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from 던전] 판교 커먼키친 황규석 대표 인터뷰

판교 테크노벨리에 자리한 커먼 키친(Common Kitchen)은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빌딩 속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게임 회사와 IT 회사들이 밀집한 이 지역에서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판교 H스퀘어 지하에 위치한 커먼 키친은 홍대에서 카페 커먼을 운영하던 황규석 대표와 그의 아내가 2015년 3월 오픈한 공연장을 겸하는 식당이다. 점심에는 함박정식과 파스타, 라면을 판매하고, 저녁에는 분위기 있는 음악과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매주 금요일 밤에는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린다.

사실 판교 테크노벨리에는 공연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식당이나 술집 등도 대부분 프랜차이즈 매장이 주를 이루기에, 삭막하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황규석 대표는 “손님들로부터 ‘힐링이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단지 음악 틀고 술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판교의 직장인들에게 위안과 편안함을 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판교에 커먼 키친이 생긴 스토리는 현재 카카오 류형규 이사의 사심이 발동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황규석 대표와 류형규 이사는 과거 엔씨소프트가 음악서비스 24헤르츠(24hz)를 준비하던 2009년, 엔씨소프트에서 함께 근무를 했던 사이다. 이후 황 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한 뒤 홍대에서 커먼이라는 카페를 수 년간 운영했다. 당시만 해도 공연을 하는 카페가 많지 않았는데, 홍대 커먼에서는 주말마다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렸다.

이를 본 류 이사는 6개월 동안 청계산 언저리에서 황 대표에게 쇠고기를 사주며 꼬드겼다. 판교에도 홍대와 비슷한 가게를 열어달라고. 홍대가 익숙한 황 대표에게 판교는 낯선 곳이었다. 하지만 청계산 쇠고기의 힘은 무서웠다. 류형규 이사는 “사실 진지하게 세운 전략은 아니었는데, 실제로 이뤄졌다”며 웃음을 보였다.

황규석 대표는 오픈 전 8개월 동안 판교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직장인들에 맞는 지금의 메뉴와 가게 콘셉트를 완성시켰다. 홍대에서 했던 것처럼 매주 금요일마다 라이브 공연도 진행한다. 지금까지 크라잉넛, 뷰렛, 단편선, 조동희, 제8극장, 아시안체어샷, 이정선, 김창기, 잠비나이, 이정아, 재주소년, 조정치, 최고은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라이브 공연을 가졌다. 뮤지션 섭외는 황 대표가 직접 한다. 그는 커먼 뮤직이라는 인디 레이블의 대표이자 공연 기획자이기도 하다.

지금도 커먼 키친에는 이미 2개월 이후의 공연 계획까지 잡혀있다. 공연과 뮤지션 섭외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커먼키친이 부담한다. 사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일 수 밖에 없다. 황 대표는 “판교까지 와서 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에게도 수익이 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 기조는 계속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판교에도 공연 문화를 알리고 사람들이 익숙해질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처음에는 판교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높은 빌딩이 너무 많아 걸어다닐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홍대와는 다른 손님들을 접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이런 라이브 무대를 가까이에서 처음 봤다는 분들도 있다”며 “나이 지긋한 분들이 와서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고 가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50석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공연을 펼친 뮤지션들도 만족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이제는 뮤지션들이 판교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며 먼저 연락이 올 정도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 사내밴드, 넥슨 밴드, 넥슨 DJ 동호회 등 게임회사 직원들의 대관 공연도 늘었다. 황 대표는 “요즘 넥슨, 엔씨소프트가 계속 공연을 하니 판교의 다른 회사들도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일부러 오셔서 ‘우리 회사도 밴드 동호회가 있다’며 공연을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직장인 밴드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판교의 직장인 밴드들과 프로 밴드들의 콜라보 무대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라며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볼까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커먼 키친에는 류형규 이사를 비롯해 음악을 사랑하는 IT, 게임업계 종사자 10명 정도가 투자를 했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 ‘윈드러너’ 개발자들이 모여 힘을 보탰다. 김형진 엔씨소프트 전 상무도 그 중 한 명이다. 류형규 이사는 “판교가 소상공인이 장사하기에는 임대료가 비싼 동네”라며 “솔직히 처음에는 3년을 버티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기에, 투자자들도 3년을 버티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커먼키친은 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속적인 성장과 확장을 노리고 있다. 류 이사는 “이제 3년이 지나니 투자자들도 자기가 투자자라는 사실을 까먹기 시작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