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AMI – 이얼쿵푸...인물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인 이소룡 연상 선풍

イーアルカンフー유튜브(/watch?v=4hXS0HCSdZ0)

코나미의 ‘이얼쿵푸(イー・アル・カンフー)’는 쿵푸를 소재로 만든 게임이다. 1980년대 홍콩영화의 폭발적인 인기로 쿵푸라는 중국 고유의 무술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국내는 물론 일본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일대는 물론 유럽과 북미에까지 통하는 유력 콘텐츠로 관심과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1980년대는 많은 게임들이 중국의 쿵푸를 소재로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게임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평화롭던 마을에 침략한 괴한들을 상대로 마을을 위해 싸우는 주인공 LEE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임의 주인공인 LEE는 후속작 2편의 주인공 ‘이용(Lee-Young)’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얼쿵푸’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 LEE는 그 이름과 그가 들고 다니는 쌍절곤과 같은 무기와 함께 바로 생각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브루스 리(Bruce Lee)’라는 영문 이름의 주인공 ‘이소룡(李小龍)’이다.

イーアルカンフーhttps://www.zel-life.com/entry/yie_ar_kung-fu

이소룡은 홍콩 액션 스타 원조격으로 그가 출연하고 제작한 영화들은 이후 홍콩을 넘어 전 세계 무술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소룡은 ‘용쟁호투(龍爭虎鬪)’라는 영화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영화 개봉 3주 전에 사망했다. 그의 마지막 영화 ‘용쟁호투’와 함께 아직도 관련 주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소룡은 인물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였기 때문에 다양한 게임이나 영화에 등장하였는데 현재까지도 쿵푸를 소재로 한 게임이나 영화들을 보면 이소룡, 또는 이소룡의 그 무엇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닐 정도로 그의 인기는 아직도 여전하다. 당연히 이소룡을 ‘오마주(Hommage, 존경을 표시하는 뜻)’하는 영화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의 복장인 노란색 트레이닝복 또한 유명한 코스튬 중에 하나다.

쿵푸 마스터https://www.zel-life.com/entry/yie_ar_kung-fu
쿵푸 마스터https://www.zel-life.com/entry/yie_ar_kung-fu

그중에서도 본래의 게임 이름보다 ‘이소룡’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게임인 ‘쿵푸 마스터’는 1980년대 홍콩 영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얻은 게임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 게임의 이름이기도 한 이소룡은 실제 이소룡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게임이다. 정확히는 이소룡이 아니라 성룡이 등장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쿵푸 마스터는 원래 ‘스파르탄 X’라는 이름의 게임으로 국내에서는 성룡이 주연한 ‘쾌찬차’라는 영화가 원작이다.

영화 ‘쾌찬차(快餐車)’는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성룡과 원표, 홍금보가 함께 주연으로 등장하는 홍콩 영화다. 1984년 8월 17일 홍콩에서 정식 개봉하였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쾌찬(快餐)’은 쾌속과 같이 빠르다는 의미의 ‘쾌(快)’와 반찬 할 때의 ‘찬(餐)’이 합쳐진 말로 직역하면 간단한 조리과정의 즉석음식 즉, 영어로는 ‘패스트 푸드(Fast food)’가 되지만 쾌찬차(快餐車)의 본래 의미는 최근 유행하는 푸드트럭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영화 (좌)쾌찬차, (우)스파르탄 Xhttps://namu.wiki/jump/
영화 (좌)쾌찬차, (우)스파르탄 Xhttps://namu.wiki/jump/

1984년 개봉한 영화 쾌찬차는 국내에 원판 이름 그대로 쾌찬차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쾌찬차라는 이름 대신 ‘스파르탄 X’라는 이름으로 개봉하였다. 영화의 이름이 본래의 이름과 전혀 다른 의미의 ‘스파르탄 X’로 정해진 이유는 일본에서 이 영화 이전에 개봉한 성룡 주연의 영화가 ‘프로젝트 A’였기 때문에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참고로 같은 맥락으로 성룡 주연의 또 다른 영화인 ‘비룡맹장(飛龍猛將)’의 일본판 이름은 ‘싸이클론 Z’였다.

1980년대 성룡과 원표, 홍금보 이 셋이 출연하는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엄청난 인기로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흥행보증 수표와 같았다. 프로젝트A, 오복성, 쾌찬차, 복성고조, 비룡맹장, 용형호제 등 1980~1990년대 홍콩 영화의 주역으로 활동한 이들을 소위 ‘골든 트리오’라 부르며 다른 말로는 ‘가화삼보(嘉禾三寶)’라 부르기도 한다. 

‘우점원(于占元) 경극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이들 셋은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당연히 이들의 행적은 게임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되었는데 ‘스파르탄 X(スパルタンX)’ 영화의 인기로 일본에서는 이 영화를 소재로 하는 같은 이름의 ‘스파르탄 X(スパルタンX)’라는 게임이 만들어졌다.

게임 쿵푸 마스터(스파르탄 X)https://namu.wiki/jump/

스파르탄 X(スパルタンX) 게임은 쿵푸 마스터라는 이름으로도 발매되었고 게임 소개에서도 분명하게 ‘스파르탄 X’라는 영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이소룡’이라는 이름의 게임으로 더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이소룡의 인기가 절대지존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잘 팔리는 이름으로 하고 싶은 업주들의 마음에서인지 오락실에 가면 당당하게 ‘이소룡’이라고 써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당당히 자신의 이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게임의 정확한 이름보다는 ‘이소룡’ 쿵푸 게임 정도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 당시에는 정확한 고증이나 캐릭터의 설정과 스토리의 개연성 등을 따지기보다는 무조건 쿵푸라는 것만 집어넣으면 다 되는 줄 알고 마구잡이식으로 만든 게임들도 많았다.

동양의 세계관 중 특히 정신과 기, 수련과 무예 등과 같은 내용을 정확히 잘 모르는 북미와 유럽의 외국인들에게는 고증이나 설정을 따질 겨를 없이 그저 쿵푸 비슷한 동작을 하는 중국풍의 복장을 입은 캐릭터만 나오면 무조건 쿵푸라는 이름을 걸고 게임을 출시해도 꽤 잘 팔리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MSX イーアルカンフー유튜브(/watch?v=qL9Qm-M6mSE)
MSX イーアルカンフー유튜브(/watch?v=qL9Qm-M6mSE)

이런 상황에서 코나미에서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쿵푸라는 좋은 소재를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쿵푸를 소재로 하는 액션 게임을 하나 개발했는데 이렇게 개발된 급조한 쿵푸 게임이 ‘이얼쿵푸’라는 게임이었다. 

‘이얼쿵푸’는 영문으로 ‘Yie Ar Kung-Fu’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는데 여기서 ‘이얼(Yie Ar)’은 중국어로 ‘하나둘’ 이라는 숫자를 세는 단위이다. 원래대로 했다면 ‘One Two KUNG-FU’라는 이름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 영문 같은 이름보다는 ‘이얼(Yie Ar)’이라는 중국스러운 느낌의 단어가 들어간 것이 좋다는 의견에 중국어를 알파벳으로 차음 표기한 ‘이얼쿵푸(Yie Ar Kung-Fu)’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어차피 ‘KUNG-FU’라는 단어도 쿵푸를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 쿵푸는 중국어로 ‘功夫’라고 쓰고 ‘궁푸’라 발음하고 한국어로는 ‘공부’라 읽지만 외래어 표준 용례나 사전에 등록된 단어가 ‘쿵후’였고 관용적으로 쓰이던 표현이라 외래어로는 ‘Kung-fu’라 표기한 것이다. 어차피 ‘KUNG-FU’라는 단어도 외래어 표기법이었으니 앞에 숫자도 ‘One Two’보다는 ‘Yie Ar’이 맞다고 본 것이다.

イーアルカンフーhttps://www.zel-life.com/entry/yie_ar_kung-fu
イーアルカンフーhttps://www.zel-life.com/entry/yie_ar_kung-fu

이렇게 ‘이얼쿵푸’는 ‘Yie Ar Kung-Fu(1985)’을 시작으로 ‘Yie Ar Kung-Fu II - Yie-Gah Koutei no Gyakushuu(1985, MSX)’와 같이 전체 시리즈는 2개만 출시되었지만 198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홍콩의 쿵푸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 게임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얼쿵푸’는 주로 1인용 게임이 대다수였던 시기에 2인 모드를 지원했는데 당시 다른 게임들이 2인모드를 지원할 경우 동시에 2인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한 번씩 상대하는 방식의 플레이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얼쿵푸’는 8방향 레버와 2개의 버튼을 조합하여 16가지의 격투 기술을 지원하여 당시 다른 격투 액션 게임들이 버튼의 조합만으로는 몇 개 정도의 간략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놀라운 정도로 많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 ‘이얼쿵푸’와 같은 게임을 하면서 무술 영화에 영향으로 ‘16식 태극권(十六式太極拳) 제8식 수휘비파(手挥琵琶)’하는 식으로 공격할 때마다 입으로 소리내는 아이들도 많았다. 사실 그 기술 이름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엉망으로 어디 족보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마구잡이로 생각난 대로 지어낸 이름인 경우도 많았다.

16개 동작https://www.zel-life.com/entry/yie_ar_kung-fu
16개 동작https://www.zel-life.com/entry/yie_ar_kung-fu

‘이얼쿵푸’ 게임은 당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오락실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980년대부터 국내에도 큰 인기를 얻은 재믹스와 같은 가정용 콘솔 게임기용으로도 이식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당시 MSX 또는 호환 콘솔 게임기 중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은 간단하고 쉬운 게임들이 많았다. 이는 당시 콘솔 게임기의 주 이용 대상이었던 저 연령층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8비트 콘솔 게임기의 하드웨어 스펙의 한계로 인한 개발의 제한적인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시 출시한 콘솔 게임기의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반복적인 캐릭터와 똑같은 배경이 순차적으로 지나가는 슈팅이나 액션게임들이 많았다. 그런 게임들 속에서도 ‘이얼쿵푸’는 확실히 눈에 띄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버튼이 16개가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8방향 레버와 버튼 두 개만으로도 16가지 동작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무술 게임이라는 이미지로 당시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게 되었다.

MSX イーアルカンフーhttp://msx.jpn.org/tagoo/s_check.cgi?LINE=376&PHOTO=1
MSX イーアルカンフーhttp://msx.jpn.org/tagoo/s_check.cgi?LINE=376&PHOTO=1

또한, ‘이얼쿵푸’는 현재와 같은 대전액션 격투 게임 UI의 기초를 다진 게임으로도 역사학적인 가치가 있다. 두 명의 캐릭터가 좌우로 나뉘어 화면 끝에 서서 캐릭터 상단에 체력을 표시하는 게이지와 중앙 부분에 KO 마크를 통해 승패판정을 하는 표시부분 등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크게 변한 것이 없을 정도로 대전액션 격투 게임 UI의 완성을 이루었던 것이다. 

‘이얼쿵푸’는 게임의 역사학적인 가치 외에도 코나미의 입장에서도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게임이다. 게임이 출시된 1985년 4월 22일은 ‘남극대모험’이 출시된 날이기도 하다. 

이날 ‘이얼쿵푸’와 ‘남극대모험’ 두 게임은 코나미에서 닌텐도의 패미컴용으로 출시한 첫 게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출시된 패미컴 버전의 ‘이얼쿵푸’가 아케이드 버전보다 훨씬 더 유명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얼쿵푸’ 하면 MSX 또는 패미컴 버전의 ‘이얼쿵푸’를 떠올린다.

1985년에 출시하여 당시 대전격투 게임이라는 장르조차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시기에 현재까지 통용되는 격투게임 UI를 완성한 게임으로 쿵푸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이얼쿵푸’는 이후 출시된 대전 격투 게임에 많은 영감을 준 선구자적인 게임으로 기억되고 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