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랑스포츠’는 여러 가지 면에서 게임 판의 허를 찔렀다. 우선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캐주얼 스포츠 게임으로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볼링, 농구, 야구, 다트, 탁구, 사격의 다양한 스포츠를 선보이며 ‘리얼스포츠’가 아닌 캐주얼 게임으로 5일만에 구글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데브시스터즈 ‘쿠키런’처럼 소규모 벤처기업이 독자 퍼블리싱을 하면서 대박신화를 일구어냈고, 게임 시장을 일약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추석을 앞두고 신규 종목 4종을 포함한 ‘시즌2’ 대대적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눈코 뜰 새 없는 김정훈 피닉스게임즈 대표. “성과가 나고 있다 보니 무아지경의 느낌으로 몰입하는 중”이라는 그를 서울 삼성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 캐주얼 게임으로 5일만에 구글 1위 돌풍
최근 구글플레이 순위는 좀체로 순위 변동이 없다. ‘모두의 마블’ ‘애니팡’ ‘쿠키런’ ‘윈드러너’ ‘차차차’ ‘드래곤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등이 철옹성을 쌓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 판을 흔든 게임은 ‘몬스터 길들이기’와 ‘명랑스포츠’다.
‘몬스터 길들이기’는 RPG 장르로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한국 모바일 양대 마켓을 석권하며 소위 미드장르 시장의 확대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현재 수치로 볼 때 다운로드는 300만~400만 사이다. 구글플레이 기준 3위다. 그는 “게임 출시 타이밍이 좋았다. 게임이 흥행사업이다 보니 타이밍이 중요한 성공 요소인 것 같다. 공격적 마케팅으로 10월 안에 5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할 것 같다. 물론 탄력이 붙을 수 있으면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대표는 “처음 기획할 때 가령 러닝게임 등 모두 하는 게임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야구나 축구 등 리얼 스포츠나 주류 스포츠가 아닌 캐주얼 장르 ‘비어있는 장르’을 파고들자고 생각했다”며 “야구 등 본격 스포츠는 깊이가 필요로 한다. 모바일 인터베이스에서는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캐주얼 요소를 접근하자는 것이 포인트였다”라고 말했다.
■ “올림픽 종목이 다 대상, 여성 유저 위해 피겨 고려”
“4~5개월만에 시작부터 끝까지 만들었다”는 ‘명랑스포츠’는 게임 선택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리서치했는데 취향이 달랐다. 데이터를 통해 엄선해 다트나 볼링 등을 넣었다.
가장 인기 종목은 의외로 볼링이었다. “대중적인 인기와 컨트롤이 쉽고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점이 어필했다. 최근 뜨고 있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의 인기도 한몫한 것 같다”라고 웃었다.
스포츠는 활동성이 강해인지 ‘명랑스포츠’의 유저는 남성 비율이 많다. 그래서 “꼭 추가하고 싶은 종목”에 대한 대답도 “피겨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종목이 필요하다.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잘 유지해서 내년 올림픽 시즌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앞으로 들어갈 종목도 궁금했다. “스포츠 종목이 굉장히 많아서 생각하는 것이 많다. 캐주얼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 공기돌, 윷놀이든 뭐든 상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한적이지 않다.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올림픽 종목이 다 들어가고, 제한없이 사방치기와 줄다리기도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무제한성’을 생각하고 있다.

■ “한 사무실에서 신봉건 대표와 나란히 책상”
피닉스게임즈는 대표가 둘이다. 신봉건 대표가 개발 총괄이고, 김정훈 대표는 사업총괄이다. 두 사람은 한 사무실에서 책상을 나란히 붙이고 하나에서 열까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팀워크’를 자랑한다.
그는 “2003년 네오위즈에 입사하면서 게임에 입문했다. 처음 맡은 프로젝트가 ‘스페셜포스’였는데 이후에도 좋은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 이후로 기억나는 것은 ‘아바’, ‘크로스파이어’ 등 네오위즈의 FPS를 거의 제가 맡았다”며 웃었다.
김 대표에게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에 대해 차이는 뭐냐고 물었다. 그는 “요즘 온라인게임이 3~5년 걸리니까 개발 기간 자체가 온라인보다 짧다. 하지만 서비스적 관점에서는 바쁘고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유저들과 즉각적으로 인터랙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은 많이 쏟아지니 경쟁이 치열하고 하다가 쉽게 다른 게임으로 옮겨 타는 등 힘든 부분도 있다.”
두 대표는 게임 개발과 기획에 대해서도 활발히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다. 자연스레 책상에서 앉아 토론 모드다.
그는 “게임의 아이디어는 주로 신 대표와 이야기를 하면서 얻는다. 여러 게임을 많이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트렌드와 돌아가는 상황을 알기 위해 특히 유명한 게임은 한 번씩 해봐야 할 것 같다. 아이디어는 미국 게임이 좋은 것이 많다. 예전에 ‘타이니윙’의 경우 혼자 만든 게임이다. 미국에서 계속 1등을 차지했다. 심플한 인터페이스 터치 하나로 하는 게임인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경우 카카오톡 영향이 있다보니 시스템적 요소나 유료화 부분은 미국 게임에 비해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필요한 건 올라운드 플레이어, 회의는 카톡 그룹 채팅”
피닉스게임즈는 처음 잠실의 한 오피스텔에서 4명이 모여 시작했다. 직원이 늘어나고 사무실을 옮겨야 해서 알아보던 중 복덕방의 소개로 우연히 이 사무실을 만났다. 최근 ‘명랑스포츠’가 대박난 이후 1달 사이 7~8명이 입사해 현재 30명으로 늘었다. 사무실이 삼성역에서 4분 거리라 교통이 편리해 직원들도 만족감이 높다.
그렇다면 사고가 날 경우는 어떻게 대처할까? “트래픽이 떨어지면 전체 메일이 날아와서 바로 대응한다. 모니터링을 계속 하고 있다. 대부분 늦게까지 있기 때문에 바로 한다.”
■ “차기작 3개 게임도 유니크한 포지션이 포인트 ”
김 대표는 최근 미드코어나 RPG로 변화가 가속되고 있는 게임 트렌드에 대해서 “미드코어나 RPG를 잘 만드는 사람이 많다. 피닉스게임즈는 특별히 엣지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장르도 만들어보겠다. 하지만 RPG를 현재 만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카톡게임들이 지금 보기에 많으면 많아졌지 숫자가 적어질 것 같지는 않다. 다들 보면 비슷하게 만드려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인 글로벌 경쟁력 등을 만드는데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자체 경쟁력도 새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니크한 포지션을 찾아내면 잘 되지 않을까?”라고 유니크한 포지션을 강조했다.

현실에서 운동을 사실 직접 하는 건 좋아하지 않고 대신 보는 것은 좋아한다는 김 대표는 야구를 좋아하지만 게임 안에는 농구를 제일 좋아한다. 그에게 ‘명랑스포츠’를 고수가 되는 팁을 부탁했다. 그는 “캐주얼 스포츠라서 접근이 쉽다. 하다보면 실력이 는다. 물론 연습을 해야 고수가 된다. 달인의 길이 쉽지 않지만 느긋하게 즐기면 즐겁다”라며 웃었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 김정훈 피닉스게임즈 대표 프로필
2000~2003 SK㈜ 대리, 신규사업개발 인터넷 Biz Develop OK 캐시백을 활용한 신규 Biz develop 등
2003~2012 ㈜네오위즈게임즈 퍼블리싱 본부장
CROSSFIRE 사업 총괄(중국 등 전세계 수출)
개발사 스마일게이트와 퍼블리싱 업무 총괄
FIFA Online2 사업 총괄(미국 EA와 공동개발)
스페셜포스 실무 총괄(국내 사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