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인기를 끌면 팬아트나 동인지 등 팬들이 만든 2차 창작물 시장이 활발해진다. 2차 창작물이 활성화되면 팬덤을 단단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원저작권자인 게임사도 권리 행사를 하지 않고 눈감아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간혹 일부 게임사들은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2차 창작물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 대응을 선언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저작권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2차 창작을 적극 장려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게임사들은 2차 창작물을 생산해 타인에게 판매하는 영리 활동도 허용한다. 저작권으로 얻는 금전적 이득보다 팬덤이 주는 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원신’으로 글로벌에서 큰 성공을 거둔 미호요가 대표적이다. 미호요는 2021년 11월 “법률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유저들은 원신을 이용한 굿즈를 자체 생산하여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인이 만든 2차 창작물은 500개 미만일 경우 별다른 신고 없이 판매할 수 있으며, 이를 초과할 경우 미호요에 라이선스를 신청해야 한다.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한 주류 게임이 2차 창작물 영리 활동까지 허가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미호요 관계자는 “모든 유저와 창작자에게 최대한의 자유도와 창작 공간을 지원하여 보다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팬분들께 제공하고, 원신의 올바른 동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호요는 한국에서 ‘원신’ 2차 창작물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미호요의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호요버스(Hoyoverse)와 티머니복지재단이 함께 하는 이 공모전은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2022 대중교통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대중교통이 주제이지만 ‘원신’의 2차 창작물도 제출할 수 있다. 특히 수상자에게는 ‘원신’ 아트가 그려진 티머니 카드를 지급하며, 호요버스 방학 인턴이 될 기회도 제공해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공모전은 4월 29일부터 5월 20일까지 진행된다.

2차 창작물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국 게임사로는 넥슨이 꼽힌다. 넥슨은 2015년부터 넥슨 IP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 축제인 ‘네코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왔다. 게임사가 유저의 2차 창작물 행사를 직접 주최하는 경우는 네코제가 유일하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9회 진행된 네코제에서는 수천여명의 유저 아티스트들이 수만개의 2차 창작물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블리자드와 함께 개최한 ‘네코제X블리자드’는 역대 최고 기록인 약 2만명의 관람객을 모으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 펜데믹이 심화됐던 2021년에는 네코제가 열리지 않아 아쉬움을 샀다.

또한 넥슨은 자사가 개발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 MOD’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통해 유저들에게 ‘메이플스토리’의 그래픽 자산을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이 공모전에 참가한 300명의 크리에이터들은 ‘메이플스토리’ IP에 자신이 만든 리소스를 조합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었다. 넥슨은 ‘프로젝트 MOD’를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 RPG도 ‘로스트아크’의 2차 창작물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RPG는 2021년 ‘로스트아크 UGC(User Generated Contents) 제작 및 이용 규약’을 발표하고 “유저가 UGC를 제작하는 것을 허락하며, 적극적으로 장려한다”고 선언했다. 2차 창작물을 이용한 영리 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광고 수익 및 후원금은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스마일게이트 RPG는 2018년 ‘로스트아크’의 OST 저작권을 오픈하여 누구나 이 음원을 활용해 재창작할 수 있게 한 바 있다.

또한 스마일게이트 RPG는 2020년부터 매년 ‘로스트아크’ 아트 공모전을 진행중이다. 수상작들에게는 상금과 게임 속 칭호 등이 지급되며, 일부는 게임 속 아이템으로 구현된다. 이 공모전은 ‘로스트아크’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면서 게임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