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스타크래프트2 저작권 이슈, 솔로몬 해법은?

겨울산은 황량하다. 응달에는 눈이 쌓여있고, 계곡에는 얼음이 얼어 있다. 산등성이엔 칼바람이 콧등을 스치고 간다. 눈이라도 펑펑 내리는 날에는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하산하기도 한다. 겨울 산에 오르려면 방한복과 장갑, 모자뿐만이 아니라 아이젠이 필수다.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도 너무 게으름을 피워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신년 첫 산행으로 예봉산에 올랐다. 잘 아는 길인데도 눈앞의 봉우리를 만나면 곧 정상일 것 같았다. 물론 착각이었다. 흔히 산에 오를 때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보고 “저기만 오르면 곧 정상이 나오겠지”하는 지레짐작을 한다. 막상 눈앞의 봉우리를 올라서보면 또 다른 봉우리가 눈앞에 버티고 서있다.

세 사람이 같이 걸으면 반드시 그 안에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던가. 동행자 중 한 분이 조급한 나에게 “앞산이 큰 산을 가린다”고 일러주었다. 그랬다. 너무 뻔한 이치인데도 그제서야 나의 조급함과 집착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눈앞의 것에 집착하다가 큰 것을 잃게 되는’ 이치는 산 아래의 세상에서도 허다하다.

지난 연말 해체의 기로에 선 현대 프로야구단을 KT가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KBO의 미숙함 때문인지, 서울 구단들의 반발 때문인지는 몰라도 야구판 전체의 살길과는 먼 결과로 치달을 뻔 했다.

올해 게임판의 핫 이슈는 ‘스타크래프트2’의 출시와 개발사인 블리자드의 저작권 행사 방침이다. 지난 10년 동안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e스포츠의 킬러 타이틀이었다. 외국 언론도 ‘베컴 같은 존재’라고 인정한 임요환 같은 스타가 탄생했고, 12개 프로게임단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작 블리자드의 저작권 보호에는 소홀했다.

그동안 한국은 ‘온라인 게임 강국’이니 전세계 ‘e스포츠 종주국’이니 하며 자화자찬을 해왔다. 그러면서도 어떤 e스포츠 대회에서도 스타크래프트를 표기하거나 블리자드사 게임이라는 것을 명기하지 않았다. 화근은 블리자드사와 상의도 없이 방송 중계권을 돈을 받고 판 것이었다.

게임 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볼 때 블리자드의 저작권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스타크래프트를 이 정도로 키운 우리 입장에선 블리자드의 주장을 마냥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블리자드가 게임 타이틀 400만장 판매라는 경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e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저작권 주장이 제 아무리 법적으로 옳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내놔라’하는 것은 한국이 봉이냐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블리자드가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해관계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커나가고 있는 e스포츠판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한국은 블리자드의 저작권을 당당히 인정해주고, 블리자드도 한국 게임 방송사들과 e스포츠협회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돈을 놓고 서로 얼굴을 붉히며 소모전을 벌이는 것은 그만두고 이젠 공생하는 ‘윈윈’전략이 필요하다.

산을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자만과 과욕은 금물이다. 눈앞에만 매달리다 더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앞산이 큰 산을 가린다는 말의 속뜻을 다시 한번 새기며 관계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명기 기자 일간스포츠 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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