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5년 전 실종자 수색 드론개념 도입 이제 ‘제도화’

스스로 ‘드론정책 전문가,  드론 아키텍트'로 자처하는 이병석 경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사진=박명기
스스로 ‘드론정책 전문가,  드론 아키텍트'로 자처하는 이병석 경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사진=박명기

최근 일주일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판교 고3 학생 실종 사건이 있었다. 뉴스에서는 학생을 수색하는데 드론이 돕고 있다고 전했다. 

6년 전에는 경찰에서 ‘드론’을 도입하고 사용하는데 주저했다. 새 기술에 대한 여러 우려도 나왔고, 법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인명구조와 수색에 드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되었다.

2019년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경찰청 훈령)을 제정하여 준비 기간을 거쳐 드론을 실종자 수색 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2020년. 경찰은 드론을 17개 청에 76대를 보급하고 전문 경력직 공무원을 선발, 배치하여 운영 중이다.  

 2017년 드론쇼코리아에서 경찰드론의 활용방안에 관한 주제를 발표하는 이병석 교수.
 2017년 드론쇼코리아에서 경찰드론의 활용방안에 관한 주제를 발표하는 이병석 교수.

경찰 안에서 처음으로 ‘공공드론’ 도입을 역설하고,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이가 있다. 바로 경찰 26년차 이병석 경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다. 

그는 어릴 적부터 경찰이 꿈이었다. 특히 강력범을 소탕하는 형사반장이 꿈이었다. 실제 권투(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우승), 축구, 야구, 배드민턴 등 운동에서 만능이었다. 

그는 “경찰학과  교수가 되어 ‘운동’ 이미지를 세탁(?)했다. 학생들에게 드론과 같은 신기술을 강의하게 되면서 MZ세대(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는 세대)하고도 소통을 잘하는 ‘스마트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고 웃었다. 

그리고 하나 더. 충남 아산의 경찰대 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이제 경찰 드론은 국민 생명을 살리는 스마트한 장비라고 모두 알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경찰 실종자 수색 드론. 사진=이병석 교수
경찰 실종자 수색 드론. 사진=이병석 교수

■ “10개월간 영상 920건 분석, 14명 실종자 발견, 4명 부모 품으로 돌려줘”

인공지능(AI)과 인공지능(AI), 생명과학, 스페이스 등 발빠르게 4차산업 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개인의 삶에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중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에서도 ‘스마트 치안’의 개념을 도입하고 이들 4차산업 기술을 경찰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을 통한 실종자 수색이다. 경찰 드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6월 27일이었다. 17개 청에 76대가 보급되었다. 훈령, 인력 충원, 구매를 거쳐 시범 운행을 마치고 나서 4월까지 10개월 실종자 수색을 해왔다. 

경찰청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사진=이병석 교수
경찰청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사진=이병석 교수

이병석 교수는 “한 해 4만 여건 이상의 실종 관련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다. 대부분은 발견되지만 이 중 500명 이상이 사망한 채로 발견이 된다. 많은 인원이 생사도 불확실한 채로 실종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종자 수색에 드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후 10개월 간 전국 총 361건 3757회 드론 비행을 했다. 영상 920건을 분석해 14명 실종자를 발견했다. 살아있는 사람 4명을 부모님 품으로 돌려주었다”고 말했다. 

경찰 드론은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 제9조에 근거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실종자 수색이라는 인명구조와 수색 업무에 제한적인 범위에서 활용한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드론으로 생명을 살린다”는 이미지가 어필하고 있다.

2016년 이전 경찰의 드론 관련 예산은 ‘0’원이었다. 하지만 이제 미래부-산자부-국토부 등에서 경찰 드론과 관련된 연구개발 예산이 수백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기존 76대에 더해 올해 드론 38대를 각 지방청에 추가할 계획이다. 

경남경찰청 기획예산계장 재직시 경찰 드론 동호회 창설 및 제1회 경찰드론 아카데미 행사이후 집무실에서. 사진=이병석 교수
경남경찰청 기획예산계장 재직시 경찰 드론 동호회 창설 및 제1회 경찰드론 아카데미 행사이후 집무실에서. 사진=이병석 교수

현재 각 지방청에는 9급 드론 경력직 공무원이 채용되어 일자리도 창출했다. 경찰청 훈령 제정, 전문 경력 공무원 채용, 드론 장비 도입, 교육체계 마련, 예산확보 및 연구개발 진행 등 경찰이 드론을 도입하고 운영하는 전과정에 이병석 교수의 역할이 컸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 “스마트 치안, 드론은 장비차원이 아닌 과학 치안의 범주”

이 교수는 스스로 ‘드론정책 전문가’로 자처한다. 데이터-5G-AI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스마트 치안’도 역설한다. 소위 DNA+ Drone으로 불리는 Data(빅데이터), Network(5G), AI 기술을 경찰 드론에 접목해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

“드론은 단순한 장비 차원이 아닌 스마트 치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학 차원의 범주로 접근해야 한다. 데이터와 실시간 전송 5G, AI 등 해석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 리터러시(leteracy)를 키워야 한다. 치안서비스에 DNA를 접목시키는 것이 스마트 치안이다.”

그는 6년 전 그가 드론을 접하면서 “경찰에 하루빨리 드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론을 접목시키면 시간과 비용 절감은 물론 실종자 수색에 투입되는 경찰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다른 분야에 치안력을 보강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니라 ‘일석십조’라고 설명했다. 

2016년 4월 서울대 호암회관에서 경찰드론의 역사적 출발이 시작되었다. 경찰대학 이병석 교수, 미래부 김대기 국장, 인지과학산업협회 권희춘 박사, 민갑룡 경찰청장(당시 치안정책연구소장,왼쪽부터) 사진=이병석 교수
2016년 4월 서울대 호암회관에서 경찰드론의 역사적 출발이 시작되었다. 경찰대학 이병석 교수, 미래부 김대기 국장, 인지과학산업협회 권희춘 박사, 민갑룡 경찰청장(당시 치안정책연구소장,왼쪽부터) 사진=이병석 교수

물론 당시에는 ‘경찰 드론’에 대해 의아해하고 궁금하면서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두 명의 후원자가 논의의 ‘물꼬’를 터주었다. 이때 당시 치안연구소장이었던 전 민갑룡 경찰청장과 생활안전국장이었던 박재진 치안감이 후원자였다. 

그렇게 서울대 ‘공공드론 활성화’ 세미나서 “드론을 잘 아는 이병석이 경찰 대표로 발표해라”고 독려했다. 물론 “어, 경찰에서도 드론을 한다”며 NGO와 정치권의 집회 시위에 사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첨단장비 과장이었던 이동환 총경과 경찰대학교 강욱 교수가 근거를 마련해주는 등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경찰청 훈령에 ‘실종자 수색’이라는 목적을 명확히 했다.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미국에서의 경험과 경남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을 역임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면서 드론의 필요성을 느낀 김창룡 경찰청장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 2014년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가 예측한 ‘생활 속으로 들어온 드론’ 192가지

이 교수는 2016년 크리스마스 지리산 제석봉(1805m)의 기억을 소환했다. 28세의 청년이 지리산에서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헬기를 타고 출동했다. 섭씨 영하 15도(체감 영하 30도) 정상에서 드론을 띄워 실종자를 수색하였다. 결과는 실종자도 못 찾았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띄웠던 드론도 잃어버렸다.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때 지리산 제석봉에서 실종된 청년을 수색하러 가져간 드론. 그날 드론도 실종되었다. 사진=이병석 교수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때 지리산 제석봉에서 실종된 청년을 수색하러 가져간 드론. 그날 드론도 실종되었다. 사진=이병석 교수

속상했다. 어쩌면 그 일이 그를 ‘경찰 드론’을 더 깊이 연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한국 유일한 드론 정책 논문인 ‘경찰 드론 도입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그가 논문을 쓰고 국내 생태계와 정책 모형화를 하는데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본부장과 강왕구 항공우주연구원 단장의 도움이 컸다. 두 사람이 드론 기술 분야에 부족했던 부분을 오랜 기간 지도해주었다. 또한 드론을 소개하고 잘 이끌어준 권희춘 박사에게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교수는 자신의 박사 논문을 직접 펼쳐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가 2014년에 쓴 ‘드론으로 할 수 있는 192가지 일들’ 가운데 지금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소개했다.  

“이 글에는 실종자 수색, 조기경보 시스템, 경찰 드론이 들어있다. 2014년 예측한 것을 제가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가 예측한 192가지 이외에도 경찰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다른 영역에서도 무한 확장할 수 있다.”

실제 드론은 효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은 후 생활 속에서 말 그대로 속속 ‘진격’해오고 있다. 논에 농약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소방에서 불끄는 드론(소화탄, 소화볼)이나 산림청 제선충 탐지-산불 예방, 해경의 해안선 정찰-해적소탕 등... 

그것뿐이 아니다. 통계청 농작물 경작지 조사, 가스안전공사 기스관 안전관리, 한전의 송전탑 점검, 우체국의 오지 배송, 제주도 안심귀가 순찰, 낚시객 조난객 탐지 및 구조, 강원도 피자배송...등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2019년 중국 심천 국제드론박람회에서 중국공안이 활용하는 드론을 보고 한 컷. 사진=이병석 교수
2019년 중국 심천 국제드론박람회에서 중국공안이 활용하는 드론을 보고 한 컷. 사진=이병석 교수

■ 경찰학과장-경찰드론연구센터장으로서 정책-제도-법률 마련...교재도 제작중

이 교수는 경찰학과장이다. 그리고 경찰드론연구센터장이기도 하다. 치안서비스와 드론, 사회문제점과 미래치안 발전 등을 정책으로 연구하면서 치안서비스와의 접목을 시도중이다. 정책과 제도, 법률과 실무 적용에 대해 연구한다.

드론 활용 근거와 한계, 실종자 수색 드론의 도입과 활용, 드론 범죄와 테러에 대응하는 대드론(Counter-UAS), 드론 사고처리 및 포렌식, 사생활 보호 및 인권보호 방안, 공공기관 활용과 대응이 주 연구대상이다. 

“그중에서도 실종자를 수색하는 드론의 고도화와 현장에서의 적용이 핵심이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실종자 수색 드론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생명 존중의 ‘치안 한류’ 대표 이미지로 만들고 싶다.”

또한 경찰 드론 매뉴얼과 교재를 만들고 있다. 경찰대 대학생과 간부후보생 대상으로 다음 학기 정규과목 교재로 ‘치안 드론 활용과 대응’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기로 했다. 

그는 “정규 과목개설을 하고, 이미 출간한 책 ‘드론, 생명을 살리다’도 개정판을 펴낸다. 대드론 교재를 집필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산하 교육용 교재도 집필 중”이라고 어마무시한 일정을 귀띔했다. 

이병석 교수가 출간한 책 ‘드론, 생명을 살리다’. 사진=박명기
이병석 교수가 출간한 책 ‘드론, 생명을 살리다’. 사진=박명기

경찰대학교는 경찰 학문 연구의 메카다. 새로운 분야인 경찰 드론-대드론 분야의 사회적 책무를 상기시키고, 많은 경찰학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텍스트를 만들고 있다는 이병석 교수. 
 
그는 실종자 수색에 이어 양귀비나 대마 등 불법 작물을 드론으로 촬영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20개월짜리 국가과제도 진행 중이다. 어쩌면 이 과제 진행이 완료되면 불법 양귀비 재배는 사라질 것 같다. 

역시 그는 못말리는 학구파다. 그는 미래는 고도화되고 지능화되어서 개별기기인 ‘드론’이 사라지고 ‘모빌리티(mobility)’로 바뀐다고 예측했다. 드론 택시와 자가용이 등장할 것이고 이에 따라 공중 순찰차도 등장하며, 드론 배송과 관련한 무인배달 도난 범죄도 등장할 것이며, 메타버스 내에서 다양한 범죄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변함없이 강조한 것은 “실종자 드론수색으로 앞서가는 한국, ‘생명을 살리는 드론’을 통해 경찰과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싶다”는 말이었다. 

천안 아산의 경찰대학교 캠퍼스에서 . 사진=박명기
천안 아산의 경찰대학교 캠퍼스에서 . 사진=박명기

이병석 교수는?

경찰대학교 12기로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인제대 대학원을 거쳐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마산 남성동 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경찰청장 비서실, 경남경찰청 외사수사대장, 마산중부서 경비교통과장, 경남청 홍보팀장, 기획예산계장, 경찰대학 인재선발계장 등을 지냈다. 2015년 드론을 접하고 경남경찰청 내 드론동아리를 주도했으며, 전국단위의 동호회를 조직하였다. 이후 연구를 통해 경찰 드론 도입에 앞장섰다.

2018년 경찰드론의 시작을 알리는 ‘드론, 생명을 살리다’를 출간하였고, 드론 정책 분야에 관한 연구에 특히 매진하고 있다. 현재 경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와 드론시큐리티연구원 산하 경찰드론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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