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영화 ‘람보와 코만도’ 맞짱 오락실 ‘랄프와 클라크’ 열광

1980년대 중반에는 명작 게임들이 많이 출시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번에 소개할 ‘이카리’라는 게임이다. 실제 게임 이름은 ‘IKARI’(이카리)이지만 동네에 따라 ‘람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불렸다.

당시 실버스타 스탤론 형님의 람보 영화가 출시된 이후 최불암식 유머에 람보와 코만도 유머가 한창 유행하던 때이기도 했다. 아직도 답이 나오지 않은 람보와 코만도가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기지? 하는 류의 유치한 질문에 서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비슷한 류의 또 다른 질문 중에 하나인 ‘에일리언’하고 ‘프레데터’랑 싸우면 누가 이지기? 하는 질문에는 이미 영화로 답이 나와 있다.

MSX 이카리 - 오락실뿐만 아니라 MSX용으로도 출시
이 게임은 그 당시 최신 전자식 디지털 청소년 지능계발 연구소(오락실)에 따라 이름이 다르긴 했지만, ‘람보’ 아니면 ‘이까리’라 적혀있는 곳이 많았다. 필자의 동네는 보통 ‘이까리’로 통했다. 이전에 소개한 것처럼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자이자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임과 동시에 지역 유지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던 오락실 주인 아저씨의 행패에 따라 ‘전우’ 라는 이름이 붙어있기도 했다.

랄프와 클라크 – 우리가 누군지 알아?
위 그림을 보고 KOF라 불리는 ‘킹오파(킹 오브 파이터즈)’ 게임의 캐릭터 랄프 존스와 클라크 스틸을 알고 있다면 소싯적에 킹오파 좀 했다 하는 분들이다. 아마 KOF 94부터 등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캐릭터 배경 설정 집에 보면 랄프(왼쪽에 빨간 두건)는 대령 계급의 전형적인 마초 사나이로 묘사되고 있다. 클라크(오른쪽 파란색)는 중위 또는 설정에 따라 소령 계급의 군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어찌됐든 랄프는 계급상 클라크의 상관이다. 킹오파를 하신 분들이라면 랄프가 이끄는 이 팀 이름이 ‘이카리 팀’이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아 갑자기 갤럭티카 팬텀 기술에 당했던 악몽같이 기억이 떠오른다). 주먹왕 랄프라 불리던 시절, 한방 필살기(갤럭티카 팬텀)에 맞았다 하면 그냥 레버에서 손을 놓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카리팀 : 우리가 바로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지금까지도 용맹을 떨치고 있는 ‘이카리 팀’의 랄프와 클라크를 기억하시는 분이 많이 있겠지만, 이번 회에서는 그들의 시작을 한 번 되돌아보고자 한다(사실 필자는 가운데 있는 레오나가 제일 좋았..). 한때 화려한 등장부터 최강의 팀이 되기까지 그들의 피눈물 나는 전우애로 똘똘 뭉친 과거의 현장을 되짚어 보며 오래 된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보고자 한다.

본격 하극상 : 대령님 제 킥을 받으시지 말입니다! 와초~!
이카리 : 두두두두두.. 이것이 우리의 시작이다!!
1986년 이라는 연도가 무색한 그들의 시작점. 그렇다. 이것이 랄프와 클라크가 오래 전에 등장한 게임이다. 이 게임 이전에도 등장한 게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장을 누비는 람보 같은 캐릭터에서 본격 대전 액션 격투게임에 등장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감동적이다 못해 뭉클하기까지 하다.

이들이 군 전역 후 킹오파 캐릭터로 등장한 것인지 병행업무를 하고 있는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장수 캐릭터인 것만은 확실하다. 화면에 보이는 SNK 로고를 보면 확연히 다른 두 게임에 어떻게 같은 캐릭터가 등장 할 수 있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카리 : 불시착 이후..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아.. 저 때 나오는 음악 아직도 기억난다. 둥~둥~빰빰빰~ 뭔가 긴박하고 촉박한 비트에 어서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은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왜냐하면 그들은 불시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하면 비행기가 불시착하는 화면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그 당시에는 왜 불시착하는지도 몰랐지만, 여차저차 하여 게임업계에 오래 몸담다 보니 아무도 읽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설정집까지 보게 되는 기회가 있다.

라스트 보스 : 대놓고 나치라고 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딱 봐도 나치다
사실, 랄프와 클라크는 비밀결사 조직(이 게임에서는 2차 세계대전의 나치와 같은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사실은 딱 봐도 나치다.이 세계정복을 노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여 한눈에 봐도 특공대 같은 랄프와 클라크를 침투시키려고 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비행기가 공중 폭파하여 추락하게 된다. 간신히 살아남은 랄프는..
뭐 이랬던 스토리 같다. (아 이 사람들아, 싸우지 말고 블랙박스를 회수하라고..)

이카리 : 랄프 돌진!
꽤나 복잡한 설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사진에 보이듯이 적군으로 등장하는 저 복장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바로 킹오파에서 클라크의 복장이다. 랄프와 한때는 적군으로 만난 사이였던가? 원래 같은 부대 소속 아니었던가? 같은 부대소속이었다가 서로 싸우고 나서 적군으로 돌변 하지만, 남자는 원래 싸우면 친해지는 법이라는 고대 불변의 진리처럼 랄프와 클라크도 대판 싸우고 나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하여 다시 손잡고 이카리팀을 만들어 킹오파로 출전한 것인가? (필자 마음대로 쓰는 스토리임)

이카리: 탱크
이전에 또 다른 게임 T.A.N.K를 해보신 분이라면 어? 하고 알 수 있는 게임 내 게임 탱크 모드이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참 여기저기서 많이 본 것 같은 장면들이 자주 나오게 된다. 이 게임이 꼭 그렇다기 보다는 랄프와 클라크가 나오는 게임들이 대부분 그렇다. 탱크와 합체하듯이 혼연일체 되어 총알 대신 포탄을 쏘는 탱크 모드가 되면 적군의 총알 따위 가볍게 무시하고 돌진할 수 있다.

또한 F 라 써 있는 총알을 먹거나 B 수류탄을 먹으면 위력이 어마어마해진다. 특히 B 라고 써 있는 아이템은 ‘핵폭탄’이라 불렀는데, 던져보면 왜 핵폭탄이라 불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신기한 것은 F 라고 써 있는 총알은 그 당시 국민학생들조차 ‘불소 총알’이라 불렀는데, 원소기호로 F가 불소라는 것을 국민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았겠지만, 우리는 선배님(중, 고등 학생)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보고 아~ F가 불소인가 보다. 하고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오락실에 가면 비밀리에 그 장소에 있어야만 했던 개인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하고자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도록(물론 안에서도 밖이 안 보인다) 벽면 유리는 죄다 선팅 같이 짙은 필름을 붙이곤 했다. 그리고 그 필름에는 거의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청소년 지능계발’ 이라는 표어가 붙어있었다. 이 불소 사건만 보더라도 오락실이 백해무익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다(조기교육의 산실, 오락실 만세!는 좀 억지스럽겠지만..).

오락실은 그렇게 철저히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도록 안과 밖이 서로 보이지 않게 보안을 자랑 했지만, 언제 열릴지 모르는 출입문은 늘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지옥의 문과 같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다들 오락삼매경의 순간에도 한 번쯤은 뒤돌아 보기도 했고, 만에 하나 성난 표정의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돌진하는 순간에는 모든 걸 내팽겨치고(보너스 점수 따위 지금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오락실에서 마련한 비밀통로로 신속히 이동해야 했다. 만약 긴장을 풀고 있다가 성난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돌진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잃게 되면 그 뒤의 장면은 마치 ‘디아블로’를 하면서 이제 막 지하 2층에 갈 만할 때 겁도 없이 부처(Butcher)가 있는 문을 열어 본 뒤의 장면과 흡사하다.

필자가 그린 그 당시 오락실 비상 탈출 작전 상황도
그 당시 오락실은 살림살이를 겸하는 1층 상가인 경우가 많아서 주인 아저씨가 거주하는 방과 주방이 있었다. 홀에는 오락 기계들이 진열되어 있는 형태가 많았다. 보통 오락실의 비밀통로는 주방이나 화장실로 가는 좁은 길로 이어져 있었다. 그 문을 나서면 던전을 헤매다 지상으로 나온 듯한 풍경처럼 보통의 길거리로 연결 되어 있었다.

그 주방의 뒷문이 바로 바깥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철저히 고객 보호차원에서 마련된 포탈이었다. 이 포탈과도 같은 쪽문이 있는 오락실인가 아닌가 하는 것도 최고의 오락실의 선택 조건이었다.

비상탈출구가 없는 오락실은 “독 안에 든 쥐”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불나방 같은 철없던 영유아들이나 다니는 곳으로 인식되었고,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최소한의 인지능력만 있어도 내가 죽을 곳인지 발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인지 정도는 알 수 있다. 비밀 탈출 루트가 있는 최고의 오락실은 암암리에 서로서로에게 전파되었고, 만에 하나 비상탈출구의 위치를 발설하는 자는 감히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 때 당시 벌컥 문이 열리고 “OO야 이리 나와!” 하고 고함치던 소리에 일단 얼굴을 가리고 미친 듯이 비상탈출구로 향하는 친구들이 떠오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하필이면 가방을 챙겨가지 못해서 결국 검거된 친구들도 있었고, 그날 따라 새로 산 옷을 입고 와서 눈에 딱 걸린 친구도 있었다.

물론 필자는 역대 전적 중 체포 0회를 자랑한다. 오락실에 갈 때는 집에서 제일 안 입는 옷 중에 어디선가 저런 옷이 있었나 없었나? 하는 정도로 무난한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제일 좋다. 괜히 눈에 띄는 옷을 입었다가는 적발 검거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카리 게임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렇게 비밀 탈출 루트를 처음 알게 된 시점에 접한 게임이기도 했고, 더 특별한 이유는 그 당시 용돈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던 우리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동전을 투입하기 전까지는 인트로 화면이나 전적 점수 화면같이 의미 없는 화면만 보여줄 뿐 그 이상의 친절은 베풀어 주지 않았지만, 이카리 게임만은 특이하게도 동전을 넣지 않아도 레버(손잡이)를 조작하면 그 방향대로 총알이 나가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데모 동영상 같이 보여지는 부분에서 레버 조작이 가능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캐릭터 이동이나 발사 버튼은 임의로 조정 되고 총알이 나가는 방향만 조정할 수 있었지만, 방향만 잘 맞추면 그래도 1~2분 이상은 게임을 하는 기분을 낼 수도 있었던 것이다(돈 없이 오락실 가서 이거 해보신 분 많을 듯..).

지금은 어떻게 끝판까지 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끝판왕을 본 적도 몇 번 없다. 게임 자체의 난이도는 그렇게 어려운 정도는 아니며, 적군의 이동 속도 역시 피하지 못할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고, 어느 정도는 투입한 동전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플레이 시간을 보장하는 게임 중에 하나이다.

총알이 빗발치고 수류탄이 난무하지만, 피가 튀고 살점이 뜯겨나가는 최근의 전투-전쟁을 다룬 콘텐츠만큼의 잔인성도 없다. 비슷한 느낌의 게임으로는 혼두라, 코만도스, 쟈칼 등이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온라인 FPS게임들이 게임순위 상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시대를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인칭에서 3인칭으로 3인칭에서 탑뷰로 탑뷰에서 스크롤 방식의 액션 게임으로 그 꼭대기에 이런 게임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마지막 엔딩 장면에 등장하는 카와사키 장군님. 사실 그 당시 SNK사장인 카와사키 에이키치. 그 둘의 이름이 같은 건 단지 우연의 일치인가? 이런 소소한 재미도 있는 게임들의 묘미가 바로 80~90년대 초반 게임들의 특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메탈슬러그6 – 싸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필자의 잡소리]
랄프와 클라크는 이카리에서 킹오파에 이어 메탈슬러그 게임에도 등장한다. 아마도 그들은 한시라도 싸움을 하지 않게 되면 심장이 멈춰 버리는 병에 걸린 듯하다. 비슷한 내용의 영화도 본 적이 있는데, 계속해서 흥분 상태를 지속시키지 않으면 심장이 멈춰버리는 주인공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고, 전기 충격을 가하기도 하고 뛰어내리기도 하는 내용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우에에에에에! 다 덤벼 이 자식들아! - 랄프와 클라크는 늘 이런 상태인가?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큐씨보이는?
‘게임별곡’을 집필하는 한 큐씨보이는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30년째 개발자다. 스스로 ‘감히’ 최근 30년 안에 게임들은 웬만한 게임을 다 해보았다고 자부하는 열혈 게임마니아다.

그는 직장인 개발자 생활 12년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도에 은신 거주 중이다. 취미로 몰래 게임 개발을 한다.하루 중 반은 게임을 하며, 반은 콜라를 마시는데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콜라 경력도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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