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 인터뷰] 올스타전 '럼블' 노림수, 젠틀맨 댄스 쑥스, “홍진호에 낚였다”

전 세계를 'mother father gentleman'(젠틀맨)으로 엉덩이를 씰룩거리게 한 사람은 가수 싸이만이 아니다. 5월 26일 상하이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올스타전'에서 박정석(30) 나진 e엠파이어 감독의 귀여운 '젠틀맨' 댄스는 핫 이슈로 떠올랐다.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온게임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춘 짧은 춤은 한국을 포함해 북미, 유럽, 중국, 동남아 등 전세계 각국의 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귀여운 엉덩이 춤의 쑥스러움이 잦아들 무렵인 6월 11일, 짧은 비가 지나간 후 서울 용산 전자상가 아래 카페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 박정석 나진e엠파이어 감독
만나자마자 “춤 잘 추시던데요?”라는 질문에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박 감독과 지난 중국 ‘올스타전 경기’ 승리 소감과 함께 7월 초 열리는 '섬머 시즌'에 대한 각오와 얼마 전 홍진호 선수와의 사기(?) 경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 "중국 경기에서 노림수가 통했다"

 '올스타전 경기' 이후 3주가 지났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바쁘게 지냈다. 얼마 전 숙소와 연습실을 분리하면서 책상을 사러 돌아다니기도 하고, 예비군 동원 훈련도 다녀왔다"며 근황을 털어놓았다.

거의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생일파티를 한 다음날 같이 아직까지 경기의 여파가 남아있는 듯 하다. 그는 중국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한다. "중국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의 오피(Over Power, 강한 캐릭터) 챔프에 대한 분석이 조금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전에서 샤이 선수가 일부러 럼블(LOL 캐릭터 중 하나)을 쓰면서 조금 꼬았다. 결승전에서 럼블을 밴(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해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제이스로 진행했다"며 덧붙였다.

결국 승리의 '젠틀맨'까지 오게 된 박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일부러 선수들이 민망해해서 내가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의 패배로 예민한 상태라 승리를 마음껏 기뻐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중국 홈 경기인데, 거기서 승리의 춤까지 추면 너무 큰 '도발'이 될 것 같아 온게임넷 인터뷰에서만 살짝 췄다"

▲ 화제가 되었던 '온게임넷'의 인터뷰 중 젠틀맨 춤
짧은 세리머니에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지만, 이번 '올스타전' 자체가 팬들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좋아하는 선수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슈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아이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는 경기였다.

박 감독은 "이번이 아니면 언제 볼지 모르는 특별한 경기였던 것 같다. 전 세계 팬들은 '누가 누가 잘하나'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수 있어서 의미가 더 큰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한다.

■ "막눈의 빈자리는 구본택이 채운다"

지난 달 말, 나진 소드 팬들에게 충격적 소식이 있었다. 바로 '막눈((MakNooN, 본명 윤하운, 22)'의 이적이 결정된 것. 박 감독과 1여년 시간동안 함께한 막눈 선수는 KT롤스터로 떠났다. 5월 22일 게임톡과의 인터뷰에서 허물없이 친한 모습을 보여주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박 감독은 "하운이와는 꽤 오랜시간 함께해서 정이 많이 들었다. 물론 아쉽다. 하지만 팀을 옮긴다고 해서 연을 끊는 것도 아니고, 선수들이 팀을 옮기는 일은 일상적인 일이다. 나 역시도 선수생활을 하면서 팀을 옮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쉬움을 감추기는 어렵다. 그는 "하운이는 개인적으로 약간 한국보다 외국 성향에 맞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워낙 활발하고 끼가 많은 친구라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막눈 선수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 윤하운(왼쪽) 선수와 박정석 감독
막눈 선수의 빈 자리는 구본택 선수가 채운다. 박 감독은 "현재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다. 이번에 나진 쉴드에서 나진 소드로 옮겼다. 소드에 대한 기대감이 많고, 쉴드 역시 개편으로 새로운 느낌을 준다. 4강을 기대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 홍진호 "못 이길 것 같다. 한 판은 져달라“

박정석 감독은 2012년까지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2003년부터 한빛스타즈에서 시작해, 2004년 KTF 매직엔스, 2008년 공군 ACE, 2010 KT롤스터 등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로 오랜 선수생활을 했다. 그는 12년간 현역 시절 임요환을 꺾고 스카이배 우승, MSL 준우승 2번, 온게임넷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차지했다.

따라서 이번 중국 올스타전에서 다른 감독에게는 관심이 없던 외국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는 "감독 생활과 프로게이머의 생활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았다. 아직까지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가수 송대관과 태진아처럼 떼어놓을 수 없는 영원한 라이벌이 있다. 얼마 전 예비군 훈련도 함께 다녀온 폭풍 저그 홍진호(30)다. 올해 2월까지 제닉스스톰의 감독을 맡고, 그 전에는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그는 박 감독과 친한 동료이자 라이벌이다.

6월 1일 광운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소닉 8차 스타리그 레전드매치'에서 다시 만난 둘은 오랜만에 손을 풀었다. 결과는 홍진호의 2:0 완승이었다.

박 감독은 "완전히 낚였다. 전날 전화가 와서 '못 이길 것 같다. 한번 져달라'고 말해 완전히 방심했다. 대회가 끝나고 뭐냐고 물어봤더니 '다 그런 거야'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방송을 하더니 말을 더 잘한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비록 지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하니 신선하고 재밌었다. 자주 했으면 좋겠다. 옛날 선수들로 시니얼리그 이벤트전을 꾸며 기부를 하거나 봉사를 하는 등 좋은 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박정석 나진e엠파이어 감독
이처럼 단호한 감독님의 모습에서 패기 넘치는 프로게이머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보여준 박 감독은 돌아오는 섬머시즌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나는 엄격한 감독에 속한다. LOL은 특히 팀 게임이므로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팀도 좋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은 인기도 금방 떨어진다. 이스포츠는 열심히 한 만큼 성적도, 인기도 높게 나오는 정직하고도 냉정한 스포츠다. 새롭게 팀을 개편한 만큼 승리한 기운을 그대로 안고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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