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8 스튜디오 최지원 PD, 노창규 AD 인터뷰

노창규 AD(왼쪽)와 최지원 PD(오른쪽)
노창규 AD(왼쪽)와 최지원 PD(오른쪽)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크 소울’과 비슷한 이른바 소울라이크 장르로 글로벌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게임이 있다.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가 개발중인 ‘P의 거짓(Lies of P)’이다. 이 게임은 19세기 말 벨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고전동화 ‘피노키오’를 성인 잔혹극으로 각색한 액션게임이다. 기계몸을 가진 주인공이 인간이 되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6개월 전 첫 트레일러 영상을 발표하고, 최근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담은 인게임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며 소울라이크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네오위즈는 30일 ‘P의 거짓’을 개발중인 라운드8 스튜디오의 최지원 PD, 노창규 AD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마련하고, 게임의 세부 정보를 소개했다.

최지원 PD는 소울라이크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세계적인 열광을 이끌어내는 장르이기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크소울’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마니아 장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어느새 고티(Game of the Year)에도 다수 선정될 정도로 주류 장르에 편입됐다. 그는 “전세계의 인정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소울라이크를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게임 플레이 영상이 공개된 후 가장 많이 나온 반응 중 하나는 ‘프롬 소프트웨어의 블러드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블러드본’은 고딕 양식과 스팀 펑크를 바탕으로 전염병이 걸린 암울한 세계를 그린 게임으로, 대중과 평단에게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명작이다.

최지원 PD는 “블러드본을 감명깊게 즐긴 게이머로서 일단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블러드본 뿐만 아니라 바이오쇼크나 디스아너드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창작 활동을 하게 되면 아무리 새로운 시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기존의 경험이 묻어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P의 거짓의 콘텐츠와 시스템 등을 알게 된다면 점차 블러드본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알게 되실 것”이라며 “블러드본은 시대적 설정으로 첨탑으로 대표되는 고딕 양식을 택했고, 신과 종교를 표현한 부분이 많다. 반면 P의 거짓은 벨에포크 시대의 인간 중심적 실용주의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또 무기 시스템도 비슷하다는 반응이 많은데, P의 거짓에 나오는 무기는 톱과 같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들로, 다른 도구들과 조합해 다양한 외형을 가진 무기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창규 AD도 “블러드본이 소울라이크 장르에 걸쳐져 있고,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기획 단계부터 블러드본이 아니라 피노키오를 콘셉트로 삼아 최대한 독창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빙산의 일각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설명했다.

벨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으로, 프랑스가 사회, 기술, 경제적으로 번성했던 시대를 말한다. 보통 무사태평하고 쾌활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P의 거짓’은 벨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어둡다. ‘기괴하지만 아름다워야 한다’는 개발 키워드에 따라 독창적인 해석을 가미했기 때문이다.

최지원 PD는 “19세기 말을 게임으로 표현할 때는 보통 스팀펑크, 디젤펑크, 서부영화 ‘와일드와일드웨스트’ 등 세가지의 양식이 많이 사용된다”며 “하지만 P의 거짓은 독창적인 느낌이 나길 바랐기 때문에 이 셋 모두를 과감히 버렸다. 그러다가 철제기술과 과학이 발달한 벨에포크 시대를 찾아냈고, 여기에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면 매력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게임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게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시스템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주인공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특정 지표가 누적이 되고, 이에 따라 조금씩 인간이 되어간다. 원작 ‘피노키오’를 정 반대로 해석한 부분이다. 인간이야말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거짓말 지표에 따라 게임에서 발생하는 이벤트가 변화하며, 엔딩 또한 달라진다. 최지원 PD는 “거짓말 유무에 따라 만나는 캐릭터가 적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만일 적으로 만든다면 특정 경로를 가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상 플레이 시간은 약 30시간 이상으로, 엔딩 개수는 최소 3개 이상이 될 전망이다. 맵이 오픈월드는 아니지만 로딩이 없는 심리스 형태다. 최지원 PD는 “유저가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과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동선이 다양하게 제시된다”며 “또 보스와 보스 사이를 이동하는 여정, 이른바 챕터와 챕터간의 연속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롭지만 너무 새롭지는 않을 것이다. 소울라이크 장르의 공통성을 가지면서도 우리만의 참신한 레벨디자인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멀티플레이 시스템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싱글플레이에서 충분히 재미가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 대신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충분히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주인공의 왼쪽 팔에 부착하는 무기 시스템인 ‘슬레이브암’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다이나믹한 스킬을 사용하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무기를 교체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등장하는 무기는 약 30여종으로, 무기를 조합하면 수백가지 이상의 무기로 분화한다. 조합한 무기는 외형뿐만 아니라 성능과 패턴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P의 거짓’은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중이며,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2022년 하반기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최지원 PD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제작한지 1년이 채 안됐다”며 “하지만 올해 말까지 약 50%의 제작 공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개발이 빠른 편이지만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한 마지막 담금질은 오래 걸릴 수 있다. 지금 예상으로는 2022년 하반기에 사전예약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차세대 콘솔 뿐만 아니라 현세대 콘솔 출시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며 “PC 버전의 경우 최적화 작업을 통해 권장사양을 그래픽카드 10대에서 20대 중반으로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지원 PD는 최근 게임업계 핫 트렌드인 NFT(대체불가능토큰) 도입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소신발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아닌 수익성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은 배제하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개발자분들은 돈벌이를 위해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요즘 NTF, P2E(Play To Earn) 등이 주목받으면서 순수하게 게임을 개발해온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다.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언젠가 기회는 찾아온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창규 AD는 “개발팀들이 모두 즐겁고 열심히 게임을 만들고 있다”며 “유저분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하고 있으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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