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간담회' 확정으로 주목받는 과거 게임업계 간담회 5선

최근 국내 게임 업계에서 가장 이슈로 떠오른 키워드는 ‘소통’이다. 유저와의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게임은 흥행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불통 기업 앞에 시위용 트럭이 오가는 일은 낯설지 않다.

게임사의 업데이트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유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직접 불만 사항을 토로하고 게임사와 유저 간의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최근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우마무스메 사태다. 

평점 시위에서 시작해 마차 시위를 거쳐 환불 소송에 이르기까지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여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는 간담회를 통해 게임사와의 직접 소통 및 개선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유저 측의 결연한 의사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없이 오고 갔던 트럭들과 그 결과 개최된 간담회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게임업계에 거센 폭풍을 몰고 온 과거 간담회들을 살펴봤다.

 

■ 에픽세븐 "끝까지 해보자! 1박 2일의 전설"

- 에픽세븐 계승자 간담회

태초에 에픽세븐이 있었다. 사실 에픽세븐 이전에도 간담회 개념으로 유저와 소통하는 행사는 종종 개최됐다. 하지만 2019년 7월 15일 W 스퀘어에서 진행된 ‘에픽세븐 간담회’ 이후 본격적으로 간담회가 적극적인 유저들이 목소리를 내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게임사의 고객 접대 행사에 지나지 않았던 간담회가 국내 게임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에픽세븐 간담회는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해 새벽 4시가 넘도록 이어진 1박2일 강행군으로도 유명하다. 

‘치트 오매틱’을 위시한 보안 이슈와 ‘월광 뽑기 1320만원’으로 요약되는 운영 이슈가 간담회의 핵심 쟁점이었다. 한 유저가 메모리 에디터 툴인 치트 오매틱을 사용해 게임 내 신규 콘텐츠인 ‘오토마톤 타워’에서 1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존 에픽세븐 운영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던 유저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간담회에서 쏟아진 유저들의 원성에 사측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김형석 슈퍼크리에이티브 대표는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고작 간담회 한 번으로 유저들이 저희를 신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책임 있게 반영하고, 유료 소환이나 게임 밸런스 등 언급한 모든 약속대로 고치고, 운영과 소통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에는 분명 웃으면서 유저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9년 7월 19일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대표의 사과문 게시 후 31일 개선안이 발표됐다. 물론 유저들의 만족도를 완벽하게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이후 라이브 방송과 각종 패치를 통해 꾸준한 소통과 개선이 이뤄졌다. 

그 결과 간담회 이전 크게 하락했던 매출 순위가 10~20위권으로 회복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22년 기준 '7대 죄악'으로 꼽히는 7명의 영웅을 위시한 밸런스 불균형 등 유저들 사이에서 거론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다.

 

■ 페이트/그랜드 오더 "트럭 시위는 어떻게 커피차로 바뀌었을까"

- 페이트/그랜드 오더 간담회 현장
- 페이트/그랜드 오더 간담회 현장

2021년 2월 9일 넷마블 사옥에서 진행된 넷마블의 ‘페이트/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 유저 간담회’는 현재까지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간담회의 주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게임사와 유저 간 소통 및 게임 개선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에픽세븐, 페그오뿐만 아니라 그간 개최됐던 여러 간담회 간의 공통점은 주로 기존 운영에 대한 유저들의 누적된 불만이 특정 사건을 도화선 삼아 폭발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페그오의 경우 스타트 대시로 정상 지급되던 재화를 회수한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내막에는 이벤트 미개최, 게임 내 여러 텍스트 오역, 각종 버그, 테스트 계정 유출, 성의 없는 매크로 답변 등 기존 운영에 대한 불만이 존재했다.

한지훈 넷마블 사업본부장은 “스타트 대시 캠페인으로 촉발된 문제뿐만 아니라 그동안 운영 관련 불편하셨던 모든 부분을 포함하여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후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넷마블은 그 동안의 운영 관련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밝혔다.

넷마블은 당시 간담회에서 공개된 구체적 운영 개선 계획에 따라 1년에 걸쳐 페그오 서비스의 점진적인 개선을 이어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근 넷마블 사옥 앞에는 시위 트럭 대신에 페그오 유저들이 감사의 뜻을 담아 보낸 커피차가 등장했다.

 

■ 마비노기 "시작은 엉망이었지만 현재는 모범 사례"

- 마비노기 밀레시안 간단회

2021년 3월 14일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진행된 넥슨의 ‘밀레시안(마비노기 유저) 간담회’는 비록 사측이 미숙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이를 계기로 성공적인 체질 개선을 이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간담회를 이끌어낸 시발점은 익명 커뮤니티의 조작된 스크린샷이었지만, 세공 확률 미공개, 수정되지 않는 버그, 백섭 등 치명적인 오류에도 무대응을 보이는 운영진 등 게임 서비스 16년간 누적된 오랜 불만이 있었다. 유저 측이 간담회 3주 전 질문지를 미리 전달했음에도 사측 대표의 형편없는 답변 내용과 불성실한 태도는 도리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디렉터의 “기대를 하게 만든 저희 잘못”, “기대를 안 했으면 실망도 안 했을 것이다”는 답변은 마비노기 유저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도 절로 어이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쉬운 모습을 보인 간담회 이후 넥슨은 간담회에서 유저들이 언급한 건의 사항과 일정 및 답변을 정리한 ‘밀레시안 건의 알림판’ 페이지를 만들어 꾸준한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다중 클라이언트 접속 금지, 각종 유저 편의성 패치 등 건의 사항을 반영한 업데이트는 22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업데이트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여러모로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에 1년 뒤인 22년 7월 개최된 ‘밀레시안 간담회’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 메이플스토리 "소통왕 강원기의 탄생"

- 메이플스토리 고객 간담회

2021년 4월 11일 시그니엘 서울 그랜드 블룸에서 진행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고객 간담회’도 마비노기와 유사한 사례다. 간담회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년 간의 꾸준한 노력으로 유저 반응이 호의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간담회의 핵심 쟁점은 확률 논란 사건이었다. 무작위로 부여되는 줄 알고 있었던 옵션 확률에 가중치가 존재했고, 특정 옵션의 등장 확률을 높이는 로직이 작동하고 있었다. 일부 옵션이 3중 출현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 상 제한이 걸려 있었으나 이를 유저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기존 운영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다. 이벤트, 스토리 등 콘텐츠 부실, 직업 간 밸런스 및 패치 주기, 신규 유저 진입 장벽 등 유저들의 의견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으며 매크로 답변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간담회에서 사측은 4월, 6월, 9월, 1년 등 다양한 데드라인을 가지고 연 단위 간담회 개최 약속을 포함한 개선안을 차례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유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유저 자문단을 지정했으나, 유저 자문단이 개발사에게 활동비를 받아왔으며 사실상 유명무실한 단체였다는 점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넥슨은 1년 뒤인 2022년 5월 1일 ‘2022 메이플 라이브 토크’를 개최함으로써 연 단위 간담회 개최 약속을 이행했다. 스타포스 편차 개선, 큐브 등급업 확률 및 유효 옵션 기댓값 개선, 유니온 완화 등 유저들이 절실하게 바라고 있던 문제에 대해 개선이 약속됐기에 유저들의 반응 또한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 가디언 테일즈 "아직은 현재진행형"

- 가디언 테일즈 간담회

2022년 3월 19일 서울 서초동 모나코스페이스에서 열린 가디언 테일즈 간담회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뚜렷한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유저들이 개선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중이다.

가디언 테일즈 간담회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2021년 11월 3일 ‘마왕 리리스’와 ‘해변의 과학자 소히’의 일러스트 변경이 있었는데, 복각 픽업 시작일에 게임 콘텐츠 등급 분류 위원회로부터 수정 권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픽업 종료 이후 일방적으로 일러스트 수정을 통보했기에 논란이 됐다.  

기실 이 사건은 도화선에 가깝고 근본적인 원인은 기존의 운영에 대한 불만 누적이다. 소위 잃어버린 11개월이라 불리는 스토리 콘텐츠 업데이트 부재, 재미없는 반복 콘텐츠, 영웅 간 밸런스 조정 미흡 등 유저들이 원하는 업데이트 방향성과는 거리가 먼 업데이트가 이어져왔고, 이는 기존 유저들의 이탈을 가속화했다.

간담회 당시 김상원 콩스튜디오 디렉터의 답변은 유저들의 납득과 신뢰를 살 만큼 구체적이고 합리적이었다. 간담회 이후 신규 콘텐츠 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불평은 여전히 강하지만, 발생한 사건 사고에 대해 이전보다는 기민한 대처를 보여주며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응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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