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무협 마니아, 이제 액토즈소프트와 손잡고 중국 입성 눈앞

무협지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것이다. ‘천인’(天人)은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다. 좀 파고들면 하늘에서 추방되어 다시 올라가는 운명, 이무기 같은 존재다. 추방이라는 쓴 기억을 지우기 위해 다시 승천해 자기 자리 ‘용’ 자리를 찾는 것, 톱 클래스가 될 운명이다.

신생 모바일 게임사 스카이피플은 바로 그 ‘천인’에서 따온 이름이다. 박경재 대표의 이력도 특이하다. 그는 젊은 시절 작가 지망생이었다. 실제로 작품을 썼고 중국의 무협소설의 대가인 김용의 ‘천룡팔부’ ‘의천도룡기’에 푹 빠져 지냈다.

이제 그는 “무협 소설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김용의 ‘백발마녀전’을 모티브로 삼아 서정적인 무협게임을 만들고 있다. 게임명 ‘혈투’다. 지금 알파 버전이다. 하지만 지난 4월 설립 이후 벤처 인증, KT 에코노베이션 선정, 액토즈소프트와 퍼블리싱 계약, 한국콘텐츠진흥원 차세대 게임으로 선정되며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판교 이노밸리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대기업을 압도하는 하이퀄리티 게임으로 동남아 시장, 특히 샨다 그룹과 계약한 ‘혈투’를 가지고 중국 시장에서 1등이 되는 개발사를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찬 각오를 밝혔다.

■ “개발자로서 달콤한 경험과 쓴맛 다 봤다”
박경재 스카이피플 대표는 게임 개발을 전투로 표현한다면 육지에서는 물론 공중전, 육박전까지 치러본 13년 경력의 개발자다. 온라인 게임 ‘에다온라인’ ‘메탈레이지’ 등에서부터 모바일게임으로 카카오 시장이 열릴 때 초반 시장을 리딩했던 ‘바이킹아일랜드’ PD로 참여했다. 또한 전 픽셀아모(Pixel ammo)에서 PD로 글로벌 진출작 iOS 게임 ‘커리레이싱’ 등 개발을 직접 지휘했다.

그 과정에서 “사업에서는 타이밍과 실행이 중요하다”는 쓰라린 경험을 체득했다. 대규모 투자를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결단력이 부족해 놓쳤다. 그래서 개발뿐이 아니라 사업도 타이밍과 순발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배웠다.

박 대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스카이피플’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온라인게임 ‘킹덤언더파이어’ ‘독수리5형제’ 등의 아트를 맡았던 25년 경력의 권준호 CTO, 전 갈라랩 등 게임 사업과 마케팅 10년 경력의 홍정기 CMO, 엔씨소프트에서 주요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를 두루 경험한 개발 멤버들이 뭉쳤다. 2014년 4월 창업한 이후 6개월 만에 직원은 현재 10명 이상으로 늘었다.

그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려도 실행력이 없는 사업 파트너 때문에 몇 번씩이나 곤욕을 치렀다.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신생 벤처 스카이피플은 확 달라졌다. 개발과 사업을 커버하면서 ‘개인 능력을 증폭해주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주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저는 사장이면서도 PD역할을 한다. 그렇게 팀원과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 업무 보고서를 생략했다. 성과가 나오면 대가를 바로 반영했다. 담당도 기획-프로그램-개발자 구분을 없앴다. 오로지 실행력을 앞세워 여기까지 달려왔다.”

■ “중국 시장에 바로 통할 색깔 가질 RPG ‘혈투’ 개발”
그렇다면 박경재 대표가 개발 중인 ‘혈투’는 어떤 게임일까.

그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이제 ‘별이되어라’나 ‘세븐 나이츠’ 등의 RPG게임이 주류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려면 차별성이 필요했다. 무협 소재가 딱 맞다고 생각했다. 현재 중국시장에서는 비슷비슷한 무협게임이 수천 개다. 높은 콘텐츠 볼륨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컨셉에서 나오는 느낌이 부족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게임들은 2D이나 3D로 개발을 한다. ‘혈투’는 2D의 풍부한 색감, 3D의 입체감의 장점을 결합해 2.5D라고 부를만한 ‘혈투’만의 컨셉, 그래픽을 만들어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기존 화면과 비교하는 장면을 유저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그래픽이 다르다, 재밌다’는 평을 받는다. 유저를 유지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뻔한 콘텐츠가 아닌, 무협만의 본질적인 컨텐츠를 부각해주는 기존에 나온 어떤 상용게임보다 우수한 퀄리티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혈투’의 모티브로 삼은 ‘백발마녀전’이지만 보편적인 무협 유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김용소설을 필두로 한 다양한 무협 세계관을 녹여냈다. 그는 “무협에다 RPG 요소, 거기에 7:7 실시간 대규모 전투를 구현했다. 그래픽은 3D처럼 보이지만 글로벌 진출에 용이하기 위해 독창적인 2.5D 기법으로 입체감을 주며 차별화했다”라고 설명했다.

20대 중후반에서 30~40대 남성을 핵심 유저로 삼는 ‘혈투’는 사파와 정파를 결정해 시나리오와 연결된 스테이지 기반 전투를 한다. 그리고 상위 스테이지 및 성장 이후 유저간 문파간 대결을 유도한다. 같은 문파 유저를 친구로 설정하는 동료시스템-높은 레벨은 사부로 낮은 레벨에 내공 전수를 할 수 있다. PVP로 문파 내 서열 대결(1위 싸움), PVE로 문파 대 문파 7:7 대결로 비동기 방식이 있다.

2015년 중, 글로벌 서비스를 계획한 스카이피플 박 대표는 “성공 경험이 있는 인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만들 수 없는 고퀄리티가 높은 게임을 제작할 것이다. 중국 시장에 바로 통할 스타일리쉬한 무협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스타트업 세 번의 경험 “게임하듯 쉽게 생각하면 낭패”
‘혈투’과 관련 그의 예전의 작가 경험과 무협지 마니아의 경험도 많은 도음이 되었다. 그는 “스무살 때 작가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의천도룡기’ ‘영웅문’ ‘천룡팔부’ ‘사조영웅전’ 같은 김용 무협소설을 읽으며 무협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혈투’의 육성요소와 무협지의 자기 성장 과정이 유사하며, 문파 간의 대결은 유저간의 끊임없는 경쟁을 만들어 줄 것이다”라며 웃었다.

스타트업만 이번이 세 번째인 그는 쓴맛 단맛을 다 보았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 같았다.

▲ 박경재 스카이피플 대표와 홍정기 부사장(오른쪽)
는 “제일 중요한 것은 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게임 회사를 게임하듯 쉽게 생각하다가는 창업하다가 끝이 난다는 점이다. 항상 보수적으로 생각으로 최악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도 ‘혈투’처럼 차별화된 소재의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 하지만 우선 ‘혈투’에 집중하겠다. 선택과 집중을 해 스카이피플의 역량을 200% 발휘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협 게임을 만들고 싶은 열정과 무협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스카이피플 멤버가 되어 승천하는 ‘이무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공개구인’도 놓치지 않았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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