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높은 바텀 의존도에 아이템 밸런스도 문제

모든 콘텐츠에는 처음 즐겼을 때 두근거림이 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즐기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잘 만들어진 콘텐츠여도 반복을 거듭할수록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또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시즌12는 대회에서 바텀 라인 위주 경향이 짙었다. 중요한 오브젝트인 드래곤은 바텀 라인 주도권에 따라 획득이 갈렸다. 성장 기댓값도 원거리 딜러가 높았기에 자연스레 바텀 라인에 투자가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같은 챔피언들만 계속 등장했다. 라인전이 강력한 케이틀린은 필밴 대상이 됐다. 루시안과 나미 조합도 거의 모든 게임이 등장했다. '1티어 챔피언'들이 밴을 당하면 이후에 나올 챔피언들도 쉽게 예측이 가능했다.

시즌12에선 이런 상황이 나와도 문제가 없었다. 유저들 대부분이 바텀 라인 중요성에 대해 인지한 상태였고 실제로 게임 내에서도 드러났다. 바텀 위주 열렬한 밴픽 싸움과 프로들 경기력은 대중들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새로 시작한 시즌13은 다르다. 라이엇게임즈가 발표한 시즌13 지향점이 솔로 라인 영향력 강화였기 때문이다. 전 시즌에 지나친 바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탑 라인과 미드 라인, 그리고 정글에 이르기까지 대대적 개편이 이뤄졌다.

개편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대회 양상은 바텀 위주로 흘러간다. 탱커들 아이템이 대거 조정됐지만 탑 라인은 탱커는 '크산테'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모두 브루저 챔피언들뿐이다. 아이템 밸런스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 페이커가 지적한 '바텀 뽑기 게임'

- P.S 프로관전러 페이커 선수 발언 분석 영상

T1 소속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현 메타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솔로 랭크은 '바텀 뽑기 게임'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최상위권 랭크 게임에서는 이미 LCK에서 보는 것처럼 바텀이 정말 중요한 라인인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커는 "포탑 골드를 기반으로 밸런스를 맞추다 보니 랭크와 대회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라고 말하며 "내구도 패치가 유리한 팀을 더 굳히는 방향으로 작용한 듯하다, 상대방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역전이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바텀은 조금만 실력 차이가 나도 균형이 크게 무너지는 라인이다. 이는 롤에서 유일하게 2명이서 진행하는 라인이며,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 간 합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커는 이에 대해 "탑은 터져도 큰 영향이 없다, 미드도 큰 실력차가 없다면 비슷하게 균형이 맞지만 바텀 흥망은 게임 승패와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이후 "포탑 골드 때문에 버티는 픽이 의미가 없어졌다. 게임이 획일화되어 재미가 없어졌다"라고 덧붙였다. 바텀에서 버티는 픽을 고르면 상대방은 포탑 골드를 획득하기 수월해진다. 전성기가 오기도 전에 골드 차이로 게임이 끝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유튜버 'P.S 프로관전러'는 페이커 발언을 통해 분석을 한 영상을 공개했다. 통계에 근거한 분석 결과 실제로도 바텀이 다른 라인에 비해 게임 승패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바텀 라인이 승기를 잡으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어마어마하다. 드래곤 주도권부터 시작해 시야 싸움도 유리하다. 서포터가 다른 라인에 개입할 수 있는 순간 게임 주도권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포터는 경험치와 골드가 다른 라인에 비해 중요도가 적다. 서포터 움직임 덕분에 다른 라인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롤은 최대한 상대방보다 많은 골드를 획득해야 유리하다. 라인을 벗어나면 포탑이 미니언을 처치한다. 챔피언이 근처에 없다면 미니언으로 인해 발생하는 골드와 경험치는 모두 0이다. 이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상대보다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서포터가 발이 풀려서 다른 라인에 개입하는 순간 상대방은 불리함을 안고 시작한다. 주도권을 뺏길 수 있음과 동시에 최악의 경우 챔피언이 사망할 수도 있다. 변수를 생성하려 해도 서포터가 올라오며 얻는 시야 이득으로 인해 변수가 차단된다. 상대방 위치를 알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쵸비가 의구심을 밝힌 '아이템 밸런스'

- P.S 프로관전러 쵸비 선수 발언 분석 영상

게임 내에서 플레이하는 챔피언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 아이템일 것이다. 아이템이 갖춰지는 시점에 급격히 강해지는 챔피언도 수두룩하다. 모든 챔피언이 상점에서 골드를 주고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밸런스는 매우 중요하다.

젠지 소속 쵸비 정지훈 선수는 '신성한 파괴자' 아이템을 지적했다. "최대 체력 비례 피해, 방어력 관통력 및 마법 관통력을 제공하는 해당 아이템은 카운터를 칠 요소가 없다"라는 의견이다. 그는 "체력을 올리면 체력 비례 피해, 방어력 관련 옵션은 관통력에 무마된다. 이 아이템은 없어져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몰락한 왕의 검'도 완성되는 순간 밸류가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다. 이를 들은 유저들 또한 의견에 공감했다. 유저들은 '특정 챔피언에게 지불하는 골드에 비해 많은 리턴을 가져다준다', '몰왕검은 진짜 너프가 필요하다' 등 의견을 내비쳤다.

원거리와 근거리 차이를 제외하면 모든 챔피언이 아이템으로 획득하는 수치는 같다. 챔피언마다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 있기 마련이고 해당 아이템 성능에 따라 챔피언도 좌우된다. 축구선수에게 골프채를 쥐여주면 장점을 발휘할 수 없기 마련이다.

 

■ 케리아가 털어놓은 '탱커 서포터를 쓰지 못하는 이유'

- T1 서포터 케리아
- T1 서포터 케리아

최근 LCK를 보면 탱커 서포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원거리 서포터가 많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T1 소속 케리아 류민석 선수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케리아는 "베릴 선수가 선보인 하이머딩거 서포터가 큰 인상을 남겼다. 하이머딩거 서포터는 탱커 서포터로 아예 상대가 되지 않기에 현재 바텀 메타가 이렇게 된 듯하다"라고 말했다.

요즘 원거리 딜러 서포터가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도 "내구도 패치와 탱커 서포터가 사용하는 아이템에 대한 너프가 타격이 컸다. 초반 용이 굉장히 중요해 주도권을 잡는 데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바텀 라인 외적과 내적 모두 탱커 서포터를 기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밴픽에서도 이점을 가져가지 못하고 인게임에서도 큰 메리트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LCK에는 등장하는 챔피언들만 등장하게 되었다.

이미 대회 경기에서는 '케이틀린', '바루스', '루시안' 등 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갈 수 있는 챔피언들이 고평가 받고 있다. 해당 챔피언들과 탱커 서포터가 잘 어울리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 고인물 롤에 모두가 지쳐간다

지금까지 진행된 LCK 밴픽을 확인하면 롤에 얼마나 변화가 없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재까지 2번 이상 밴이나 픽이 이루어진 챔피언은 39종이다. 현재 롤에는 162종 챔피언이 있으니 4분의 1도 채 등장하지 못했다.

39종 챔피언 중 탱커 서포터는 하나도 확인할 수 없다. 탑 라인 또한 '크산테'를 제외하면 전부 브루저 챔피언이다. 라이엇게임즈 개발자들이 "이번 시즌은 탱커를 개선하는 패치"라고 했던 말이 의아할 정도다. 

프로팀 코칭 스태프와 선수는 검증되지 않은 픽을 고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승리를 위해 롤이라는 게임에서 가장 효율적인 챔피언을 선택한 것뿐이다.

13시즌 패치는 12시즌에서 밝혀진 문제점 완화가 목적이었다. 그로 인해 솔로 라인 영향력 강화 패치를 진행했지만 문제점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심해지고 메타는 고착화되었다. 항상 보던 경기 양상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등장하는 챔피언들만 등장하니 관객들도 선수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게임이 진행되는 메타와 아이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챔피언들까지 여러 문제가 얽혀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냈다. 비단 대회뿐 아니라 일반 유저들 또한 작년과 다를 바 없는 게임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유저들도 "봤던 챔피언들만 계속 보니 지친다", "팀에 소속된 선수와 플레이 스타일만 달라졌을 뿐, 결국 경기 양상과 챔피언은 동일하다", "솔로 랭크에서도 명백히 OP인 챔프들이 활개치는 데 밸런스 조정이 필요하다", "무너진 아이템 밸런스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등 의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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