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게임, 고 임윤택 악성댓글 등 온오프 용어 '공감하는 능력부족'

지하철에서 한 시간동안 쓸데없는 내용을 큰 소리로 통화하며 깔깔 웃는 여자. 더운 여름 버스를 기다리며 끈적한 애정표현을 하는 커플. 공통점이 있다면 '어그로'를 끌기에 충분한 소재라는 것이다.

▲ 커뮤니티에 올라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어그로' 관련 만화
'어그로'는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해본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본 익숙한 단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나온 단어로 aggressive(공격적인, 적극적인)의 어원을 갖는다. 뜻은 몬스터를 공격할 때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준 캐릭터에게 가는 몬스터의 '위협 수준'을 말한다.

어그로를 끄는 행위는 파티원 전멸의 지름길로 온라인 게임에서는 심각한 행위다. 어그로를 끄는 사람은 지옥문을 지키는 켈베로스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의 행동에 따라 헬게이트가 활짝 열릴 수도 있다.

이처럼 '어그로'는 처음에는 온라인 게임 상에서만 쓰이던 용어였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짜증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어그로를 끈다('주의를 끈다'와 비슷한 느낌)', '어그로를 먹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어그로를 끄는 행위는 흔히 '악플'이라는 형태로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인기 웹툰작가 '미티'의 새로운 연재물인 '악플 게임'이 출시 이후 연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만화는 최고의 악플러를 투표를 통해 뽑는 내용으로 심각한 인터넷 댓글 문화를 대해 날카롭게 꼬집는다.

특히 '악성 댓글의 심각성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재현을 위해 인터넷 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문장 혹은 단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안내로 독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현재 8회까지 전개된 이 웹툰을 접한 독자들은 "꼬박꼬박 보고 있다. 댓글의 심각성을 알았다", "이게 현실이라 마음이 아프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네이버 인기 웹툰 미티의 '악플 게임' 1화 중
실제로 한국의 악플 수준은 심각하다. 지난 2월 암 투병 중 사망한 고 임윤택씨에게는 생전에도 수많은 악플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고 임윤택은 악플에 믿기지 않을 만큼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트위터를 통해 "악플 많이 써주시는 분들, 울랄라 홈피 통해 제게 쪽지 보내주시면 제 개인 사비로 콘서트 티켓 끊어드릴게요. 직접 공연 보시고 나서도 정이 안 붙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정말 노력하는구나'라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연락주세요 ^^"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노력에도 악플러들은 임윤택씨가 사망한 이후 입에 담기도 어려운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샀다.

EBS의 한 프로그램에서 한 악플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리를 알아봤다. 악플을 다는 이유를 "보는 사람 기분 나쁘라고"로 대답하는 그의 대답에 기가 막힌다. 상대방의 아픔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 EBS 한 프로그램에 나온 악플러와의 인터뷰
화를 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고, 정중히 부탁하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으니 백만대군도 무섭지 않을 악플러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는 '어그로'의 문제로 다시 돌아온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어그로를 끄는 사람은 결국 몬스터의 주시 대상이 된다. 따라서 탱커(몬스터의 공격에서 팀원들을 방어하는 역할)는 예상치 못하게 스킬을 써야 한다. 이는 나중에 정말 필요한 순간에 스킬을 사용하지 못해 파티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그로를 끈 파티원을 '너가 자초한 일이야'라며 냉정하게 죽일 순 없다. 같이 파티를 맺은 구성원으로 그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어그로를 끄는 파티원에게 '내가 피해를 주고 있구나'라는 깨닫게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물론 어그로를 끄는 행위 자체가 '몰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용서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알려주지 않는다면 똑같은 행동이 반복될 변명의 여지를 주는 것과 같다. 소통이 있다면 '어그로'의 시작은 aggressive지만, 끝은 agreement(합의, 동의)로 바뀔 수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한경닷컴 게임톡에서는 생활 속 게임 신조어와 문화 트렌드를 매주 수요일 '황인선 기자 레알겜톡'을 통해 연재한다. 황인선 기자는 20대 새내기 게임기자이며 MMORPG와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는 열혈게이머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