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하기는 어쩌다 모바일게임사에 ‘공공의 적’이 됐을까

 

카카오 게임하기는 어쩌다 모바일게임사에 ‘공공의 적’이 됐을까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의 최대 화두는 ‘탈 카카오’다. 그리고 그 화두의 근원은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의 급격한 몰락이다. 근래에 나온 카카오 게임하기, 혹은 탈 카카오 현상에 대한 언론 보도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게임으로 흥한 모바일 메신저가 결국 경쟁력 있는 게임의 부재로 무너지는 모습은 제법 드라마틱한 이야깃거리다.

‘한물 간’ 카카오 게임하기를 바라보는 시선

‘탈 카카오’ 화두에 불을 붙인 것은 넷마블의 모바일 RPG ‘레이븐’이다. 이 게임은 카카오 플랫폼의 도움 없이 네이버와 제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카카오 플랫폼의 ‘약발’이 떨어졌으며, 카카오 없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다음카카오의 매출 수치로도 어느 정도 증명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탈 카카오 논의에는 ‘카카오의 과도한 독점’ ‘비정상적인 시장의 정상화’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몇몇 모바일 게임사들은 다음카카오를 ‘공공의 적’ ‘절대 악’ 취급하고, 지금의 위기를 “카카오의 자업자득”이라는 식으로 바라본다. 다음카카오가 새롭게 선보인 ‘카카오게임샵’에 대해서도 날선 시선이 꽂힌다.

플랫폼의 성공이나 몰락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영원한 플랫폼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악행으로 인한 업보로 해석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게임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과도한 수수료로 중소게임사들의 목을 졸라왔다”는 식의 해석은 일부는 맞겠지만, 가혹한 측면이 없지 않다. 현재 모바일게임사들이 지적하는 많은 문제점들은 다음카카오 혼자서 만들어 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취재 도중에 만난 한 중소게임사 대표는 “한국 모바일게임사들이 카카오톡이라는 훌륭한 모바일 메신저를 망가뜨렸다”며 “게임사들이 카카오를 대하는 지금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바일 게임사와 카카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모바일 게임 초창기인 2012년. 카카오 관계자들은 모바일게임사들에게 카카오 플랫폼 입점을 제안하고 돌아다녔다. 반응은 냉랭했다. 개발사 입장에서 카카오 플랫폼의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데다, 지불해야 할 막대한 수수료(매출의 21%)는 황당한 제안으로까지 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고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이 큰 성공을 거두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2012년 당시 ‘드래곤플라이트’의 하루 매출은 10억원에 이르렀다. 상황을 눈치 챈 게임사들은 그제야 부랴부랴 카카오의 문을 두드렸다. 초창기 팡류 게임들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 보다는 카카오톡의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매출을 끌어올린 케이스다. 게임사들은 기존 온라인게임보다 훨씬 적은 개발기간과 인력을 투입하면서도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은 심사를 거친 뒤 입점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 심사는 예상보다 까다로웠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게임사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심사 담당자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른바 ‘카카오 갑질 논란’의 시작이다. 게임사들은 카카오의 자체 심사 기준이 모호하고, 큰 게임사의 게임들만 밀어준다는 의혹을 보냈다.

현재 게임사들이 카카오를 비판하는 근거 중 하나는 “이제는 카카오 플랫폼에 들어가 봤자 게임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게임들이 입점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2년 전만 해도 “게임의 완성도보다는 일단 카카오 입점이 지상과제”라고 말하고 다닌 이들은 카카오가 아니라 게임사들이었다. 카카오도, 게임사도 모두 철저하게 자본시장의 논리를 따랐다. 그 결과 카카오 게임의 퀄리티는 점점 떨어졌고 비슷비슷한 게임들이 범람했다.

한쪽에서는 또 다른 문제도 생겨났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하트’나 초대 알림은 ‘카톡 공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카카오가 아니라 각 게임사들이 유저들을 부추겨 만들어낸 공해였다. 게임사들은 더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템과 경품을 초대 보상으로 내걸었고, 일부 유저들은 유령 ID까지 만들어가며 ‘폭탄 메시지’을 보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다음카카오의 위기와 과제

게임사들이 뿌려댄 수많은 카톡 푸시 메시지는 이제 카카오에 독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물론 카카오도 개발사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에 “카카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로인해 카카오톡은 메신저보다는 ‘메신저 기능이 탑재된 게임 플랫폼’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박혀버렸다.

한번 박힌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카카오 게임이라고 하면 쳐다보지도 않는 유저들이 생겨났다. 다음카카오는 게임 외에도 카카오스토리, 카카오뮤직, 카카오페이지 등 새로운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였지만, 유저들의 피로감은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해결책은 있을까.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와 게임사가 진정한 파트너, 혹은 친구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표의 말이다.

“어차피 게임사들은 카카오톡 플랫폼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카카오가 망하면 라인으로, 라인이 망하면 또 다른 플랫폼을 찾으면 된다. 어떤 플랫폼이 나와도, 우리는 그 플랫폼을 이용해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면 그만이다. 당장 게임도 어찌될지 모르는데 플랫폼의 미래까지 걱정해주는 한가한 개발사가 지구상에 있겠는가.”

냉혹한 현실에서는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지난달 다음카카오는 벤처캐피탈 케이큐브벤처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자사의 게임 플랫폼에 탑재시킬 확실한 우군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또 다른 모바일게임사 대표는 “지금까지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아보면 여러 자금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앞으로는 다음카카오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며 “투자를 받게될 개발사 입장에서는 카카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의 잘못이 없지는 않다. 다음카카오가 받는 비판의 핵심은 높은 수수료에 비해 정작 그들이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야 중소개발사들과 상생을 외치는 중이다. 사전예약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고, 해외진출까지 돕겠다고 나섰다. 왜 과거에는 그러지 못했을까. 왜 비슷비슷한 카카오 게임들이 넘쳐나고 유저들이 실망하는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위기가 오기 전 미리 개발사에게 손을 내밀고 대비하지 못했던 책임은 다음카카오가 짊어지고 가야할 부분이다.

뉴미디어의 시대, 플랫폼이 급변하는 시기다. 다음카카오는 물론 라인, 위쳇,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수많은 플랫폼이 변화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그들의 모습이 다르듯, 내년의 모습은 또 달라질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핵심 매출원인 게임 플랫폼에 찾아온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낼까. 그리고 수많은 글로벌 플랫폼들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한경닷컴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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