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게임사 CCR, 로코조이와 ‘포트리스 모바일’ 글로벌 서비스 나선다

지난달, 국내 1세대 게임업체 CCR이 깜짝 뉴스를 전했다. 인기 게임 ‘포트리스’의 모바일 버전을 개발, 로코조이 인터네셔널을 통해 전 세계에 서비스한다는 소식이었다.

CCR은 국내 온라인게임의 부흥을 이끌었던 게임사로 국민 캐주얼게임인 ‘포트리스’와 ‘RF 온라인’ 등이 대표작이다. 특히 1999년 개발된 ‘포트리스2’는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국민 캐주얼게임으로 등극했다.

모바일버전 개발에 매진 중인 CCR의 윤석호 대표이사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로코조이 사무실에서 만났다. 윤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10년 만”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CCR은 네시삼십삼분과 합작회사 433CCR(대표 윤석호)을 설립하고 ‘포트리스 모바일’을 개발 중이다. 이 게임은 로코조이 인터내셔널이 전 세계에 서비스하게 된다.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로코조이가 서비스한다. 윤석호 대표는 “‘포트리스’는 중국에서 꽤 많이 알려진 IP”라며 “중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중국게임사는 거의 다 만나봤는데, 모두 ‘포트리스’를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코조이는 성공한 IP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2월에는 한국 게임사 비전브로스와 협업해 모바일게임 ‘드래곤라자’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드래곤라자’는 이영도 작가의 인기 판타지소설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다.

로코조이 인터내셔널의 조위 부사장은 “‘포트리스’는 중국에서도 유명한 IP이고, 큰 성공을 거둔 온라인게임이다. CCR의 개발력도 뛰어나다”며 “향후에는 ‘포트리스 모바일’의 e스포츠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포트리스 추억하는 유저들 집중공략

‘포트리스’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실력을 요구하는 게임이기도 했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모바일에서는 게임이 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워도 문제가 생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CCR은 3년간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윤석호 대표는 “요즘 모바일게임을 3년 동안 만드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지금까지 모두 다른 빌드로 13번을 개발했고, 14번째 빌드를 만들고 있다”며 “아마 8월쯤에는 개발이 끝날 것 같고, 올해 안에 소프트론칭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과거 온라인으로 ‘포트리스’를 즐겼던 유저들은 현재 30~40대가 됐다. CCR은 그들의 눈높이에 철저하게 맞춰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각 탱크 캐릭터의 이름은 물론, 해골에서 메달로 승급하는 계급의 방식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 시절 인기를 얻었던 맵, BGM도 고스란히 등장시킬 계획이다.

“예전의 고수 유저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도트 하나만 달라져도 ‘예전과 다르다’는걸 알아채더라. 소스 코드와 공식이 똑같았는데도 말이다. 지켜보던 개발자들도 놀랐다. 일단 모바일이라 달라진 화면 비율에서 오는 갭이 있었는데, 그 부분부터 수정해 나갔다.”

기본적으로는 가장 많은 인기를 끈 ‘포트리스2 블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른바 ‘고각샷’ ‘턴 넘긴 후 더블 빨콩샷’ 등 그 당시 사용됐던 모든 스킬과 아이템들은 모바일에서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예전에 ‘포트리스’를 잘 했던 유저라면 모바일에서도 당연히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 턴제 방식과 실시간 방식의 여부는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과거에도 ‘포트리스2 블루’는 턴제 게임이었지만, ‘뉴포트리스’는 이른바 반턴제 게임이었다. 윤 대표는 “턴제냐 아니냐에 따라 유저들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기에 옵션으로 정하도록 했다”며 “여러 사람들과 플레이할 때는 턴제로 하고, 혼자 할 때는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산전수전 다 겪은 CCR, 재도약 노린다

고구려에서 이름을 따온 CCR은 1995년 창업했다. 직원들의 근속년수가 평균 10년이 넘는다. 윤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는 10년 미만 근무한 직원들은 오래 다녔다고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다른 조직에 비해 개발자들의 나이가 많지만, 그로 인해 호흡이 잘 맞는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회사에서는 다들 메인급 인력들이니까. 다만 나이가 있으니 이제 다들 건강에 민감해 한다(웃음).”

CCR은 한때 대한민국 대표 게임사였다. ‘포트리스’로 200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고, MMORPG ‘RF 온라인’이 PC방 점유율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위협하던 시절도 있었다. 54개국에 수출된 ‘RF 온라인’은 현재도 러시아에서 인기 2위를 달리고 있다. 윤 대표는 “제 기억으로 2002년쯤엔 CCR의 매출이 넥슨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CR은 ‘포트리스2’의 후속작들이 차례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중국 등 해외진출이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7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야심차게 준비했던 ‘RF 온라인2’ 프로젝트는 2013년 중단됐다. 개발자들도 상당수 흩어졌다. 윤 대표는 “그 시절에는 정말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지내야 했다. 정말 힘들었다”며 “다행히 회사는 2014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부침이 있었지만 핵심 멤버 40여명은 남았다. 남은 직원들은 2013년부터 ‘포트리스 모바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 개발이 중단된 ‘RF온라인2’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게임도 준비 중이다. 그는 “‘RF2’는 워낙 욕심을 내 만든 게임이라 좋은 소스가 많이 남아있다”며 “예전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우리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고, 연륜 있는 개발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CCR의 목표는 ‘포트리스’의 모바일버전으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것이다. 윤 대표는 특히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는 “과거 중국 회사들과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던 게 아쉬움이 크다”며 “꼭 한번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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