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지스타에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 오버킬, 붉은사막, 인조이 등 글로벌 게이머들도 환호성을 내지르는 초대형 시연작들이 즐비했다.
각 게임들은 게임사와 IP의 인지도에 걸맞은 볼륨과 퀄리티를 자랑했다. 게다가 다양한 마케팅으로 수없이 접했기 때문에 체험하면서 빨리 정식으로 출시됐으면 좋겠다고만 느꼈다.
당시 예상 밖의 게임이 기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웹젠 '드래곤소드'다. 하운드13에서 개발한 드래곤소드는 용과 인간이 대립하는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오픈월드 액션 RPG다.
타이틀명의 드래곤소드는 세계 속에서 드래곤을 사냥한 영웅에게 부여되는 상징적인 칭호다. 플레이어는 여신과 마룡이 대립 중인 세계에서 밑바닥 용병단을 만나 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는 흐름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2024 지스타에서 만난 드래곤소드의 재미 포인트는 전투와 퍼즐이었다. 원신을 연상케 하는 전투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방식의 퍼즐이 몰입감을 끌어올려 시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앞서 언급했듯이 초대형 시연작은 이름값에서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차올랐다면 드래곤소드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2024 지스타의 다크호스였다.
■ CBT 버전이니까 최적화 평가는 보류
- 드래곤소드 탐험 PV CBT
그 결과 수많은 지스타 방문객들이 다음에 꼭 즐겨보고 싶은 게임으로 선정했던 드래곤소드를 다시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웹젠은 지난 5월 28일 드래곤소드의 CBT를 개시하며 튜토리얼 이후 오픈월드에서 펼쳐지는 메인 스토리와 다양한 퀘스트를 선보였다.
일단 CBT 버전이니까 최적화는 심도 있게 분석하지 않겠지만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기자의 모바일 디바이스는 갤럭시 Z 플립6, 아이폰16 프로 맥스다. 플립6는 게임을 즐기기엔 적당하지 않으니까 배제하고 아이폰16 프로 맥스 기준 5분도 지나지 않아 발열이 심각했다.
PC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CPU AMD 라이젠7 5세대 7600X3D, GPU AMD 라데온 RX 9070 XT 기준 꽤나 많은 사양을 요구해서 큰 소음을 발생시켰다. 이는 그래픽을 낮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적화는 게임 개발 과정 내내 신경 쓰는 작업인 만큼 향후 개선된 모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스코어에서는 차라리 PC에만 집중하는 방안도 좋았을 텐데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선택이 최적화의 발목을 잡지 않길 바란다.
■ 차별성 내세운 디자인은 만족스러워
비주얼에서는 감성이 물씬 느껴졌다. 원신,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대중적인 서브컬처 게임 디자인과는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가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구현된 형태다.
디자인은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좋다, 안 좋다를 구분하진 않겠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주인공 류트는 물론 각 캐릭터의 개성을 디자인과 행동에 잘 녹여냈다. 답답해서 미치게 만들거나 재미없는 개그로 스킵 버튼을 연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면 다채롭게 잘 만든 것이 아닐까. 물론 편의성에서 후술하겠지만 스킵 버튼은 없다. 답답함을 몸소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는 아쉬웠다.
NPC 외 캐릭터들의 디자인은 합격점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볼륨감을 자랑하는 캐릭터, 귀엽고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캐릭터, 시크한 성격과 남성미로 강력한 포스를 비추는 캐릭터 등 수집형 RPG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구성이다.
배경 디테일도 인상 깊었다. 빗방울이 지면에 떨어질 때 튀는 연출, 따스한 햇살이 슬며시 비춰지는 연출 등 개발진이 사소한 요소에서의 디테일에 공을 많이 들였다. 날씨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배경 처리 방식도 훌륭하다.
다만 캐릭터가 배경, 지형지물과 조화롭게 어울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배경 속에 캐릭터가 들어왔다기보다 배경 위에 캐릭터를 올려둔 느낌이다. 성격이 전혀 맞지 않은 미남, 미녀를 강제로 커플이라고 맺어놓은 느낌이랄까. 이 또한 CBT 버전이니까 최적화 작업을 거치면서 나아지길 바란다.
■ 스토리는 평범해도 복고풍 감성은 매력적
스토리는 고구마 20개를 물 없이 먹은 기분을 선사하는 주인공부터 진입장벽이다. 그 답답한 상태를 NPC '카스텔라'가 우유처럼 해소시켜주는 구도다.
배경은 매우 밝고 화사한데 스토리는 다크하다. 날씨, 배경이 스토리에 반영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매번 암울한 스토리는 어두운 배경, 활기찬 모험 스토리는 밝은 배경의 매칭을 보다가 막상 상반된 구도를 보니까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스토리 내용 자체는 직관적인 캐릭터 대사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스토리의 몰입감을 저해하는 고유 용어도 없다. 대신 표현 방식이 올드 한 편이다. 최신 트렌드에 익숙한 게이머는 다소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을 느낄 만하다. 이는 스토리 핵심 인물인 '조니'만 봐도 알 수 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만한 연출이다.
CBT에서 제공하는 퀘스트를 체험한 기준 스토리를 핵심으로 내세운 콘솔 게임 수준의 구성은 아니었다. 게임 플레이에 소소한 몰입을 도와주는 정도다.
승리의 여신: 니케, 붕괴 스타레일 페나코니 수준이 아니라면 서브컬처 게임에서 스토리로 감명을 받진 않았으니까 그 관점에서 보면 평범한데 이는 추후 구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높다.
■ 전투, 퍼즐은 드래곤소드의 최대 강점
UI는 원신을 경험했던 게이머라면 매우 익숙하다. 소환, 초월 등 서브컬처 게임의 일반적인 성장 요소로 구성됐기에 특별한 난관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좋은 말로 익숙하다, 나쁜 말로 식상한 구조다.
전투와 퍼즐은 이 게임의 시그니처다. 태그 방식의 전투로 원신, 명조, 젠레스 존 제로를 떠오릴 수 있지만 두 게임과는 명확하게 다르다. 하운드13 특유의 전투 감성이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 속성 관계, 태그 및 QTE 방식의 직관적인 구조도 호평 포인트였다.
세밀하게 표현하자면 속성을 파악하고 상태 이상 부여에 따라 상호작용 공격을 누르는 방식이다. 적과 나의 관계뿐만 아니라 파티 구성 캐릭터고 영향을 미치는 속성 구조가 꽤나 세밀하다.
공중 무한 콤보는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격투 게임에서 공중 콤보를 연계하는 듯한 스킬 사용의 재미를 끌어올렸다.
속도감은 명조보다 느린 편이며 타격감은 밋밋하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원신에서 액션성이 추가된 정도다. 태그는 미리 입력한 명령을 모두 수행하고 교체하는 구조라서 즉시 교체 게임을 자주 즐겼던 게이머라면 적응이 필요하다.
퍼즐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연상케 한다. 조각을 맞추거나 지형을 이동시켜 길을 여는 등 다양한 종류로 구성됐다. 난도가 어려운 퍼즐은 개발진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덕분에 해결했을 때 전투만큼 성취감이 높았다. 정식 버전에서는 보다 많은 퍼즐로 전투 외 즐거움을 주면 좋을 듯한 구성이다.
■ 조작감, 편의 기능 개선은 필수 과제
카메라 시점과 조작감은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다. PC 버전은 넓은 시야에서 키보드, 마우스로 빠르게 시점을 전환할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없었다. 최적화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마우스 전환 시 미세하게 딜레이가 걸리는 현상만 불편한 정도다.
모바일의 경우 화면이 작고 시점을 이동시킬 때 조작감이 불편하니까 PC와 체감 차이가 컸다. 논타깃팅 게임이라 캐릭터와 시점을 이동하고 조준하는 과정을 매끄럽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편의 기능 또한 추가해야 할 요소가 많았다. 스토리 및 소환 연출 스킵 기능, 수면에서의 액션, 단축키 가시성, 옵션 선택지 확대, 오브젝트 클릭 범위 세밀화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추가된다면 보다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CBT로 즐겨본 드래곤소드는 최신식 액션 RPG보다는 복고풍 감성이 매력적인 액션 RPG다. 관점에 따라 흔하면서도 차별성이 확실한 만큼 CBT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잘 개선한다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한 게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