팬 투표를 도입하여, 전 세계 게이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를 완성하였다. ‘e스타즈서울’의 글로벌 팬 투표는 2008년에 42개국 26만 명(종목: 카스, 워3), 2009년에 177개국 150만 명(종목 : 카스, 워3), 2010년 144개국 160만 명(종목: 카스, 워3), 2011년 120개국 460만 명(종목: 카스)이 투표에 참여하는 성과를 얻었다.

프리스타일의 일본 선수들.
‘e스타즈서울’의 글로벌 팬 투표는 ‘게임’이라는 콘텐츠로 지구촌 젊은이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확인시켜 주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민들이 함께하는 ‘e스타즈서울’은 젊고 매력적인 서울의 이미지를 빛낼 미래형 아이콘이다.  올해 '건전게임' 콘텐츠가 강화한 것처럼 이 대회는 그동안 게임에 대해 잘 몰랐거나 무관심했던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찾아와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

e파티에 와서 대운동회를 즐기고, 테마파크에서 게임캐릭터 만들기, 개그맨 게임단·프로게이머 팬 사인회 등을 유쾌하게 즐겼다. 어느덧 5년, 이제 역사가 되었고,  전설이 되어버린 ‘e스타즈서울’은 2012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게임대회로 우뚝 섰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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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지금 만나러 갑니다”
e스타즈서울2008, 입양아 출신 프로게이머 극적으로 어머니 상봉

21년전 노르웨이로 입양된 한국 출신 세계적 프로게이머가 e스포츠 대회 참석차 방한, 극적으로 생모와 상봉해 화제다.

24일부터 열리는 `e스타즈서울 2008' 대회에 대륙간컵 경기 서양팀 감독 자격으로 참석차 방한한 요르겐 요하네센(26.한국명 이영범.노르웨이)씨는 23일 오후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생모인 홍모(44)씨와 감격적인 상봉의 시간을 가졌다.

모자는 한동안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참석한 요하네센 씨의 외할머니 등 외가 식구 모두 감격과 회한에 젖은 모습으로 눈물을 훔쳤다.

중앙일보 2008년 7월 16일자
생모 홍 씨는 "멀리서 숨어서라도 볼 수 있길 바랐는데 이런 자리가 마련돼 고맙다"며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니 꿈만 같고, 노르웨이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태어난 요하네센씨가 입양된 것은 5살때. 홍 씨가 18살 학생 시절 낳은 요하네센씨를 외가에서 맡아 길렀으나, 형편이 어려워져 보육원에 보낸 뒤 노르웨이로 입양돼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것.

2남1녀를 모두 한국에서 입양한 양부모 아래서 행복하게 자란 요하네센 씨는 1인칭슈팅(FPS)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프로게이머가 돼 명성을 떨쳤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적 대회를 석권한 `엑시큐터(XeqtR)'라는 아이디는 웬만한 FPS게임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그러던 그가 부모를 찾기 시작한 것은 2005년 한국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리그 WEG에 참가하면서부터.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날 양부모가 그에게 보여준 입양 서류를 보고 생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 e스타즈서울 대회에 감독 자격으로 참가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게 된 그의 사연이 중앙 일간지를 통해 보도되면서 외가 식구와 연락이 닿아 21년만의 상봉이 성사됐다.

그는 다시 만난 생모와 한국 팬 앞에서 대회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요하네센 씨는 "감독으로서 한국을 다시 찾고 생모를 만나게 해준 이번 대회는 내게 매우 특별하다"며 "낳아주신 어머니와 팬들 앞에서 의젓한 청년이자 감독으로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23일 중앙일보 1면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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