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마이어의 회사 헬기 시뮬레이션, 인질구출 작전 ‘짜릿’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전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그 당시 AT(286)컴퓨터에 1MB 메모리(RAM), 옥소리 사운드 카드를 사용하고 있었을 무렵이다. 2400 BPS 모뎀으로 한참 PC통신을 즐기며 최 저속의 한계에 달하는 인프라에 맞서 자신과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무렵 필자의 눈에 띈 새로운 게임 하나.

[건쉽 2000]
바로 지금 소개할 '건쉽 2000'이라는 헬기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원래 밀리터리 마니아였던 필자에게 이 게임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Must 아이템이었고 숙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금 한참 대한민국 국방력 강화 사업에 AH-64 APACHE(아파치 공격 헬기) 롱보우 타입을 도입하네 마네로 시끄러운 이 시국에 이미 필자는 20년 전에 그 헬기를 타보았다(물론 게임에서만).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하라!]
XT 시절에도 비행 시뮬레이션이라고 나온 게임들을 자주 즐기고는 했지만, 아무리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하고 최대한 호의적으로 봐주려고 노력해도 아직은 인성이 완성되지 않은 유년 시절의 필자에게 이런 화면에는 절대 수긍할 수 없었고, 공감하기에도 너무나 벅찬 그런 게임들을 즐겨 했었다.

그 당시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현재의 PC환경으로는 비주얼 면에서 사실성을 추구하기에는 택도 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 자명하므로 계기작동의 원리를 구현하면서 기계장치(PC)를 활용하여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구사한 게임. 정도로 인식되었다(보이는 부분이 사실적인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을 사실적으로 묘사).

[건쉽 2000 – 이륙준비]
하지만, 미약했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들도 건쉽 2000 정도에는 어느 정도의 상상력만 있으면, “ 와~! 이거 정말 실제라고 보기에는 나의 인지능력이 아직은 정상인지라 실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지만, 그래도 꽤 할만하다!! “라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럭저럭 계기 작동이나 비주얼 면에 있어서도 사실에 꽤 근접하기 시작한 때가 아니었나 한다(그런데 그것도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보면 전혀 다르게 느껴지긴 하지만, 20년 전에 저 정도의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당시 ‘마이크로프로즈’라는 게임 개발사는 비행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다이나믹스 사(社)와 함께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유명한 게임 개발사였다. 주로 군사-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 집중하였던 개발사였지만, 게임 마니아라면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최소 몇 개월은 갖다 바쳤을 유명한 게임 ‘문명’ 게임의 개발자 시드 마이어가 창립자라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겠다.

‘마이크로프로즈’라는 회사는 1982년 시드 마이어와 빌 스텔리에 의해 창립되었으며, 필자가 처음으로 게임을 접한 뒤에 비행 게임으로는 최초로 접해본 ‘Solo Flight’(1985년)라는 게임 외에도 ‘Silent Service’(1985년), ‘F-15 Strike Eagle’(1985년), ‘Gunship’(1986년), ‘F-19 Stealth Fighter’(1987년), ‘F-15 Strike Eagle II’(1989년), ‘M1 Tank Platoon’(1989년) 과 같은 밀리터리 관련 게임들을 계속 출시하였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밀리터리 마니아였던 필자에게 이 회사는 축복을 내려주는 신과 같은 존재였고, 직접 경험해 보기 힘든 비행기나 탱크와 같은 탈것을 타며 전장을 누비는 유년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준 고마운 회사이다.

그 외에도 ‘레일로드 타이쿤(Railroad Tycoon)’(1990년)이나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게임 ‘문명(Civilization)’(1991년)도 출시하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게이머로부터 명작 게임으로 꼽히고 있는 ‘Master Of Orion’(1993년), ‘X-COM: UFO Defense’(1994년) 등의 게임도 출시하였다.

하지만, 유명세를 탔던 화려한 외면과는 다르게 그 수익성을 거두는 면에서는 뭔가 어른들의 사정이 마음 먹은 만큼은 잘 되질 않았던 모양이다. 거의 매년 적자를 자랑하며 근성으로 버티던 회사도 결국에는 더 이상 버티지 못 하고 여기 저기 회사에 팔려 다니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면서 지금은 회사의 존재 자체도 사람들이 모를 만큼 퇴색해 버린 안타까운 개발사이다.

물론, 이 회사뿐만 아니라 이 당시 활약하던 유명한 많은 게임 개발사들 중에 아직까지 살아 남은 회사는 몇 안 된다. 더 큰 회사에 합병되거나 합병된 후 해체되었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꿨지만 결국 흥행-수익에 실패하여 사라졌거나 하는 절차를 밟아 현재 남아 있는 회사는 일렉트로닉 아츠(EA)나 액티비전 정도가 유일하다(루카스 아츠, 시에라 온라인, 오리진 시스템, 다이나믹스, 브러더 번즈, 어콜레이드, 마이크로 프로즈, SSI, 등등 지금도 생각하면 명작 게임들을 다퉈가며 출시했던 유명한 회사들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나 업종을 달리했거나 근근이 이름만 유지한 채 별다른 활동을 보여주고 있지 못 한 실정이다).

[건쉽 2000 – 작전상황실]
필자가 이렇게 회사 친인척인가? 할 정도로 회사 얘기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그만큼 이 건쉽 2000이라는 게임이 필자의 유년 시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임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마지막 3학년 시절을 거의 1년 동안 건쉽 2000에 매달렸으니 인생에 걸쳐서 본다 해도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어린 시절 필자의 장래희망은 늘 ‘파일럿’이었고, 아직은 실전에 투입되지 못 할 필자에게 간접 경험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 유일했기 때문이다(결국 시력 제한이라는 입장 제한 조건을 알게 되어 좌절 한 뒤로 학업에서 멀어지는 계기가 됐지만..).

그 당시 어느 정도 PC를 사용한다 하는 사람치고 AT(286)컴퓨터가 없는 사람은 없었고, 신규로 장만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386 PC를 사던 시절이었다(간혹 고가의 워크스테이션이다 그래픽 작업용이다 해서 486 PC를 사는 용맹한 사람도 있었다). 게임들도 점점 대용량화되어 가고 (그래봤자 몇 메가 ~ 몇 십 메가 수준) 기존의 DOS 위에 실행되던 ‘윈도우 3.1’이 세상에 공개되어 경탄을 자아내던 쯤의 시기였다. 친구들의 386 PC를 보며 부러움에 빠진 필자에게

“ 전하! 저에겐 아직 AT(286) PC와 램 1메가 그리고 하드디스크 40메가가 남아있습니다! “

를 읊조리며 한산섬 달 밝은 밤일 듯 한 야심한 새벽까지 조종간에서 손을 놓지 못 하게 한 문제의 게임 '건쉽 2000' 여러분은 해보셨는지?

[건쉽 2000 – 출격하려면 암호를 입력해!]
이 당시의 거의 모든 패키지 게임은 암호(패스워드)가 걸려 있어서 정품 사용자가 아니면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웠고 간혹 불법 복제한 친구들은 암호표까지 복사를 하던가, 자주 나오는? 암호 몇 개만 적어 놓고 해당 암호가 나올 때까지 게임을 실행시키곤 했다.

[건쉽 2000 – 출격하기 전 브리핑]
이 게임의 경우 미션을 시작하게 되면 육상기지에서 출발하는 미션과 해상(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미션이 따로 있었고, 미션을 완료할 때마다 진급을 한다던가 훈장을 받는 등 꽤나 세심한 레벨 업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진급했을 때는 단독 출격만 가능했던 것에서 3기 편대 비행도 가능해지고 좀 더 높은 계급에서는 5대까지 한 번에 출격 시켜서 미션 진행이 가능했다. 물론 돌아오지 못하고 전사한 아군도 있었다.

단순한 기지 폭격 임무 외에도 인질 구출 작전과 같은 미션도 있었고, 적군의 지대공 미사일과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저공으로 침투하는 긴장감 있는 내용으로 파일럿이 장래 희망이었던 꼬꼬마 필자가 꽤나 심취해서 즐겼던 기억이 난다.

물론 '건쉽 2000'은 본격 비행 시뮬레이션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너무나 리얼한 부분만을 추구하다 보니 되려 진입장벽이 높아져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보다는 어느 정도 게임성과의 타협을 통해 분위기의 사실성을 살려주는 게임들이 인기를 많이 얻지 않았나 생각된다.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어린 시절에 창공을 누비며 전투를 벌이는 꿈을 누구나 한 번쯤 꿈꾸지 않았을까? 지금은 PC환경도 예전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했고 최근 등장하는 게임들을 보면 실사에 거의 근접한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감흥이 일지 않는 것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 된 부분에 자신의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필자의 잡소리]

한때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 심취해있을 무렵 필자는 ‘More Real!’ 을 외치며 팰콘 3.0과 같은 게임에 빠져들었고(당시 29,000 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 팰콘 4.0으로 이어지는 본격 리얼 비행 시뮬레이션의 세계에 머물면서 남들이 쉽게 접하지 못 하는 세계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의 현장감을 살려주면서 몰입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 진짜 재미있는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예전이라면 ‘3D 슈팅’이라고 비난했을 ‘에이스 컴뱃’ 같은 게임을 신나게 즐기고 있다.

진짜 리얼한 걸 원하면 진짜를 타야지..

물론 ‘에이스 컴뱃’을 제대로 즐기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지. (필자가 구매한 XBOX 360용 호리 플라이트 스틱 EX 블랙 버전)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큐씨보이는?
‘게임별곡’을 집필하는 한 큐씨보이는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30년째 개발자다. 스스로 ‘감히’ 최근 30년 안에 게임들은 웬만한 게임을 다 해보았다고 자부하는 열혈 게임마니아다.

그는 직장인 개발자 생활 12년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도에 은신 거주 중이다. 취미로 몰래 게임 개발을 한다.하루 중 반은 게임을 하며, 반은 콜라를 마시는데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콜라 경력도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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